2018년 9월 14일부터 15일까지 2일간 경기도교육청 주관하는 <모두가 행복한 우리 동네 스포츠클럽 정책 연수>를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골치 아픈 운동부 문제나엎어진 학위 논문을 쓰는 것과 밀려 있는 컬럼 기고 등 여러 모로 힘들었지만, 오죽하면 내게 부탁할까 하는 생각에 참여했다. 결과적으로는 연수에 참여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일부 오해하고 있었던 점들을 해소할 수 있었고, 지역청 연수에서 접하기 힘든 흥미가 가는 내용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장학사들이 직접 기획한 명품 연수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의 학교 + 학교스포츠클럽 = 꿈의 스포츠클럽
다만 부담으로 느껴진 것은 실제로 받은 과제였다. 그 과제라는 건 꿈의 학교의 일환으로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기 위한 묘안을 각 지역청별로 기획하는 것이다. 꿈의 학교에 학교스포츠클럽을 접목하는 일, 그리고 경기도에 1000개의 꿈의 스포츠클럽을 만드는 일.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실제로는 학령기 인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5개 교육청별로 기계적으로 분할하자면 지역별로 40개의 꿈의 학교(학교스포츠클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볍게 생각할 일인지는....
경기 꿈의 학교는 학교 안팍의 생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참여하고 기획하고 운영하는 학교 밖 교육활동이다. 꿈의 학교는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로서 스스로 기획하고 도전하고 성찰하면서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마을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촉진/지원을 통해 운영될 수 있다. 내가 이해한대로 표현하자면 학교 교육과정 이외의 교육적 활동으로, 학교를 포함한 지역자치단체의 물적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실제적인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 학습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세부적으로 살피면 재원 면에서 지방자치단체(경기도청 포함)와 도교육청의 예산이 투입되며, 매우 적은 사례이기도 하나 민간으로부터 충당되기도 한다. 꿈의 학교의 핵심적인 인원인 학생의 구성은 원칙적으로 한 학교 학생이 50퍼센트를 넘어서는 안 된다. 즉, 여러 학교 학생들로 구성되어야 하며 따라서 학교 동아리로서 운영될 수 없다. 또, 학생들의 꿈을 달성하기 위한 활동을 중심으로 연대와 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실세계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8년 현재 꿈의 학교 유형은 다음과 같다.
어찌되었든, "꿈의 학교+학교 스포츠클럽 = 꿈의 스포츠클럽"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들과 논의를 해 봐야 하겠지만 이번 미션은 만만치 않을 듯 하다. 산술평균으로 40개에 해당하는 꿈의 학교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이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학생 중심의, 학생 주도의 조직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은 학생들이 그런 경험을 거의 해 보지 않았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고작 금괴 50개를 주고 전 세계 항구를 동맹항으로 만들라는 그런 느낌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꿈의 학교가 어려운 까닭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것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실제적인 삶의 맥락 속에서 배움을 일으킨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즉, 만들어가는 꿈의 학교 자체가 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 부분에서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꿈의 학교는 프로젝트 학습이나 역량중심 교육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교과서 밖의 교육, 차시를 넘는, 단원을 넘는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실제로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진짜' 세계에서 배움을 얻는 것이다. 이것은 좋다. 교육적으로 아주 좋다. 단언컨대 이보다 좋은 교육은 없을 것이다. (듀이님과 브루너님이 꿈의 학교를 좋아합니다 乃)
그러나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경험이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굵직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평가하는 일은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배운 적 없으며, 사실 그동안의 교육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의 자로 재었을 때 그다지 쓸모 없는 활동이었다(내신에도, 수능에도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 이른바 뻘 짓거리로 취급되는 활동). 그러다보니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과 매우 높은 관련이 있음에도 우리 학생들에게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기초조차 없는 상태이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이런 일들은 대학에 입학해 보고 나서야 겪은 것들이었다. 동아리 운영을 인수받아 조직을 세우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예산 확보를 위해 수익 사업을 하고... 겪어 봤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알지만 이것이 모든 초중고생에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답은 어른이다. 어른의 안내된 프로젝트 형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어른은 현실적으로 누구인가? 교사이다. 꿈의 학교를 운영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교육자인 교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이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현장의 체육교사들을 착즙하는 일, 즉 쥐어짜서 노력이라는 즙을 내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미 현장의 중고등학교 체육교사들과 초등학교의 체육 담당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헌신을 하고 있다. 그것이 자발적인 것이든 아니든 말이다. 여기에 더해 교사가 프로젝트 학습의 성격을 분명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경험이 일천한 경우 본래의 교육적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꿈의 스포츠클럽이 학교스포츠클럽의 운영 방안으로서 매우 진보한 방식인 것은 분명하다. 2년 전에 작성했던 나의 불만과 대안들은 현재 대부분 현실로 이루어졌다. 많이 좋아졌다.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10
[한선생의 체육잡설] 초등학교에서의 PAPS, 건강체력교실, 학교스포츠클럽에 대하여(2016.7.3.)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11
[한선생의 체육잡설] 모든 학생들을 위한 학교스포츠클럽 대회 만들기(2016.7.4.)
하지만 그것이 원칙이 아니라 모든 지역 모든 학교에 적용이 되고 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기틀은 마련했을지언정 실제로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아직 구현되지 않는 원칙들이 산적해 있는데 새로운 시스템을 기획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꿈의 학교와 학교스포츠클럽의 만남, '꿈의 스포츠클럽'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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