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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체육일반

[한선생의 체육잡설] 모든 학생들을 위한 학교스포츠클럽 대회 만들기

 

  앞선 포스팅에서 학교스포츠클럽을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한 바 있다(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10). 스포츠가 인간의 성숙과 발달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순기능적 측면일 뿐이다. 초등학교에서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많은 교사들은 자신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에 의해 고통받고 있다. 모든 학교체육정책이 중등 체육중심으로 편성되는 것, 그리고 학교스포츠클럽 대회가 추구하는 본래의 가치가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등학교에서의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에 모든 것들에 대해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들은 인격적으로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중고등학생들에 비해 미성숙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학교스포츠클럽은 철저하게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하고 있다. 이는 자율성과 자기주도적 활동 능력을 포함한다. 초등학생의 자율성과 자기주도적 활동 능력이 과연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하는데 충분할까? 학교스포츠클럽의 정상적인 모습과 비교하자면 절대 충분하지 않다. 본래 학교스포츠클럽은 특정 스포츠 종목의 학교스포츠클럽을 만들고 싶은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지도교사에게 지도를 요청하고 운영을 허락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장의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은 지도교사와 지도종목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선택하거나, 교사가 지도 종목을 할당받고 학생들을 모아서 학교스포츠클럽을 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고등학생은 자발적으로 연습하고 배우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초등학생은 교사의 직접적인 지도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자발성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있는 초등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는 스포츠의 보편화를 추구하는 학교스포츠클럽의 철학과 상반된다. 즉, 학교스포츠클럽은 철저하게 중등체육 중심의 정책이다.

 

  학교스포츠클럽이 본래의 가치를 온전히 보전하고 있는가에 대해 나는 철저하게 '아니다'라고 말 할 수 있다. 학교스포츠클럽을 만든 이들의 최초의 의도는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학생들의 체력을 증진하고, 신체활동을 생활화하며, 스포츠퍼슨쉽을 함양하는 것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러나 도대회나 전국대회, 아니 지역의 교육지원청 대회만 나가봐도 보기에 썩 불편한 장면들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아이들은 분노하며 상대편을 비난하고, 교사들은 삿대질에 목에 핏대를 세우며 자기 주장을 한다. 가뜩이나 안풀리는 경기로 혼란스러운 아이들에게 지도교사들은 '똑바로 안하냐'며 인상을 쓰고, 소리를 지르고, 겁도 준다. 이것이 과연 교육적인가? 또, 어느새부터인가 스포츠클럽 대회는 '나가서 이길 수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는 '바깥 행사'가 되어 버렸고, 운동부도 아닌 데 교사들은 이기기 위한 경기를 운영한다.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향상시키고자하는 학교스포츠클럽의 이상과는 이미 많이 멀어졌다. 다시 말해, 지금의 학교스포츠클럽은 본래의 가치를 잃었다.

 

  학교스포츠클럽 본연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참여 학생과 운영 교사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더 먼저 변해야 할 것은 제도를 운영하는 방법이다. 행정이 학교스포츠클럽 본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면 교사와 학생들은 그에 맞게 자연히 변화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러한 전제 아래 '모든 학생들을 위한 학교스포츠클럽 대회 만들기'라는 주제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자 한다.

 

 

1.학교는 학교스포츠클럽 운영과 대회 종목을 교육과정에 준하여 운영하자.

 

  초등학교에서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을 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거짓말'과 '대회용 클럽 운영'이다. '거짓말'이라 함은 교사가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학교스포츠클럽을 학교 실적을 위해 17시간 이상 운영한 것으로 나이스에 올리는 것으로, 교사들의 양심과 자존심에 상처를 준다. '대회용 클럽 운영'이란 학교실적을 위해 교육지원청 대회 출전을 전제로 교육지원청 대회에 있는 종목만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운영하는 것으로, 이러한 행태는 소수 학생들만을 위한 학교스포츠클럽 운영과 다수 학생들의 포기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체육과교육과정에 근거한 종목 지도와 대회 운영을 제안한다.

 

 

 

 

  위는 2011개정교육과정의 경쟁활동 부분이다. '~형 게임'으로 제시되어 있으나 교육과정을 반영한 교과서에는 구체적인 종목으로 제시되어 있다. 4학년은 플래그풋볼, 농구, 축구, 플로어볼 등으로, 5학년은 발야구, 티볼, 킨볼 등으로, 6학년은 배구, 족구, 플링고, 스쿠프, 배드민턴, 패드민턴 등으로 집필되어 있다. 이런 종목들을 학교별로 정하여 운영하길 제안한다. 예를 들어 4학년은 플로어볼 반별 리그전을, 5학년은 발야구 반별 리그전을, 6학년은 소프트발리볼(또는 킨볼...킨볼은 배구를 변형한 뉴스포츠이다. 교육과정엔 왜 필드형 경쟁으로 두었는지 모르겠지만...) 반별 리그전을 운영하는 식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의 가장 좋은 점은 수업시간에 충분히 연습한 내용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뿐만아니라 교사들의 체육수업 정상화에 기여하고, 학교스포츠클럽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킬 수 있다.

 

 

 

 

학급수가 적으면 풀리그전을,

 

 

 

학급 수가 많으면 리그를 제비뽑기로 둘로 나누어 별도의 리그전을 할 수 있다.

 

 

  교내 리그전은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 학급수가 적으면 풀리그전을, 많은 경우 두 그룹으로 나눠 풀리그전을 한 뒤 각 리그 우승 학급끼리 경합을 벌일 수도 있다. 경쟁을 줄이되 우승한 학급에 대해 인증서나 게시물, 우승기, 우승상징물 등을 주는 등의 경제적이지 않은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2.교육지원청에서는 학년별 학급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를 운영하자.

 

  학년별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를 운영하여 우승한 학급끼리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이하 학급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를 운영하자. 단, 어디까지나 교류전의 성격을 띄어야 한다. 초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대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의 경우 스포츠클럽 대회 출전을 6학년 학생들이 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기기 위한' 대회 출전이라면 신체적으로 성숙한 6학년 학생을 쓰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4,5학년 학생들은 어떻게 대회에 참여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교육지원청 대회에서도 학년별 대회를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운영하되 참가 희망교 사이의 '교류전'이 되어야 한다. 즉,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대회도 아니며, 고학년만 독차지하는 대회도 아니고, 체육담당교사들만의 대회도 아닌, 서로 만나고 친해지고 즐기는 대회이며, 모든 학년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회이고, 평범한 담임교사들이 참여하는 대회가 되는 것이다.

 

  교류전의 목적으로 치러지는 대회이기 때문에 지역 전체가 참여할 필요가 없다. 가까운 학교끼리 많게는 4학교가, 적게는 3학교, 그보다 적게는 두 학교가 리그전이나 토너먼트로 경기를 하면 된다. 교사는 이기기 위해 악을 쓸 필요도 없고, 학생들은 지든 이기든 다른 학교 친구들과 친해지고 서로 격려하고 축하해주면 된다.

 

 

권역별로 나눠서 가까운 학교끼리 부담없는 교류전을 하는 것이 아이들의 스포츠퍼슨쉽 함양에도 바람직 할 것이다.

 

 

  이러한 경기 참여를 학교의 체육활성화 지표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회 운영의 가장 좋은 점은 모든 학년의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비슷한 연령의 학생들과 스포츠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4학년 때부터 다른 학교의 또래들과 스포츠교류를 한다면 6학년 때에는 더 성숙한 스포츠퍼슨쉽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3.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를 이원적으로 운영하자.

 

  지금까지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는 전국 학교스포츠클럽대회 개최종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지역 특성에 맞게 대회 종목을 운영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도대회 출전교 선발을 전제로 운영하였으며, 시도대회 역시 전국대회 출전교 선발을 전제로 하였다. 그러나 교육과정 중심의 학년별 학급 학교스포츠클럽 대회(각 학교 대표 학급간 경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선발'을 위한 대회와 '즐기기'를 위한 대회를 나눌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선발'을 위한 대회는 폐지가 답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교육부가 중심이 되어 밀어붙이는 정책에 대해 시도교육청 수준에서 거부하는 것은 어렵기에 '선발'과 '즐기기'를 나누어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즐기는 대회 운영으로 앞서 제시한 학년별 교육과정에 따른 학급 학교스포츠클럽대회는 그것대로 운영하고, 시도대회 및 전국대회를 위한 동아리중심의 학교스포츠클럽대회는 그것대로 따로 운영하자.

 

 

 

 

  학급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즉 체육과교육과정에 따른 학년별 학교스포츠클럽대회는 지역의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권역별 대회로 운영하고, 시도대회나 전국대회 일정과 무관하게 운영한다. 이는 하반기에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필요에 따라서는 교내 리그전을 상반기, 하반기에 치르고 권역별 대회도 상반기, 하반기에 치를 수도 있다. 교육부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개최 종목에 따른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는 교육지원청 관내의 전체 대회로 도대회 일정을 고려하여 전반기에 운영한다. 이것은 학급 단위가 아닌 동아리간 대회로 기존의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의 형식을 그대로 따른다.

 

  이러한 이원적 운영은 초등학교 체육에 상당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초등학교 체육업무 담당자의 과중한 업무를 경감할 수 있다. 각 초등학교의 체육업무 담당자들은 지금까지 '코치 아닌 코치'로 많은 종목을 지도해야 하는 업무부담을 가졌다. 그러나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의 이원적 운영은 체육업무담당자들이 '선발'을 위한 대회에 대해서 한 두가지 종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전반적인 운영을 학교 내 스포츠클럽을 컨트롤하는 방향으로 업무가 달라져 지나친 육체적 업무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둘째로, 교실 속에 숨어있던 초등학교의 담임교사들을 학교체육 실천의 무대로 올릴 수 있다. 초등학교 체육의 가장 큰 문제는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초등학교 담임교사들의 체육에 대한 수동적 태도는 지금의 초등학교 체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철저하게 제도에 의해 유인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제도가 담임교사들의 체육에 대한 관심을 유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교육지원청 차원의 대회 운영에 따르는 막대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교육지원청에서 너무 많은 종목을 운영함에 따라 예산 사용이 방만한데,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도대회 선발'을 위한 대회를 지역 현실에 맞게 최소화하고, 권역별 학급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버스 편성 등의 비용만 최소한으로 제공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한 배움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포스팅은 어디까지나 한선생 머릿속의 계산에 따른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체육업무담당자로 경험한 것에 의해 작성한 아이디어이며, 그 근거는 충분하다고 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반발도 있을 것이며 긍정적인 변화도 따를 것이라는 점이다. 혁신은 언제나 저항과 함께 해 왔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으면 초등학교의 학교 체육은 언제나 공문 위에만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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