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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체육일반

[한선생의 체육잡설] 초등학교 체육수업 내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상편)

 

 ※이 글은 필자의 학술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쓰인 현상학적 글쓰기 습작을 포함하는 글로, 일부 내용은 학술지에 게제된 내용이므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내가 저경력이었을 때에는 체육 수업 자체가 하기 싫어서 어떻게 하면 교실에서 교실 놀이로 시간을 보낼까 고민했어요. 체육수업을 할 때 체육복을 갈아입어야 하는 불편, 체육 준비하고 나갔다오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체육수업을 굉장히 싫어한 기억입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교실 안에 갖혀 있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에 자주 나가서 좋은 공기도 쐬고 활동도 크게 하면서 소리도 지르게 해야지 라는..."

 -J교사의 내러티브

 

  체육수업이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는 나에게 중요한 관심사이다. 좋은 체육수업에 대한 뚜렷한 관점이 없었던 시절엔 내 가까이 있는 교사들의 체육수업에 대해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체육수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좋은 체육수업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주변을 둘러보는 일이 더욱 많아졌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초등학교 교사들은 대체로 체육수업을 불편해하거나 어려워했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운동장을 둘러봐도 수업을 하는 학급은 한 시간 동안 배정된 학급 수에 미치지 못하고 설령 수업을 나온 학급들도 대부분 교육과정과 관련 없는 신체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에서 체육수업 내용은 어떻게 결정될까?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

출처: 에듀넷 어린이 신문

 


  초등학교에서 체육 교과는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다는 당위성 뿐만아니라 전인교육으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다른 교과에 비하여 가볍게 여겨 왔다. 체육 수업의 가장 큰 위기는 실천이다. ‘체육 수업의 문제는 잘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초등학교에서 체육 수업은 체육 교과가 가르쳐야할 것들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온전한 체육수업을 실천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교사들이 체육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지도 부담의 관점에서 답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체육수업의 어려움을 크게 교사요인과 환경요인, 학생요인으로 보는데, 그 중 가장 결정적인 어려움을 교사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된 한 연구에 따르면 교사요인은 참여한 교사들 중 과반이 넘는 수가 호소한 것으로 지도력 부족이나 교과 지원의 부족, 내용의 어려움 그리고 교사의 관심부족을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여교사들은 체육수업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일이 많다. 일부 연구들에 의하면 초등학교의 여교사들은 예비교사 시기에 체육 교과를 인지하지만 체육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은 낯선 학교 환경을 맞닥뜨렸을 때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학교의 문화는 결코 체육을 가르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다. 현장에서 익히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고, 더 잘 가르치기 위한 여러 연수 프로그램들도 실제 체육수업의 맥락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체육을 잘 가르치는 것은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로 여겨진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체육수업을 하는 것이 여교사들에게 어떤 심리적 부담을 주는 지에 대한 연구도 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피부를 상하게 하는 따가운 햇빛과 땀으로 몸을 적시게 만드는 더운 날씨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가장 큰 체육수업 스트레스 요인으로 들었다. 또, 이러한 스트레스는 경력이 많은 교사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앞서 서술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이미 이루어진 연구들의 결과에 대해 판단중지로서 현상학적 환원(phenomenological reduction)을 하고자 했다. 현상학적 환원이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 방해할 수 있는 일체의 선입견들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LeVasseur, 2003). 나는 체육을 공부하는 연구자인 동시에 현장의 실천가로서, 실제로 담임으로 체육수업을 하는 동료 교사들이 경험하는 현장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했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시점이나 현장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초등학교 체육수업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나는 내 주변을 살피고자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금’, ‘여기’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찾을 수 있고, 더 나은 체육수업으로 한 발짝 나가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본격적인 실천을 하기에 앞서 나의 실천에 함께하는 참여자이자 나의 가까운 동료인 여교사 세 명과 면담을 했다. 그녀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있는 이곳에서 나타나는 체육수업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피고자 하였다.

 

 

 

 

참고문헌

김중형, 백종수(2011). 체육교과 지도에 대한 초등교사의 관심과 어려움 요인 분석. 한국체육교육학회지, 16(1), 69-87.
박미림, 이옥선, 조기희(2015). 초등 여교사들의 교사 경력 주기에 따른 체육 가르치기의 어려움 탐색. 한국스포츠교육학회지, 22(1), 1-23.
이광무, 이유경(2009). 초등학교 여교사의 체육수업 스트레스 요인 분석.
LeVasseur(2003). The Problem of Bracketing in Phenomenology. Qualitative Health Research, Vol .13, No.2, March 2003, P.408-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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