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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체육일반

[한선생의 체육잡설] 꿈의 학교와 학교스포츠클럽의 만남, '꿈의 스포츠클럽' (2)

  이 포스팅은 경기도교육청이 기획하고 있는 꿈의 스포츠클럽에 대한 두 번째 글이다. 만약 이 글을 먼저 발견하였다면 앞서 작성한 글을 읽고 오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짧은 글이라 금새 훑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한선생의 체육잡설] 꿈의 학교와 학교스포츠클럽의 만남, '꿈의 스포츠클럽' (1)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81

 

 

  앞선 글에서는 꿈의 스포츠클럽에 대한 배경으로서 꿈의 학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였고, 그것이 학교체육 정책과 만나게 된 것이 교육적으로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예상되는 현장의 고단함에 대해 다루었다. 이 글에서는 꿈의 스포츠클럽에 대한 한선생의 개인적인 아이디어를 소개하고자 한다. 소속 교육지원청의 일원으로 참여한 연수였지만 우리 지역의 분명한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터라 이 내용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다.

 

  이 글은 내년을 기점으로 '꿈의 스포츠클럽'이라는 테마의 꿈의 학교를 대폭 늘리는 방안이다. 그러나 실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제법 많이 한 편이라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선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나는 프로젝트수업을 체육 교과라는 맥락에서 진행해 본 경험이 있으며, 체육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학생 뿐만아니라 교사를 포함한 성인들과도 함께 해 본 적이 있다. 그 맥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체육 수업과 동아리 운영, 교육지원청 사업, 교과서 집필, 체육수업 공동체 등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프로젝트 중 정말 짜임새있게 운영된 적이 많지 않았다는 것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러한 실망감의 근원은 함께 했던 여러 사람들에게 있다기 보다는 우리의 교육문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교육문화는 상호작용에 기반한 배움과는 거리가 멀다. 아주 멀다.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한국의 교육방식에 따라 공부한 사람들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인 협업도 익숙하지 않거니와 사람과 인공물(각종 자료와 장치들)의 협응도 익숙하지 않다. 평가 방식 자체가 그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엇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보다는 경쟁 체제 속에서 사람들을 분별하는데 초점을 두기 때문에 배움의 상호작용을 피상적으로 적용한다. 교육은 함께 나누며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기 보다 기존의 것을 개별적으로 수용하는데 무게를 둔다. 그러니 서울대 공대의 이정동 교수가 이야기한 대로 개념설계가 안 되는 거다. 포스팅이 산으로 가고 있으니 이런 불만은 여기까지만... 어쨌든, 요약하자면 실제 과제 속의 문제 해결력이 취약한 것은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라서 꿈의 스포츠클럽을 학생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뜬금없는 책 추천. 지식의 착각, 축적의 시간.

우리 교육이 뭐가 문제인지 인지과학과 산업경영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는 학교스포츠클럽과 관련하여 유독 축구나 배구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배구의 경우 일부 초등교사들의 헌신 덕분에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의 질이 매우 높은 편이다. 사실 그 운영의 구조가 기형적이라고 할 만큼 과하며, 거의 운동부에 가까운 수준으로 교육을 한다. 그렇게 초등학교 고학년을 보내고 나면 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진학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학교로 입학하는 경우가 있다. 팀은 자연스럽게 해산된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중학교에서 배구 클럽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그 안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운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나의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예전에 함께 스포츠를 즐겼던 아이들이 다시 모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꿈의 학교, 꿈의 스포츠클럽이 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세개 학교에 흩어진 친구들이 뜻이 같은 학생들을 모아 꿈을 이루는 하나의 팀, 하나의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운영은 어렵겠지만 성인으로부터 '안내된' 형태로서의 플랫폼이 제공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내가 전개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만들어가는 꿈의 학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포스팅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아이들이 어떻게 뭉치는지, 어떤 도움을 받아 자신의 학교 운영 계획을 세우는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그들을 위해 교육지원청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의 뭉치이다. 그리고 아주 소박한 수준의 상상이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설래는 3월이다. 학교를 들어서던 학생들은 학교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는 꿈의 스포츠클럽을 안내하는 포스터를 지나친다. 특별하게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학교 생활 속에서 항상 봐왔던 포스터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방송 조회가 시작되기 전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제작한 꿈의 스포츠클럽에 대한 홍보 영상이 흘러나온다. 학생이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학교장이 된다니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흥미롭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스포츠클럽 활동을 하며 주장 역할을 해 왔던 터라 더욱 관심이 간다. 아침에 지나쳤던 포스터를 다시 찾아가 읽는다.

 

"꿈의 스포츠클럽 설명회. 꿈의 스포츠클럽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학교장이 될 수 있다. 그리고...음... 꿈의 스포츠클럽 설명회는 3월 O일, OO교육지원청 대회의실. 꿈의 학교스포츠클럽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래. 좋다."

 

  꿈의 스포츠클럽을 만드는 기본 조건이 두 개 이상의 학교 재학생으로 구성되어야 하므로 예전에 같은 학교에서 배구를 했지만 지금은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날린다. 그리고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린다. 한 번 같이 해 볼 생각이 없냐고...친구들의 반응이 제법 괜찮다. 꿈의 스포츠클럽을 운영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학생들을 모았는데 도움을 줄 어른이 없다. 그래서 평소에 스포츠클럽 활동을 격려해 주시던  국어 선생님에게 꿈지킴이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한다. 체육교육 전공이 아니라 힘들것 같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학생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수락한다. 꿈의 학교 업무 담당 선생님에게 설명회 참가 의사를 밝힌다. 학교의 꿈의 학교 담당 선생님은 참가 희망 학생들의 명단을 자료집계로 OO교육지원청에 보낸다.

 

  설명회 당일, 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 들어선다. 꿈의 스포츠클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는 소책자를 받고 자리에 앉는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보인다. 꿈의 스포츠클럽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들을 하라니 머리가 아프다. 더군다나 공공성이니 연대와 협력이니, 공동체의 가치니...뭐가 뭔지 감이 잘 안 온다. 그저 친구들 모아서 운동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공부해야 할 것이 참 많다.

 

  집에 와서 꿈의 스포츠클럽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니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 내 꿈 찾기: 소속학교의 이름이 아닌, 꿈의 스포츠클럽 이름으로 지역 학교스포츠클럽과 각종 외부 대회 출전

  - 지역 학교스포츠클럽 대회 지원: 심판 및 운영에 참여

  - 교내 스포츠 캠프 운영: 교내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스포츠의 가치 알리기

  - 교내 스포츠리그전 운영 및 지원: 교내 대회를 개최하고 운영

  - 초등학교 스포츠클럽 캠프 운영: 초등학생들이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일일 체험 교실을 운영

  - 1인 1운동 스포츠 캠페인: 스포츠 활동을 독려하는 장외 캠페인

  - 노인 체육 봉사활동: 노인 복지 시설에서 노인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

 

  뭘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잘 안내된 예시를 보니 기획을 할 자신감이 든다. 연계성있는 운영을 위해 두 개 학년 이상으로 구성할 것을 권장한다는 설명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 항상 후보일 수 밖에 없었던 1학년 후배에게 연락을 했더니 흔쾌히 참가하겠다며 몇명의 학생들을 모아 왔다. 후계구도가 짜인 듯한, 뒤가 든든하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유서 깊은 꿈의 학교를 만들겠다는 굳은 결의를 한다.  문서를 만든다는 것이 엄두도 안났지만 꿈지킴이 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원(이라고 쓰고 거의 백지상태에서 새로 작성했다고 읽는다)으로 신청서를 마무리하여 교육지원청에 제출한다.

 

  심사 결과가 발표되었고 다행스럽게도 꿈의 스포츠클럽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나름 학교장이다. 계획서에 있었던 내용들을 운영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 그나마 꿈지킴이 선생님께서 방향성을 잃지 않게 신경을 써 주신다. 그런데 선생님도 꿈지킴이를 처음하는 터라 헤매는 듯하다. 다행히도 모든 꿈의 스포츠클럽들에 대한 중간 컨설팅 계획이 두 차례 잡혀 있다. 교육지원청에서 온 컨설팅 요원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점검해주고 예산의 사용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조언을 해 준다.

 

  한 학년도가 저물어간다. 컨퍼런스를 통해 꿈의 스포츠클럽을 운영한 결과를 멋지게 발표한다. 꿈의 학교의 이름으로 다른 중학교들과 경기를 했던 일들, 초등학교 교무실에 가서 겨우 허락을 받아 운영했던 방과후 일일 배구교실, 로데오 거리에 나가서 스포츠를 즐기고 건강을 챙기자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던 캠페인 활동까지. 생각해보니 눈물겹다. 구성원을 모으고,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고, 대회 출전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의 체육관을 빌리고, 이탈하려는 친구들을 다독이고...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꼈고, 다른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꿈의 스포츠클럽을 내년에도 운영하기로 친구들과 결의한다. 다들 화이팅이 넘친다. 하지만 꿈지기를 하셨던 선생님의 웃음이 뭔가 씁쓸해보인다. 3월에 비해 체중이 빠지신 것 같기도 하고... 꿈짱을 1년만 더 하고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후배한테 넘길 계획이다. 고등학교에 가면 다른 꿈의 스포츠클럽에 가서 막내부터 새로 시작할거다. 내가 빠져주어야 후배들 중에 누군가도 꿈짱을 해 보지 않겠는가. 낄끼빠빠가 진리. 내가 배운 수 많은 것들을 후배들도 경험하게 하고 싶다.

 

 

 

  없는 글재주로 꿈의 학교(꿈의 스포츠클럽)의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나열해보았다. 좀더 뚜렷하게 아이디어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이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옳다거나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워낙에 러프한 수준의 생각이며, 사실 정리할 만큼 여유가 크지도 않다. 어쨌거나, 조만간에 우리 지역도 어떤 복안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10월 27일 토론회에서는 각 지역의 교육공동체가 구안한 아이디어들이 분명하게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바람하는 것은 좀 더 교육적인 차원에서 고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꿈의 스포츠클럽이 단순하게 교육감의 공약 실현에 대한 양적 증거로서 이루어진다면, 그래서 이미 실패한 PAPS나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는 건강체력교실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교육기관으로서 학교의 전문성이 의심되고 공격받고 있는 이 엄중한 시절에, 멋드러진 기획 뒷편의 형편없는 실천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더하는 말: 중학교 고등학교는 그렇다치고...초등학교 체육은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수업이 문제인데 이 부분의 핵심 열쇠인 초등교사 체육수업 전문성 보강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기 연수나 놀이 체육 연수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문제인데 계속해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 답답한 일이다. 도교육청에서 실기 중심의 연수 패러다임을 벗어나갈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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