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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하여/교육 상념: 잡다한 생각들

[한선생의 체육잡설] 블로그 통계로 보는 체육교과 전담교사, 체육수업 정책 비판

  '한선생의 체육잡설'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한 지 1년 조금 넘는다. 초등학교에서의 체육수업이라는 매우 한정적인 주제로 운영을 하다보니 일일 방문자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포스팅한 내용들은 '글쓰기'라는 형식을 빌린 나의 논리를 정리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내용면에서 독자들을 배려하지 않았고 그 덕에 방문자 수는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물론 하루 즐기고 마는 '놀이'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는 것도 방문자 수가 적은 이유 가운데 하나일 듯 하다.) 이 조용한 블로그에는 하루에 2~40명 정도가 드나드는데 2월 말부터 지금까지 방문자 수가 부쩍 늘었다. 물론 학교스포츠클럽에 대한 글이 어떤이들에게 공유되었을 때에는 하루에 천 명이 넘게 드나들기도 했다.(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11) 그러나 그것이 예외적인 일이었을뿐 하루에 100명이 넘는 일은 흔하지 않다.

 

   학기초이기 때문에 체육수업에 대한 부담감이 늘어서 그랬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예년과는 분명 다르다. 아래 캡쳐한 내용을 보면 3월 1일부터 오늘 3월 5일까지 방문자 수가 예년에 비해 많다. 심지어 3월 4일은 토요일인데도 방문수가 100명에 가깝다.  상식적으로 대부분의 교사들이 쉬는 토요일인데도 누군가는 검색이나 링크를 통해 이곳을 들렀다는 것이다.

 

여기는 원래 이런 블로그가 아닌데...

 

 

  또 하나 다른 점은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디스쿨'이라는 초등교사공동체 사이트의 하이퍼링크를 통해 들어오는데 유입로그를 살펴보니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평소에는 90퍼센트의 방문자들이 인디스쿨을 통해 유입되지만 다음이나 네이버 검색,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통해 유입된 경우가 보인다.

 

학기초 학생건강관리계획 수립 탓인지 PAPS를 검색한 경우도, 체육수업을 검색한 경우도...

 

카카오톡을 통해 유입된 경우는 그다지 흔하지 않은데...

 

 

  유입경로를 살펴봄으로써 선생님들의 학기초 체육업무 뿐만아니라 체육수업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 그 중 카카오톡을 통한 유입이 특이한 점인데 같은 학년 선생님들이 어떤 포스팅을 돌려 읽지는 않았을까하는 예상을 해본다. 지금까지 블로그 유입이 이런 경우는 없었다.

 

  여기에서 내가 생각한 것은 두 가지다.

 

1. 많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체육업무나 체육수업에 부담을 느낀다

2. 경기도교육청이라는 제한된 맥락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체육교과 전담교사 확충을 위한 기획에 문제가 있다.

 

  블로그를 방문하는 선생님들 중 상당 수가 새롭게 체육교과 전담교사를 하게 된 분들이고 몇몇은 새로 스포츠강사가 된 분들이었다.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 올해부터 3~6학년의 학급수를 합쳐 6개 학급 이상인 경우 체육교과 전담교사를 1인 이상 두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기도교육청의 방침은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사실 몇 해전부터 여러 교과 가운데 체육교과 전담을 우선적으로 두라는 공문을 지속적으로 보내왔지만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무시해왔다. 이번 방침은 여러 해에 걸친 현장의 저항에 대한 도교육청의 단호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획은 현장에서 받아들이기에는 갑작스럽고 난감한 문제일 수도 있다.

   올해는 유달리 많은 수의 교사들이 원하지 않음에도 체육교과를 전담하게 되었다. 실제로 인디스쿨이나 여기 '한선생의 체육잡설'에 남겨진 댓글들을 살피면 복직하자마자 체육교과를 전담하게 되었다는 류의 사연들이 많았다. 오죽 답답하면 주말에도 인디스쿨이나 이 블로그를 뒤적대며 유사답안을 찾아 헤맬까. 토요일 밤에도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선생님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수업 고민으로 토요일 밤 11시 16분에 댓글을 달았다. 토요일 밤, 토요일 밤에 말이다...

 

 

  어느 곳에도 초등학교 담임교사들을 체육교과 전담교사로 입문시키는 연수과정은 없다. 당장 운동장에서 다른 교사의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가르칠지 모르는 선생님들에게 개정교육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처음 체육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에게 체육수업의 소스를 주겠다고 몇가지 놀이나 뉴스포츠를 익힐 수 있는 연수 과정은 아주 얄팍한 레파토리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체육교과 전담교사를 확충하고자 한다면 체육교과 전담교사로 생활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시기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업의 흐름을 어떻게 구성하고 교과서와 지도서는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평가 계획은 어떻게 세울 것인지와 같은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연수가 우선되었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섣불리 체육전담 TO만 확보를 한다면? 강요에 의해 체육교과를 전담한 선생님들은 고통받을 것이며 1년의 수업은 나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교사는 체육을 가르치며 불행해서는 안된다.

 

  내가 속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놀이나 뉴스포츠 등의 체육 프로그램 개발에 초점을 둔 연구회, 연수가 강세다. 아무래도 그 쪽이 결과물을 만들기 수월하고 그러한 행정적 노력에 대한 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기에 전혀 이해가 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선생님들이 연수나 장학자료를 통해 몇 가지 놀이를 배워간다고 해서 체육수업을 정상적으로, 자신있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자료는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검색이나 책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장학자료를 열심히 만든 분들께 미안한 이야기지만 시도교육청에서 만든 장학자료보다 시중의 교사용 지도서 몇 가지를 펼쳐놓고 읽는 것이 더 낫다. 왜냐하면 교과서나 교사용지도서는 장학자료들보다 더 혹독한 검증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내 요점은 비효율적인 장학자료 개발이나 연수과정을 줄이고 경력이 짧은 체육교과 전담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고기를 잡아주는지 모르겠다. 선생님들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이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어떤 것이 먼저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수업에서 무슨 활동을 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그리고 무얼 할지는 체육교사가 스스로도 찾아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부디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려주자. 쓸데없이 활동 소개 수준의 연수에 대한 강사비나 연구회 운영비로 날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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