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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하여/교육 상념: 잡다한 생각들

[한선생의 체육잡설] 잘못된 만남: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에 대하여(1)

  살인적인 일정 덕분에 일상이 산산히 부서진 채, 인간다움을 겨우 이어가며 지낸지 꽤 지난 것 같다.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접속을 하게 되었는데 페친 한 분의 공유한 뜻밖의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스포츠강사 정책에 대한 의견서'였다. 정확히 말하면 완성된 글이 아니었고 draft 버전이었는데 곧 완결된 논리를 갖춘 한 편의 글로 정리될 것이다. 글의 진행 정도나 주제도 중요하겠으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의견서'의 수신자인데, 정책 입안자인 국회의 조승래 의원이었다.

 

  의견서를 쓴 사람들은 여러명의 국내외 교수들이며, 대표 제출자는 누구나 다 알 법한 미국의 주립대학교에 재직중인 체육관련 전공의 한국인 교수였다. 의견 제출자들의 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2. 또한 초등체육 전문성을 위해 중등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3. 이들의 명칭은 '초등체육교사'로 변경해야 한다.

4. '초등체육교사'(현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는 초등교사들보다 초등학교 체육수업을 하는데 훨씬 적합하므로 초등학교 체육수업은 이들이 해야 한다.

5.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범대학교 과정에서 초등체육관련 강의가 개설되어야 하고, 이들이 일정한 시험을 통해 초등학교에 정식 발령을 받게 해야 한다.

 

  이 주장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이것 역시 한선생이 요약한 것이다.

 

 

  먼저 이러한 주장이 나타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1.스포츠 강사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조윤선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승래 의원).

2.시도교육청 예산으로 스포츠강사를 운영하지 못하므로 국회 차원의 해결책을 '시도교육청'이 요구하기도 했다(스포츠 강사 사업 주진에 관한 문대성 의원의 질의에 따른 인천시 교육감의 답변).

3.이러한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안민석 의원 등 15명이 촉구한 학교체육선진화를 위한 촉구 결의안에 스포츠강사에 대한 정책은 빠져있다.

 

  이 문제에 대해 체육관련 전문가들의 난상토론이 페이스북의 체육전문 페이지에서 벌어졌다. 이들은 국내외 체육관련 전문가들로 체육과 관련된 여러 의견을 논의하며 집단 지성을 형성하는데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문제도 그곳에서 논의된 여러 주제 중 하나였다. 이 논의가 이루어질 당시에 참여하는 인원은 6381명이었는데 그들의 논의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출처: 페이스북 운동, 체육에 관한 난상토론장 페이지

1.스포츠 강사는 사범대 체육교육과 또는 교직이수자가 해야 한다.(84%)

2.스포츠 강사 정책은 유지되어야 한다.(100%)

3.스포츠 강사는 학생들의 신체활동과 전인교육의 중요성에 따라 정규직화되어야 한다.(71.6%)

4.'초등학교 스포츠 강사'에 대한 명칭을 '초등체육교사'로 바꾸어야 한다.(67.3%)

5.초등학교 체육전담교사는 중등 체육교사가 해야 한다.(69.2%)

 

  이러한 의견과 관련하여 그들이 제시한 교육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이러한 근거들은 외국의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축구나 피구와 같은 게임 수업의 이유는 교사의 체육교과지식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체육수업은 어떠한가?

-초등교사들은 내용지식(CK), 교수내용지식(PCK), 교수지식(PK)가 부족하다.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뉴질랜드에서 진행되었다. 뉴질랜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체육만을 전공'하지 않은 교사들에 의해 체육수업이 이루어진다. 이 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은 유능한 것으로 평가된 교사들이었는데, 이들은 체육에 대한 지식들이 부족해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였다.

-학생들의 관심사와 체육수업내용을 연결하지 못하면 수업은 실패한다. 잠정적으로 초등교사들은 그럴 능력이 없다.

-미국 AAHPERD의 체육수업 표준에 따르면 체육은 운동기술과 양식의 시범이 가능하고, 신체활동성이 있는 교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는 운동기술을 익히는 것이 체육수업에서 매우 중요함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의 여러 사례를 보았을 때, 체육비전문가들은 단순한 게임이나 놀이로 체육수업을 하는 반면 체육전문가들은 보다 많은 과제와 연습기회를 주어 실질적으로 운동 기술과 기능 발달을 달성하고 있다.

-체육교사는 학생들의 사회적, 감성적인 기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체육수업을 통해 그러한 기술들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체육수업에서 그러한 것들이 달성되는가?

-전인교육으로서의 체육교육은 체육 교과에 대한 태도, 사회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다. 특히 체육수업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것은 신체활동과 체육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는 것인데 초등학교 시절 형성된 체육에 대한 태도는 평생 체육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금의 초등학교 체육수업은 그러한 태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다.

 

  최종적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초등학교체육을 위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초등학교 체육교육 발전을 위해 체육교과에 대한 교직이수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사범대에서는 학부과정에서 아동체육, 운동발달, 운동학습 등의 과목을 포함하여 이수하고 있다. 이것이 중고등학교 체육교육 전공자가 초등학교 체육전담교사로 채용되는 근거이다. 즉, 중등 교직 이수 과정이 초등 교직이수의 체육부분을 거의 모두 포함하여 다루고 있기 때문에 중등체육교사 양성과정이 초등교사 양성과정에 비해 포괄적이다. (전체적인 논지를 살펴보았을 때 한선생은 '포괄적이다'라기 보다는 '우월하다'라고 느껴졌다.)

-체육 수업에서는 가르칠 내용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데(adaptation, modification, individualized program등) 이러한 기능은 중등체육교육 전공자들이 초등교육 전공자들에 비해 우수하다. 즉, 과제에 대한 조정이나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은 중등이 우수하다.

-더 나아가 장차 사범대나 교직이수과정에서 초등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강좌들이 개설되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거친 지도자들이 초등학교 체육수업을 전담해야 한다.

 

 

  아마 초등교육을 전공한 사람이 읽으면 깜짝 놀랄만한 내용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 화를 낼 것이며, 교사들 중 일부 냉정한 마음을 유지하며 내용 상의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위 내용의 주장과 근거 중 일부는 타당하지만 일부는 동의하기 어려우며, 상당부분은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선생 개인적으로는 가슴이 쓰리고 화도 치밀어 오르고 내 삶이 부정당하고 있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왜냐하면 직업인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흔들고, 초등교사의 전문성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강사와 초등학교의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결국 초등교사들은 심각한 수준의 위협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적절하지 못한 내용들이 많다. 그러나 이 의견서가 미칠 영향력은 초등교사들에게 대단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포스팅이 길어지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로 이어가겠다.

 

다음글: [한선생의 체육잡설] 잘못된 만남: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에 대하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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