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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수업일지

[한선생의 체육잡설]수업되돌아보기(6월 3째주~7월1째주)

수업되돌아보기(6월 3주차~7월 1주차)


  남다른 각오로 시작했던 2016학년도 1학기도 어느 덧 종점을 향해 달려간다. 참 많은 일이 있었고 그 가운데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느꼈다. 내 나름의 체육을 실천하며 여러 차례 좌절을 맛봤지만 그 가운데 몇가지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먼저, 몇 가지 아쉬운 것 중에 하나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것이며 그로 인해 수업일지를 꾸준히 쓰지 못한 것이다. 아마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의 수업 내용은 사진을 제대로 남기지도 못했고 수업 반성도 글로 남기지 못했다. 어쩌면 제대로된 수업을 하지 못해 아무런 것도 남기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마지막 과업이었던 창작 강강술래 수업을 약 4주 가까이 진행하며 표현활동 지도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강강술래 수업을 그저 영상 속 남의 동작을 따라하는 수업으로 마치는 것이 되지 않길 바랐고, 표현활동 수업을 통해 서로간에 협동을 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상호작용하는 충분한 기회를 주고, 스스로 결과물을 만드는 성취감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프로젝트학습으로 10차시 수업을 운영하고자 하였다. 프로젝트 학습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그 구조가 제시되었지만 나는 김대현이 그의 저서에 밝힌 방법을 따르되 수업 실정에 맞게 고쳐 쓰기로 하였다. 김대현의 프로젝트 학습 진행단계는 아래와 같다.

 

 


  개인적으로, 몇몇 체육하는 사람들의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말은 정말 무식한 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론은 실제를 충분히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라면 타당한 말일 것이다. 나 역시 김대현의 프로젝트학습 단계를 그대로 쓰지 않고 약간의 조정을 통해 적용하고자 했다. 일반론으로서 제시된 프로젝트학습을 내 수업에 적용하는데 있어, 체육교과라는 점과 우리 학교 체육수업문화와 학생들이 갖는 특수성을 염두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적용한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준비하기(1차시)

     아이들이 활용 가능한 자원(강강술래 영상보기, 교사 설명)과 기본 기능 익히기


  2단계: 주제 정하기 및 계획하기(2차시)

     모둠 편성하기, 모둠 대표 뽑기, 대략적인 표현활동 계획세우기


  3단계: 탐구 및 표현하기(3~8차시 및 과제)

     정보 탐색하기(과제로 제시), 협의하기, 움직임 메모하기, 연습하기, 동영상 촬영을 통한 자기점검하기, 교사의 조언 듣기


  4단계: 마무리하기(9차시)

     결과물 촬영하기(교사에 의한 동영상 촬영)


  5단계: 평가하기(10차시)

     교실에서 영상 감상하기, 반성 및 자기평가, 동료평가

 

 

 

  요약하자면 아이들이 강강술래를 이해하도록 돕고,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 뒤 7개 학급 14팀의 강강술래 장면을 촬영한뒤, 영상자료를 통해 다른 팀들의 강강술래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수업을 기획했다.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총 10차시 분량의 수업이었으며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아래에 기술하고자 한다.

 

 

1. 준비하기

 

  준비하기 단계에서는 아이들이 강강술래를 보고, 이해하며 기본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상하였다. 먼저 유튜브에 있는 전통적인 강강술래 동작을 살펴보고, 그 다음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준비된 변형된 강강술래를 관찰하도록 하였다. 시간이 조금 빠듯하긴 했지만 강강술래 살펴보기 활동에 이어 강강술래 직접 해보기 활동을 하였다. 손을 잡고 원을 도는 방법과 덕석몰이, 청어엮기와 같은 기본 동작을 교사가 주도가 되어 연습하였다. 연습 공간의 부족으로 학급을 반으로 나누어야 했다. 청어엮기 동작의 경우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어서 임의로 정한 4~5명의 모둠으로 숙제로 익혀오도록 하였다.

 

숙제로 해 온 청어 엮기를 시연하는 아이들의 모습

 

  아이들이 살펴보기 활동에서 아이들에게 보여준 영상은 아래의 두 동영상자료이다.


 

강강술래 참고영상 1

https://www.youtube.com/watch?v=Iox5NKjH6Z8

 

 

 

강강술래 참고영상 2

https://www.youtube.com/watch?v=7pyBqkPCs-o

 

 

 

 

2. 주제 정하기 및 계획하기(2차시)

 

  주제 정하기와 계획하기 단계에서는 모둠 편성하고 대략적인 표현활동 계획을 세우게 하였다. 모둠은 임의로 홀수 팀과 짝수 팀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모둠 대표를 뽑게 했다. 모둠 대표의 역할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연습을 주관하며, 모둠 친구들의 의견을 조정하도록 했다. 이미 강강술래라는 군무를 주제로 정한 탓에 아이들이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주었다. 내가 정해준 최소한의 기준은 원형의 대형을 위주로 움직일 것과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동작으로 구성할 것, 단 두 가지였다. 수업 내내 공통 배경음악으로 사용될 음원파일을 들려주어 음악적 요소와 활동 요소를 연결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 차시는 개인적으로 힘든 차시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기에는 표현활동 수업 경험이 너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이 배운 동작들을 한 번 음악에 맞춰보기만이라도 할 것을 독려했다. 필요한 경우 직접 지난 차시에 했던 동작을 함께 해 보기도 했다.

 


 

3. 탐구 및 표현하기(3~8차시 및 과제)

 

  탐구 및 표현하기 단계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정보를 찾아 협력하여 강강술래 발표를 준비하는 활동들로 구성하였다. 프로젝트 학습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교사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이해심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나는 '참을 인' 자 세번 썼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 사이의 갈등과 다툼이 많이 나타난다. 특히 상대적으로 표현활동에 익숙하고 적극적인 여학생들과 표현활동을 쑥쓰러워하고 흥미도 못느끼는 남학생들과의 갈등이 많이 나타나므로 교사의 적절한 중재와 수업 전후의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정보 탐색하기는 아이들이 자신이 속한 모둠만의 특징을 살려 강강술래를 꾸미는데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활동이다. 스마트폰이나 학교 컴퓨터를 이용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숙제로 조사해 오도록 하였다. 아이들은 활동 초반에는 정보 탐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발표날짜가 다가 올 수록 적극적으로 정보를 구하게 되었다. 스스로 새롭게 만드는 것에 대한 한계를 인식시키고 창조적으로 모방할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었다.

 

협의하기의 과정은 아이들이 가장 서툴고 가장 어려워하였다. 학교의 수업 문화와도 많은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  자신의 생각을 많은 수의 동료들에게 전달하는 것

  >  상대를 설득하는 것

  >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타당성을 판단하여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

  >  생각이 다른 경우 대안을 제시하는 것

  >  전체 과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협의 과정에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

  >  교사에 의존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것

 

  이런 부분들이 앞선 4년 동안의 수업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아 아이들이 힘들어 했다고 생각한다. 수업 중의 가상상황이 아니라 실제적인 문제해결 상황이기에 국어와 사회, 도덕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들이 적용되기 힘들었던건 아닐런지... 상당히 많은 다툼이 있었고 교사의 중재도 많이 필요했다. 툭하면 물마시러 가거나 화장실을 가겠다고 내빼던 남자애들...어쩔거냐... 탐구 및 표현하기 단계가 '기다림의 시간'인 까닭은 협의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의 어색한 협의과정은 점차 익숙해지고 협의에 임하는 아이들의 태도도 조금씩 좋아졌다.

 

별 대단치 않은 장면이라 보일 지 모르겠지만 이정도 협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움직임 메모하기는 처음부터 계획된 내용은 아니었지만 수업을 진행하며 필요를 느껴서 전체적으로 수행하도록 하였다. 창작 강강술래에서 사용한 음악이 3분 35초정도의 길이였기 때문에 아이들의 기억을 도울 무언가가 필요했다.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내는 아이들이나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 모두 동작들의 연결을 기억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움직임을 메모하는 활동은 형식 없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였다. 그것은 그림이든, 글이든 그 둘의 조합이든 관계없이 아이들이 기록하기 편하고 읽기 편한 방식으로 작성하도록 하였다.

 

아이들의 움직임 메모 중에서...글씨가 괴발새발이어도 관계없다.

 

아이들의 움직임 메모 중에서...포스트잇을 활용하여 중간에 수정된 부분을 떼고 붙이기도 하였다.

 

아이들의 움직임 메모 중에서...아이들의 진지한 노력이 엿보인다.

 

연습하기 및 교사의 조언듣기의 과정에서 아이들의 태도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창의적으로 안무를 꾸미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고된 일이기 때문에 적절한 교사의 개입과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은 강강술래 대형 안에서만 경험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을 스스로 그릴 수 없다. 뿐만아니라 표현활동에 대한 경험이 제한적이라 멋들어진 내용이 나오기도 어렵다. 아이들의 노력과 고생에 대해 멋진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모든 안무는 아이들이 만드는 것이지만 교사가 조금 손을 봐주면 한 단계 이상 비약된 멋진 장면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리고...모둠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아이디어가 안 모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교사가 초반 안무를 짜는데 도움을 주면 그때부터 굴린 눈덩이가 불어나듯 나머지 부분들이 해결될 수도 있다.

 

  연습을 시키는 가운데 경험적으로 알게된 방법 중 하나는 아이들이 큰 소리로 이어질 동작을 말하게 하는 것이다. 3분 35초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 모둠의 모든 아이들이 동작을 순서대로 정확히 기억하기 힘들다. 따라서 모둠의 대표가 큰 소리로 구령을 하거나 다음에 이어질 동작을 준비시킬 수 있다. 또 하나는 아이들의 움직임을 '걸음'단위로 연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전을 할 때 한바퀴나 두바퀴와 같은 단위가 아니라 시계방향으로 8걸음, 반시계방향으로 16걸음과 같이 각각의 아이들이 '작은 그림'에서 이해할 수 있는 움직임으로 서술되어야 한다.

 

동영상 촬영을 통한 자기점검하기는 꼭 필요한 활동이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수행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 학급에 두 개 모둠씩 나누었기 때문에 한 모둠이 수행할 때 다른 한 모둠이 촬영해주는 방식으로 서로 다른 2~3곳에서 다른 각도로 촬영하게 하였다. 내 수업의 경우 '탐구 및 표현하기'의 2/3지점에 했다. 두 모둠의 촬영을 모두 마치고나서 모둠별로 영상을 관찰하고 수정해야할 부분을 협의하게 했다.

 

촬영하는 학생의 모습


 

자신들의 강강술래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는 순간


  

 

4. 마무리하기(9차시)

 

  보통의 프로젝트학습이라면 마무리하기 단계에서 결과물을 발표하겠지만 기획 자체가 전체 참가 모둠에 대한 평가활동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발표 대신 촬영하기를 마무리하기 단계로 보았다. 전체 7학급의 학생들을 모아 '라이브'로 공연하는 것보다 '동영상'을 보는 것이 기획의도에 미루어볼 때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촬영하는 날에는 2번의 리허설 기회를 준 뒤 모둠별로 촬영했다. 영상은 삼각대에 고정시킨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했다. 촬영 결과는  '1반A', '2반B'와 같은 식으로 저장했다.

 


 

5. 평가하기(10차시)

 

  평가하기에서는 영상 감상하기, 반성 및 자기평가, 동료평가로 활동을 구성했다. 평가는 각 반 교실에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전체 팀의 영상을 보여주고 평가하게 하려고 했지만 시간의 부족으로 각 반별로 3반씩만 평가하게 했다. 1반은 자기 반을 제외한 나머지 세 반(2,3,4반)을, 2반은 그 뒤의 세 반(3,4,5반)을 평가하는 식으로, 각 모둠별로 3개 학급의 평가를 받게 하였다. 평가는 창의성, 심미성, 협동을 기준으로 하였고 감상한 6개 모둠 중 순위를 매겨 3개 모둠에게 스티커를 한 장 씩 주기로 했다. 장난스러운 참여를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대단히 진지한 태도로 평가를 하는 뜻 밖의 모습에 놀랐다. 진지하면 진지잡수세요- 우리 학교엔 나빼고 다 어른인가...내가 그간 애들을 너무 '애 취급' 했었나보다.

 

 

자기 모둠의 강강술래 영상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진지한 태도로 다른 모둠의 강강술래 평가하기



아이들이 평가한 내용. 평가와 평가 후 소감도 함께 했다.

 

평가를 바탕으로 스티커 붙이기

 

최종적으로 평가된 각 팀의 성적

 


 

내가 수업을 다시 한다면...


  표현활동 수업에 대해 자신감을 얻게 된 한 달이었지만 아이들이 창작의 고통을 받은 만큼 나는 '기다림의 고통'을 견뎌야 했다. 수업 방법의 진보를 위해 고민할 것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아이들의 준비도를 높이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다. 준비하기 단계에서 한 차시를 더 배정해 다른 강강술래 동영상으로 보고 '그대로 따라하기'를 했어야 했다. 그저 영상은 영상대로 보고 '니들이 창의적으로 꾸며봐라'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고, 교사의 '기다림의 고통'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 창작 표현활동은 말 그대로 '눈덩이' 굴리는 것과 많이 닮아 있어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처음에 몇가지 동작을 꾸미는 것이 많이 어렵다. 내년에 수업을 한다면 초기에 모방의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겠다.

  또 하나의 문제, 강강술래를 창작하는데 자료가 충분치 않았다. 영상을 보고 일정부분 모방하고 참고할 기회가 있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해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했다. 수업을 개시하기에 앞서 아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원이 준비되었어야 했다. 다행인 것은 올해 아이들의 영상 자료가 내년에는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는 점. 내년에는 선배들의 영상을 보여주어야 겠다.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2016학년도 5학년 아이들, 아이들의 강강술래 내용을 편집해보았다.

 

신하초등학교 강강술래 편집본

 

 

평가지와 점수판 파일은 덤이다.


친구들이 만든 강강술래를 평가해봐요.hwp

동료점수판.hwp

 


번외: 수업 중 깨달음

  이번 10차시의 수업을 진행하며 '수업은 도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에게도 도전이지만 아이들에게도 도전이다. 새로운 수업을 위해 어떤 기획하는가는 교사의 고민이 필요하지만 교사의 고민이 깊은 만큼 아이들은 의미있는 경험을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교사 뿐만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교사가 의도한 대로 수업이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담임교사를 오래하며 주지교과 진도 나가기에 급급했던 나에게 아이들을 '기다린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프로젝트학습도 도전이었지만 사실 '기다림'은 더 큰 도전이었다. 한가지 체감한 것은 '잘' 기다리면 아이들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교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