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되돌아보기(4월 2주차~3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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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소년체육대회 경기도 선발전이 끝났다. 올해 총감독으로서의 나의 업무도 여기서 끝났다. 돌아보면 별일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힘들어 했는지...물론 내년에 하라면 역시나 힘들긴 할 것 같지만... 이래저래 정신없이 보내다가 밀린 수업 내용들을 한 번에 정리하게 되었다. 게으름 때문이라고 하기엔 대회가 끝난 뒤로도 대학원 공부나 밀린 학교 일들, 교과서 작업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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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끝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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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주차 수업을 되돌아보건대, 발야구를 발야구 그대로 가르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있었다. 올 해 5학년은 특이하게도 공을 차본 경험이 적은 아이들이 꽤 많았다. 차는 것이 서툰데 과연 발로 차는 야구형 게임을 통해 전략과 재미를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상당 부분 계획을 수정하였다. 아이들에게 좀 더 익숙한 동작인 '던지기'를 활용하여 야구형 게임의 규칙과 전략을 이해하도록 한 뒤 '발로 차는' 야구를 하도록 수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복잡한 야구형 게임의 규칙을 한번에 가르치지 않고 단계적으로 규칙을 더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규칙을 숙지하고 규칙에 따른 전략들을 익힐 수 있도록 수업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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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시 수업 개요
-준비사항: 배구공 2모둠당 1개, 라바콘 3개로 만든 던지기야구 경기장 -준비활동: 강당을 빠르게 걷기 -본활동: 가. 던지기 야구1 복습 |
장기간의 출장으로 인해 지난 주 활동을 다시 한 번 복습해야 했다. 지난 차시 수업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클릭하면 커지는 사진은 포스팅 맨 아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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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한 내용을 차근차근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재능 낭비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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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발야구 수업에서 3점 교대 규칙을 적용하였다. 3아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3점을 득점하면 공격과 수비의 역할을 바꾸는 규칙이다. 이것은 양팀의 실력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큰 점수차를 막고 양쪽팀이 양(量)적으로 공격과 수비의 경험을 균형있게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용한 것이다. 나는 이것으로 큰 점수차로 인한 의욕 저하를 막고, 양팀이 공격과 수비의 전략들을 골고루 익히는 것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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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시 수업 개요
-준비사항: 배구공 2모둠당 1개, 라바콘 3개로 만든 던지기야구 경기장 -준비활동: 강당을 빠르게 걷기 -본활동: 가. 던지기 야구 2 |
던지기를 이용한 활동을 두 번째로 진행하였다. 던지기 야구 2 수업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클릭하면 커지는 사진은 포스팅 맨 아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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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지기 야구 2는 던지기 야구 1에서 익힌 야구형 게임의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베이스에서 베이스로 건너가는 '주루'와 1루수, 2루수, 포수에게 송구를 하여 공격팀을 아웃시키기를 익히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이 수업을 통해 나는 아이들이 외야수의 위치에서 1루수와 2루수, 포수에게 정확하게 공을 전달해야 하는 까닭을 이해하고 공격팀의 상황에 따라 어느 베이스로 송구를 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를 이해하길 기대했다. 또, 간단한 규칙으로 타자가 베이스를 한 칸씩 이동하는 야구형 게임의 독특한 방식을 남녀 모든 아이들이 알기를 바랐다.
이번 수업에서는 성별로 학급을 나누어 진행했다. 남학생을 2개 모둠으로, 여학생을 2개 모둠으로 각각 나누어 남학생은 남학생끼리, 여학생은 여학생끼리 게임에 참여하도록 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하게 되면 남학생들이 활동기회 독차지하는 일이 많다. 그런 경우 여학생들의 소외나 불성실한 참여가 나타날 수도 있기에 항상 경계하는 편이다. 물론 여학생들도 야구형게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갈등상황을 경험하여 전략을 이해하게 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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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공은 무게가 있어서 비거리가 길지만 맞았을 때 큰 위험은 없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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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인지 2루인지...어디에 줘야 할지 두리번두리번. 실수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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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들에게 쉬워서 흥미를 못느낄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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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시 수업 개요
-준비사항: 폼볼 2모둠당 1개, 라바콘 3개로 만든 던지기야구 경기장 -준비활동: 강당을 빠르게 걷기, 팔벌려 높이 뛰기 -본활동: 가. 연습 발야구 1 |
드디어 아이들이 발로 찰 수 있는 야구형 게임 수업을 진행하였다. 연습 발야구1 수업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클릭하면 커지는 사진은 포스팅 맨 아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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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업은 실제로 공을 발로 차서 정확한 방향으로 멀리 차는 공격 방법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규칙을 추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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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워진 공을 찬다: 아직 차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공을 바닥에 세운 상태에서 차게 하였다.
-3번의 파울을 하면 아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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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업에서 배우는 것이 별것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형게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1차시에서 모두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실제경험에서 스스로 경험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실제적인 상황에서 교사가 규칙이나 전략을 알려주는 것이 야구형게임의 특성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가르침이 될 것이라는 나의 믿음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번 수업에서는 배구공 대신 폼볼을 사용하였다. 폼볼은 강하게 맞아도 거의 다치지 않는다는 점 뿐만아니라 공을 강하게 차면 발이 닿는 지점과 관계없이 누구나 멀리 차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하나의 장점은 말랑해서 누구나 겁을 먹지 않고 공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공을 못차는 아이들도 폼볼을 멀리 차 보낼 수 있다. 굳이 폼볼을 사용한 것은 축구를 못한다고 해서, 단단한 공을 받는 것이 두렵다고 해서 야구형 게임의 특징과 전략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 안되면 되게 화나!
모자이크 했으나 대충 상호는 짐작하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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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수업 중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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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모두를 위한 체육 만들기: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말을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적이 있다. 체육수업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웃는 모습, 신나는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워 한다. 그러나 전체를 둘러볼 때 그것은 교사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체육수업이 혼란스럽고 어려워서 가끔 배가 아프고 싶고, 발목이 찌릿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체육수업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꼼꼼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잘하는 아이들은 잘하는 대로, 서툰 아이들은 서툰대로 새롭게 배우고, 팀에 기여하는 보람을 경험하고, 몰입으로부터 즐거움도 느껴야 한다.
2.스텝 바이 스텝: 한걸음씩 단계별로 익히도록 하는 데에는 교사의 느긋함과 친절함이 필요하다. 야구형 게임을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느낀 것은 느긋함과 친절함이 드러난 체육수업이 아이들 전체에게 수업 다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한다는 것이다. 예년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발야구는 갈등의 씨앗이며 체육수업 중에 나타난 대부분의 다툼의 원인이었다. 규칙이나 전략을 익히기에 너무 시간이 부족하였고 어떤 아이들에게는 기능 또한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발야구를 가르치는 데 던지기야구를 한다거나 규칙을 조금씩 조금씩 더해가며 가르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못마땅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담컨데 단계적으로 느긋하고 친절하게 설계된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게임의 규칙과 전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소외되는 아이의 수는 훨씬 적을 것임은 너무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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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보이는 분들을 위한 '클릭하면 커지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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