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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수업일지

[한선생의 체육잡설] 수업되돌아보기(3월 5주차) : 도전활동-멀리던지기 6~8차시

수업되돌아보기(3월 5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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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상 꿈나무 선발대회가 끝나면 조금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경기도대표 선발전으로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단장으로 초중학교 선수들을 모시고 경기를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4월 9일에 출발하는데 600여만원의 예산은 4월 6일부터 쓸 수 있게 될 것같다는 교육지원청으로부터의 연락은 매우 절망적이었다. 느닷없이 근 한달 동안 1000만원이 넘는 예산을 처리해야 하는 업무부담을 행정실에게 주는 것도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차량섭외, 인솔교사 섭외, 여행자보험 등의 사소한 것까지 모두 처리해야 하는 와중에 대학원 공부도 정신 없고...학교 업무는 말할 것 없다.

 

 

 

나는 업무(業務) 말고 없무(無務)를 바란다!!!

 

 

  그래도 수업은 해야 한다는 결론!! 요즘 수업하는 것 빼고는 재미있는 게 없다는 내가 생각해도 참 낯 뜨거운 헛소리로 포스팅을 시작한다. 이번 주는 플라잉디스크 멀리던지기를 위한 디스크던지기 적응활동(6차시)과 디스크 멀리던지기, 중단원 평가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사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교과서에는 멀리던지기와 관련하여 플라잉디스크를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마음대로(?) 재해석하고 초등학교에서 자주 사용되는 플라잉디스크를 중단원 활동으로 포함했다. 물론 학생들의 흥미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6차시 수업 개요

-준비사항: 수업세팅(3X3 빙고판), 2가지 색의 플라잉 디스크 모둠별로 5개 이상, 라바콘, 모둠별 경기결과 기록지와 볼펜

-준비활동: 4인 1조로 플라잉 디스크 주고 받기

-본활동:

  가. 플라잉디스크 빙고

 

 

 

 

 

 

 

 

 

 

 

  6차시는 플라잉디스크를 던지는 것에 대한 적응활동을 했다. 먼저 준비활동으로 4인 1조로 사각형 대형으로 서서 시계방향으로 던지고 받기 활동을 시켰다. 준비활동은 교사가 운동장에 나타나기 전에 자율적으로 하는 활동이다(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49).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안전하고 게시판에 적힌 글만으로 충분히 파악하여 학생들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으로 기존의 정형화된 준비운동을 대체하고, 본 수업활동으로의 더 강한 몰입을 유도할 만한 활동이다.

  이번 차시의 핵심은 플라잉디스크 던지기에 적응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본 활동은 플라잉디스크를 이용한 빙고게임이다. 대각선을 포함하여 한 줄을 먼저 만들면 1점을 얻고, 주어진 시간 내에 상대모둠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으면 경기에서 이기는 활동이다. (왠지 투호의 변형같은 느낌이...)이 활동을 위해서 나는 6개 모둠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디스크빙고 경기장을 세개 만들었고, 라바콘으로 던지기 지점을 표시한 후, 분홍색 디스크와 주황색 디스크를 양 쪽에 쌓아 놓았다. 경기 규칙은 다음과 같다.

 

1.각 모둠은 번갈아가며 사각형 안에 디스크를 던져 넣는다.

2.디스크가 선에 닿은 경우 디스크의 중앙이 선을 관통하는지 여부에 따라 인(in)인지 아웃(out)인지 판정한다. 선을 관통하는 경우 아웃이다.

3.던져진 디스크의 위치는 최초 낙하지점이 아니라 디스크가 정지된 지점이다. 바닥에 끌리거나 디스크가 굴러가다 바닥에 멈추어선 지점이라는 뜻.

4.상대편이 차지하고 있던 칸 안에 디스크를 던져 넣으면 상대편의 디스크는 아웃이 된다.

5.먼저 한 줄을 차지하면 1점을 얻게 되며, 빙고판 안의 디스크를 모두 치운 뒤 다시 시작한다.

6.주어진 시간(약 5분) 안에 많은 점수를 얻은 팀이 승리한다.

 

  이 활동의 가장 큰 재미요소는 4번 규칙이다. 상대편이 한 줄을 먼저 차지하기 전에 방해를 하는 동시에 자기 편이 한 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차례가 아니더라도 같은 모둠 친구들과 어디를 겨냥하여 던질 지 함께 고민하고 정확히 던지길 응원하게 된다. 경기가 끝나면 함께 경기하지 않았던 새로운 상대모둠을 찾아 다시 경기를 즐긴다. 수업 1차시 동안 대략 3~4개의 상대모둠과 함께 경기를 하게 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던지기에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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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곳의 경기장을 동시에 운영.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운영 상 팁을 제시한다면, 상술한 규칙을 분명히 이야기하더라도 첫 판의 게임에서 규칙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해 다소 버벅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첫 판은 정확히 5분을 제시하기 보다는 7분 이상 소요된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이 규칙을 충분히 익히도록 해야 한다. 교사가 이 경기장, 저 경기장을 찾아 다니며 규칙을 다시 설명하거나 규칙을 숙지하지 못해 생기는 아이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또하나, 학생 수가 적거나 학교에 훌라후프가 충분하다면 빙고판을 그리는 것보다 훌라후프 9개로 대체할 수도 있다. 생각보다 빙고판을 그리는 것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플라잉디스크가 무거운 경우 디스크와 충돌해 빙고판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 운동장이라면 매번 흐트러진 것을 바로 잡아야 하며, 실내체육관이라면 테이프로 바닥에 고정할 수도 있다.

 

 

 

 

7차시 수업 개요

-준비사항: 40여미터 간격으로 마주세운 라바콘 5쌍, 디스크 골프를 위한 5개의 홀(훌라후프+라바콘), 모둠별 디스크골프 기록지와 볼펜

-준비활동: 점프볼 4번 치기

-본활동:

  가. 플라잉디스크 던지고 달리기

  나. 디스크 골프

 

 

 

 

 

 

 

 

 

 

멀리던지기 대망의 마지막 차시. 아이들 중 몇몇이 그랬다.

 

 

"선생님, 저희 언제까지 던져요?"

 

  이제 이런 불만도 끝이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업에 몰입했지만 몇몇 아이들의 이런 말에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 여러 가지 움직임과 조작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교육과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서른 살까지도 작은 공을 어떻게 던지는지 몰랐다. 아이들 가르치기 위해 야구공 던지는 연습 동영상을 보고 혼자 연습을 해서 조금 이해하게 된 수준이다. 나는 야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서 기초적인 움직임을 배우지 못한 채 아나공식의 방임형 체육수업을 받은 구시대적 체육교육의 피해자였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제대로 된 체육교사를 만나 그들의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체육에 대한 교양인'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피구나 축구로 상징되는 놀이 중심의 체육의 한계와 문제점을 명확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던지기를 7차시까지 끌고 왔다.

  이번 차시의 핵심은 플라잉디스크를 가능한 멀리 던지는 것이다. 첫번째 활동은 40여미터 간격으로 세운 콘을 두고 콘 앞에서서 최대한 멀리 디스크를 던지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교사의 호루라기 신호에 따라 디스크를 한번 멀리 던지고 전력질주하여 디스크를 줍고 반대편 라바콘으로 달려가 줄을 서는 것이다. 이번 수업에 사용된 디스크는 디스크 골프용으로 제법 단단해 얻어맞는 경우 크게 다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첫번째 활동에서는 부득이하게 학생들 사이의 간격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적인 통제를 따르게 했다. 마치 군대 사격훈련처럼 학생들은 교사의 신호에 따라 던지고 뛰어야 했다. 이러한 연습은 개인 별로 여섯번 정도 했다. 디스크를 멀리 던질 때 주의할 점은 다른 투척물체를 던지는 각도와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물체들은 보통 45도 각도로 던져야 멀리 나가지만 플라잉디스크는 수평보다 아주 약간 위로 던져야 멀리 날아간다. 오히려 지나치게 위로 던지면 디스크의 회전때문에 디스크가 높게 올라갔다가 그 자리에 떨어지거나 다시 되돌아오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학생들에게 던지는 각도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

 

 

 던지고 달린다. 다음 줄 아이들이 곧바로 던질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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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장을 부리던 한 여학생. 이럴 땐 버럭 호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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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활동으로 디스크 골프를 했다. 활동지를 나누어주고 준비된 5개의 홀을 돌며 몇번만에 처음 위치로 되돌아오는 지 기록하게 하였다.각 홀당 몇타를 했는지 기록하게 한 뒤 합계가 얼마인지 계산하게 하였다. 음수의 개념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굳이 마이너스 몇타, 플러스 몇타를 기록하게 하지는 않았다. 이 활동을 위해 학급을 다섯 모둠으로 나누고 각 모둠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며 던지도록 하였다.

 

 

모둠마다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경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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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케쳐가 있지만 학교에 두 대인 관계로 훌라후프+라바콘으로 대체했다. 훌라후프 안에 들어가거나 라바콘을 맞추면 홀 안에 들어간 것으로 인정했다.

 

  운영상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모둠의 모든 학생이 던지고 나서 자신의 플라잉디스크가 떨어진 지점으로 간다. 안그러면 다른 친구가 던진 디스크에 맞는 경우가 생긴다(이게 가장 중요하다).

2. 타순은 되도록 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사람부터 차례대로 던진다.

3. 모둠 전체가 홀에 디스크를 던져 넣었을 때 다음 홀까지의 경기를 진행한다. 반드시 모둠 단위로 움직인다.

4. 앞선 모둠이 홀에 넣기 전에 먼저 홀에 넣지 않는다. 따라잡아 순서가 엉켜버리면 전체적인 게임 진행이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8차시 수업 개요

-준비사항: 평가지, 학생별 교과서 및 색연필, 필기도구

-본활동: 중단원 평가

 

 

 

 

 

 

  오픈북 시험이고 평가 중에 친구들과 협의가 가능하게 했다. 평가에 대해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나는 굳이 줄세우기 평가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교사로부터 아이가 시험지를 받았을 때 얼마만큼을 알고 있는가보다는 시험지를 교사에게 제출했을 때 최종적으로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를 평가하고 싶기 때문이다. 당연히 책을 참고하거나 친구에게 물어보는 것을 허용했다. 아이들에게는 네 가지 자원을 활용하게 했다.

 

 

                    1.교과서의 내용

                    2.친구들이 알고 있는 것

                    3.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했던 것

                    4.수업경험으로부터 얻어진 나만의 노하우

 

  평가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체육수행평가지.hwp

 

 

 

 

 

 

아이들의 진지한 수업 태도는 언제봐도 뿌듯하다.

 

 

 

한 학생의 수행평가 결과물

 

 

 

 

 

번외: 수업 중 깨달은 것

 

  좋은 체육수업이란 무엇일까? 여러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으로는 "편식하지 않기"의 관점을 주장하고 싶다. 나는 담임교사를 하면서 여러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과 향, 질감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 알러지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반찬을 남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신체 움직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에 제시된 것이 비록 지루하거나 단순해 보일지라도 움직임 경험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생각해볼 때 결코 대충하고 넘어갈 것들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교육과정을 철저히 무시한 채 진행되는 놀이체육 수업과 스포츠클럽적인 스포츠 중심 수업(이라고 쓰고 아나공이라고 읽는...그것이 넷볼이건, 플로어볼이건, 배드민턴이건...)을 경계한다. 체육은 즐거운 것이 다가 아니다. 단순한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에 몰입하게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그걸 가르치는 것에 대한 자신이 없고, 그러한 활동을 아이들이 싫어하거나 지루해 할 것이 두려워 피한다면 우리는 결코 운동을 잘하는 비교육자에 대한 전문성을 가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