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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수업일지

[한선생의 체육잡설] 수업되돌아보기(4월 1주차) : 경쟁활동-발야구 1~2차시

수업되돌아보기(4월 1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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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7시 30분 쯤 출근한다. 일찍 집을 나서면 도로로 시원하게 뚫려 있다는 점도 좋지만 학교에서의 하루를 차분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수업에 필요한 환경을 세팅할 때 아주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보통은 하루를 예상해보고 여덟시쯤 세팅을 하는데 이번 주 언젠가 학교를 둘러보니 벚꽃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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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대회와 함께 어느덧 나의 3월은 기억조차 없이 사라졌다...슬프다...ㅠㅠ 그래도 다행인건 이번주말부터 다음주 화요일까지 대회만 출전하면 교육지원청과 관련된 육상 업무는 거의 종료된다는 것이다. 많이 지쳤고 허둥댔고 사람들 때문에 화도 났지만 여정의 마지막에 도달하니 왠지 그간의 감정도 정리될 것만 같다. 하지만 은혜와 원수는 절대 잊지 않는게 사나이의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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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세운 연간지도계획에 따라 던지기 도전활동에 이어 발야구를 지도하기로 하였다. 발야구와 관련한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을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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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한 필드에서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가며 공격 시 상대편이 받기 어려운 곳으로 공을 보낸 후 정해진 구역을 돌아 점수를 얻는 필드형 경쟁의 의미와 특성을 이해한다.
-필드형 경쟁 활동에 참여하면서 기본기능(치기, 공 던지고 받기 등)을 습득한다.
-필드형 경쟁활동의 게임전략(빈 곳으로 공 보내기, 위치선정, 구성원 간의 협력 등)을 이해하고, 게임 활동에 창의적으로 적용한다.
-필드형 게임에 참여하면서 잣니에게 주어진 역할을 알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자기 책임감'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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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나는 아이들에게 중단원 주제를 이렇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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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발야구의 기본 전략을 배우고 다른 반 친구들과 함께 발야구 게임을 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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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원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계획을 세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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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시: 발로 공차기에 익숙해지기

2차시: 던지기에 익숙해지기/던지기 야구로 필드형게임의 기초 전략 익히기

3~4차시: 땅볼발야구로 이어서 주루하기의 개념과 1,2,3루 수비의 기본개념익히기

5~7차시: 작은 경기장에서 발야구 규칙익히기

8차시: 발야구 리그전 규칙 알기, 리그전 준비(타순, 수비수 정하기, 응원도구 만들기 등)

9차시~: 반별 리그전 운영.

 

1차시 수업 개요 

-준비사항: 축구공 2명당 1개
-준비활동: 2인 1조로 발로 공을 주고 받기
-본활동:
  가5미터 떨어진 곳에서 인스텝킥과 인사이드킥으로 땅볼 패스하기
  나. 골대에 공을 힘껏 차기
 

 

  1차시 수업의 핵심은 공을 정확히 차는 것이다.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정확한 위치에 디딤발을 두고 공을 차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5학년 학생들의 축구 경험은 평범한 수준의 기대에 못미친다. 공을 찰 줄 모르는 아이들이 90% 이상이다. 발야구를 공격과 수비라는 두 영역으로 나누었을 때, 공을 정확하고 강하게 차는 것은 공격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수준을 보았을 때, 강하게 차는 것은 나중의 일이고 정확한 자세로 차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다.

  나는 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딤발의 위치를 바로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아이들의 공 차는 자세 가운데 가장 큰 문제가 디딤발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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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을 찰 때 디딤발은 공 바로~ 옆이야. 디딤발의 위치는 어디라고?"

  "공 바로~ 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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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다. 그리고 시범을 보이겠다는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멀리 떨어뜨리고 공을 주고 받았다. 시범 보이는 아이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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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저 친구 디딤발 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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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시범보이는 아이는 디딤발의 위치를 잘못두었다. 아이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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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딤발 위치가 어땠지?"

  "공 옆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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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시범을 보이는 아이에게 큰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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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이 디딤발의 위치를 어디에 두어야 한다고 그랬지?"

  "공 바로~ 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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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는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거의 모든 경우 머리로 안다고 곧바로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써 나는 아이들에게 연습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바로 2열 종대 대형에서 디딤발의 위치를 바로하고 공을 차는 연습을 시켰다. 공을 세운 뒤 공으로부터 큰걸음으로 한 걸음 떨어진 지점에서 디딤발로 뛰어 들어가(1단계) 차는 발로 공을 차고 발을 공을 보내려는 방향으로 쭉 뻗는 팔로우 스윙(2단계)까지 두 박자로 차는 연습을 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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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딤발 딛는 연습이 충분히 된 다음 골대에 공을 강하게 차도록 했다. 골대 두 개를 남학생용, 여학생 용으로 나누어 사용했다. 골대에 차게 한 이유는 네트에 공이 걸리게 하면 공을 찬 뒤 아이들이 공을 주으러 멀리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통제가 힘듦에도 골대로 나눈 것은 최대한 연습의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은 남녀로 나뉜 상태에서 2열 횡대로 슈팅 연습을 했다. 공을 차는 연습 기회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일제히 차고 일제히 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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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열학생들이 줄대표의 신호에 따라 동시에 공을 찬다.

2. 모두 공을 차면 공을 주워 처음 위치에 세운다(공에 얻어 맞아 다치지 않도록 반드시 모든 학생은 일제히 공을 차고, 모두 찬 뒤에 공을 일제히 줍도록 지도한다).

3. 1열학생들은 뒤로 빠지고 2열학생들이 줄대표의 신호에 따라 공을 찬다.

4 .모두 공을 차면 공을 주워 처음 위치에 세운다. (계속하여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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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대표는 손을 들고 친구들이 공으로부터 큰걸음 하나 만큼 떨어져 있는지 확인한다.

 

 모두 준비가 되면 줄대표는 팔을 힘껏 내려 공을 차라는 신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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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와 함께 일제히 공을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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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시 수업 개요 

-준비사항: 축구공 2명당 1개, 라바콘 3개로 만든 던지기야구 경기장
-준비활동: 2인 1조로 공을 던져 주고 받기
-본활동:
  가다양한 방법으로 공을 주고 받기(굴리기, 두 팔을 뻗어 가슴높이로 공 던지기,팔을 휘돌려 한 손으로 공 던지기: 머리 위로 던지기)
  던지기 야구게임
 

 

  2차시 수업의 핵심은 공을 정확히 주고 받는 것야구의 기본 전략을 익히는 것이다. 공을 주고 받는 세 가지 방법을 지도할 때 아이들은 단순한 활동이라고 여기고 대충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나는  공을 정확히 주고 받는 것이 필드형 게임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설명을 해야 했다. 피구에서 공을 잘못 던지고,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은 게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발야구나 야구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대량 실점을 유발하고 경기의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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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던지기 상황과 받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건만 제대로 안하는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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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지기 야구는 필드형 게임의 공격과 수비의 기본 전략을 익히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했다. 공격의 기본 전략인 '수비수가 잡기 어려운 방향과 위치로 공을 치기'와 '빠르게 주루하기', 수비의 기본 전략인 '정확히 받고 정확히 공을 보내기'를 익히도록 하였다. 규칙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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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격모둠은 공을 받기 어려운 위치로 던지고 두 베이스(라바콘)를 지나 홈으로 들어와야 한다. 단, 던져진 공은 두 베이스 사이를 지나야 하며, 밖으로 던지면 파울이 선언되고 다시 던진다.

2. 수비모둠은 공격 모둠이 던진 공을 잡아 홈 베이스에 있는 포수에게 전달해야 한다.

3. 공을 던진 후 포수에게 공이 전달 되기 전에 공격한 주자가 처음 위치인 홈베이스에 도착하면 1점을 얻고, 공이 포수에게 먼저 전달되면 아웃이 된다.

4. 3 아웃이 되거나 한 팀이 한 차례(회)에 3점을 얻게 되면 공격과 수비의 역할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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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단순한 규칙이지만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필드형 게임을 익히게 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회 3점을 얻으면 공격과 수비의 역할을 바꾼다거나 파울이 선언되도 패널티 없이 다시 던지게 한 이유는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 규칙을 단계적으로 익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굳이 차는 것이 아니라 던지기를 하도록 한 이유는 차기 동작이 서툰 아이들도 전반적인 게임의 흐름을 이해하게 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잘 차지 못한다는 이유로 필드형게임의 여러 상황들을 골고루 체험하지 못한다면 결국 발야구 단원이 끝날 때 까지 정확한 규칙과 전략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태로 남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다음 차시까지도 "던지는" 야구로 필드형 게임의 규칙을 익히게 할 생각도 있다.

  필드형 게임 규칙은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어렵다. 전체 아이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즐거움 뒷편으로 규칙이나 전략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상처를 받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다(한상모, 2015 : 이건 내 학위논문 쓰면서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이다!). 따라서 이어질 수업 차시에서 던지기 야구의 규칙에 조금씩 몇가지 규칙들을 더해 최종적으로 완전한 규칙으로 발야구 경기를 경험하게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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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지기 야구의 한 장면. 발로 차는 것보다 필드형 게임을 익히는 것이 먼저!

 

  비가 오는 관계로 3차시 수업은 신체검사를 했다. 키, 몸무게, 시력 측정을 해야하는데 담임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내가 대신 해 주기로 했다. 세 가지를 40분 내에 소화할 수 있겠냐는 선생님들의 걱정도 있었지만(사실 내가 제일 걱정했지만...;;;) 4개 학급에 대해 40분 안에 모두 끝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라는 올림픽 정신 덕분이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키-몸무게를 잴 때 반별로 경쟁을 붙여버렸다. 회장과 부회장들의 인솔과 나머지 아이들의 협동을 지시했고 나는 측정 자세 교정과 기록에 전념했다. 별것 아니지만 아이들은 반대항 경기 분위기가 조성되어 덕분에 빠른 측정이 가능했다. 어찌보면 세상 모든 것이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모 스포츠브랜드의 카피가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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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이 기록을 깨는 학급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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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수업 중 깨달음

 

  이번 수업에서 1차시 수업은 잘못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기 기능보다 필드형 경기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수업을 먼저 했어야 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던지기 야구를 하면서 중단원 계획을 수정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차시에서 차기 동작이 필요한 땅볼 발야구로 야구 규칙/전략을 점진적으로 지도하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던지기 동작으로 야구 규칙/전략을 점진적으로 익히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온전하게 이해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수업은 언제든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특히 아이들의 학습 수준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건 수학이나 영어 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의 학습 경험을 예민하게 감지해 낼 수 있는 체육교사라면 충분히 고민해 만든 계획이라고 할지라도, 그 노력이 아깝다고 할지라도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