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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수업일지

[한선생의 체육잡설] 수업되돌아보기(4월 5주차~5월 1주차, 발야구)

  발야구의 규칙과 전략을 익힌 7개의 학급 아이들을 데리고 5일에 거쳐 리그전을 운영하기로 했다. 학급 대항 경기의 중요한 골치거리는 경쟁과 협동에서 나타나는 갈등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발야구를 익히는 여라 차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도를 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시간표를 맞추는 일이다. 일곱개 반이 시간표가 서로 다르고 체육 말고도 전담교사의 수업이 음악, 영어가 더 있어서 최대한 짧은 기간에 경기를 모두 마치기 위해서는 머리를 굴려야 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전담 체육수업이기 때문에 사실상 학급 교육과정 상 체육이 아닌데 체육을 하는 학급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체육수업은 나만 하게 되어 있고, 내가 한 학급을 지도한다고 하면 다른 학급은 담임이 다른 과목을 지도할 시간에 체육을 하러 나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 그렇다. 나는 파괴신, 교육과정 다 부숴준다. 시간을 빼는 데에도 담임선생님들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도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되었든, 아이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주기 위해 리그전을 운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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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그전은 학급 대 학급의 경기로 진행되는데 남학생들은 남학생끼리, 여학생들은 여학생끼리 경기하도록 하였다.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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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닝 A반 여자 vs B반 여자

2이닝 A반 남자 vs B반 남자

3이닝 A반 여자 vs B반 여자

4이닝 A반 남자 vs B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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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식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리그전에 앞서 아이들에게 몇가지를 준비하도록 하였다.

  첫째는 역할표 작성이다. 역할은 남학생 타격 순서와 여학생 타격 순서, 심판역할 정하기를 포함하였다. 타격 순서를 정하는 이유는 학급 대항 경기이다보니 타격을 못해본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체 15명의 남학생 중 13번째 학생까지만 타격을 한다면 14번과 15번 학생은 타격할 기회가 없게 된다. 따라서 다음 경기에서는 14번 학생부터 타격이 시작되는 식이다. 심판과 관련하여 1루,2루,3루,홈에 위치하는 각 학급의 1명씩의 심판을 지정하게 하였다. 심판의 역할은 아웃과 세이프를 판가름하고, 파울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한정하였다.

  둘째는 응원계획세우기이다. 응원은 리그전의 또다른 재미이다. 리그전을 축제처럼 즐기게 하려고 간단한 응원도구나 응원가 등을 준비하게 하였다. 물론 과열된 응원이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걱정도 들 수 있겠지만 응원의 지침을 명확히 한다면 경기를 한 층 더 즐겁게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지침이라면 상대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내용이나 상대편의 실수를 즐거워하는 내용은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 운영을 해 보았을 때 4이닝의 경기면 40분 수업에 딱 맞는다. 물론 각 이닝에는 3점 교대 규칙이 적용된다. 3점교대 규칙이란 공격팀이 3점을 얻으면 3아웃이 아니어도 공격과 수비의 역할을 교대하는 규칙이다. 빠른 이닝 전환과 큰 점수차이로 멘탈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실제 수업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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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젤에 게시한 선서 내용. 올림픽 선서 내용을 참고했는데 급하게

만드느라 심판 선서는 수정하지 못한 채로 출력했다.

경기결과 게시판. 이것저것 많이 쓰여 있다.

경기 결과에 몇 대 몇으로 누가 이겼다는 내용은 포함하지 않고

몇 반과 몇 반이 함께 경기했는지만 표시했다. 불필요한 경쟁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점수대신 '스마일 '그림을 그려 넣었다.

경기에서 이기거나 비기면 ☆을 표시하였다. 여기에는 표시되지 않았으나

이후 경기에는 스포츠맨십이나 열성적인 응원이 있는 학급에도 ☆점수를 주었다.

역할표는 아이들이 직접 쓴 것을 코팅하여 사용. 스티커를

붙여 다음 경기에서 누가 1번으로 타격을 하는지 표시해 두었다.

 

 

혹시 선서문이나 역할표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파일을 첨부한다.

 

발야구 역할표.hwp

 

선서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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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수업 중 깨달음

  체육수업시간에 학급간 경기를 준비한다면 경쟁과 협동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불쾌한 정서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또는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제일 먼저 교사가 승패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에게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즐거움을 느꼈는지와 어떤 것을 새롭게 알게 되거나 할 수 있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실패 경험에 대해 실패를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무엇을 고쳐야 할지 물어보고 그것을 깨달은 것에 대해 크게 칭찬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아이들이 승패에 관계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참여하도록 수업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경기 결과를 알리는 게시판에 성적을 넣기 보다는 경기를 즐겁게 했다는 상징, 예컨대 스마일 표시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수업 전에 즐겁게, 공정하게, 배우는 자세로 참여하겠다는 선서를 하는 것이나 시합의 시작과 끝에 상대편 친구들과 악수를 하거나 안아주도록 하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내가 지난 경기의 말미에 했던 말을 떠올려본다.

 

"여러분들은 지금 아주 중요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A반과 B반이 함께 발야구 경기를 했습니다. 이것은 두 반 친구들에게는 5학년 체육수업 중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였습니다. 승부를 겨루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만남'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다른 반과 경기를 할 때에는 함께 만났다는 것과 시합에 집중하며 즐거운 순간들을 보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두 반이 만나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입니다.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하든 두 반이 이렇게 즐거운 만남을 갖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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