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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수업일지

[한선생의 체육잡설] 수업되돌아보기(10월 첫째주, 1차시 수업)

  학교장재량휴업일로 9월 30일부터 쉬어 주말과 개천절까지 연속으로 4일을 쉬고 출근을 했더니 정신이 몽롱하다. 아주 놀고 먹었던 것만은 아니었고 공부와 집안일로 바쁘게 지냈음에도...역시 일과 일이 아닌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하루였다.

 

  이번 달 부터는 티볼 수업을 하게 되었다. 지난 학기에 발야구수업으로 이미 필드형 경쟁활동에 대해 경험을 해 본 아이들이었지만 오랜만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에 필드형 경쟁활동의 기본적인 전략과 규칙을 익히는 활동으로 일종의 '주먹야구'로 첫 차시를 시작하였다.

 

1차시 수업 개

-준비사항:  콩주머니 2명당 1개, 스페이스볼 4~5명당 1개, 라바콘 3개로 만든 경기장 모둠 수 만큼 세팅
-준비활동: 점프볼, 콩주머니 던져 주고 받기
-본활동: 간이게임

 

  스페이스볼이 뭔고 하니 이렇게 구멍이 나있고 속이 빈 약간 단단한 재질의 폼볼이다. 츄크볼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던지고 받는 모든 활동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수업에서 스페이스볼을 사용한 이유는...학교에 티볼 전용 공이 몇개 없어서였다. 분명히 여러 셋트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전임자가 어디에 두었는지...찾지를 못해 스페이스볼을 썼다. 그러나 결과는 대만족! 물론 겨울에 이것으로 주먹야구를 하는 것은 비추천...손 깨진다...

 

  이번 수업시간에는 이해중심게임모형을 적용하였기 때문에 본활동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하였다.

 

 1. 간이게임의 규칙 설명하기
 2. 간이게임하기
 3. 간이게임의 공격과 수비 전략 알기
 4. 간이게임 다시 하기

 

 

 

간이게임을 한 장으로 설명한다!

 

  간이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1. 4~5인이 한 조가 되어 공격순서에 따라 돌아가며 공격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수비를 한다.
 2. 공격을 하는 사람은 출발점에 서서 공을 주먹으로 쳐 낸 후 두 고깔을 돌아 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수비하는 사람들은 공을 받아 공격을 하는 사람보다 먼저 출발점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 공격하는 사람이 성공을 하면 1점을 얻고, 수비하는 사람이 성공을 하면 공격하는 사람은 '아웃'이 된다.
 4. 공격하는 사람이 두 고깔 사이로 공을 보내지 못하거나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하면 '파울'이 선언되는데 3번 파울이 선언되면 아웃이 된다.
 5. 공격하는 사람이 1점을 얻거나 아웃이 되면 다음 순서의 사람이 공격을 하게 된다. 이러한 순서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왜 짧은 공격 기회를 주는가?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역할의 최대한 빠른 회전으로 모두가 지루함없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타격의 순간

 

좀처럼 포스팅할 수 없는 설명하는 장면. 공개수업이라 가능한 컷이다.

 

  앞서 이해중심 게임모형을 적용했다고 하였는데, 1차 활동 후에 전략에 대한 설명을 했다. 공격의 기본 전략은 수비가 받기 힘든 위치로 공을 보내는 것이다. 받기 힘든 높이(뻗은 손 위, 아래)나 받기 힘든 방향(수비가 덜 밀집된 곳)을 공략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수비의 기본 전략은 사람 간의 간격을 벌린 '분산'과 공이 수비 라인을 넘어서는 경우 한 사람이 공을 주워 긴 패스로 전달하는 것이다. 앞선 1차 활동에서는 아이들이 주로 공을 주워 홈까지 직접 달려갔다면, 설명을 들은 이후로는 공을 주운 사람이 공을 던져 연결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출발점이나 그 근처에서 공을 이어 받아 아웃시키길 기대했다.

 

시원하게 타격하는 모습

 

스페이스볼을 치는 것은 여학생들에게도 어렵지 않다.

 

 

 

 

번외: 수업 중 깨달음

 

  '단순한 수업 내용으로 최대 효과 거두기'는 나의 체육수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초등학교에서 체육수업은 누구나 가능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교사라면 운동 기능의 제약 없이 누구나 효과적인 수업을 해야 하며, 학생도 개인적인 취향이나 능력에 관계 없이 누구나 즐겁게 배움을 경험하는 수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차시는 아주 단순한 수업이지만 체육수업의 중요한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다.

 

1. 소집단 중심의 활동을 통한 MVPA(Moderate to Vigorous Physical Activity, 적정수준에서 활발한 신체활동) 확보

 

  체육수업의 주제로서 필드형 게임의 가장 큰 맹점은 대기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이다. '공격팀 대 수비팀'이라는 집단 구성의 상식을 깨고 '개인 대 집단'의 집단 구성으로 소집단으로 구성함으로써 모든 학생들이 최대한 많은 신체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단체스포츠에서 많은 경우 학생들 개인에게 주어지는 운동량이 적은 편이며, 특히 운동 기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운동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소집단 중심의 활동은 이러한 움직임 경험의 결손을 방지할 뿐더러 운동량을 늘려준다. 실제로 운동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 체육수업에 소외되던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태세가 전환된다.

 

2. 소집단으로 구성된 모둠을 둘러보며 학습과제의 난도 조정하기

 

  소집단 활동이 가장 좋은 점은 학생들이 소외됨 없이 많은 움직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교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누가 '배려가 필요한 지'를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학생들은 어떤 운동 기능이 부족해 다른 움직임을 배울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공을 차는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발야구에서 주루의 움직임과 전략을 배울 기회조차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과제의 난도를 조정하는 것이 어떤 학생들에게는 발판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소집단 활동은 누가 얼마나 잘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과제의 난도 조정을 쉽게 한다. 과제를 쉽거나 어렵게 하는 것은 수업에 대한 몰입과 의욕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인 상황

 

 

  고깔을 더 멀리, 가까이 두는 방법으로 과제의 난도를 조정할 수 있다. 타격이 좋으면 공격자의 도전의식을 고취하고 수비자들의 과제 난도를 쉽게 하기 위해 고깔을 더 멀리둘 수도 있다. 반대로 타격이 나쁘면 고깔을 더 가까이 당겨 공격이자의 과제 난도를 쉽게 할 수도 있다.

 

 

  또다른 방법으로 두 고깔과 고깔 사이의 간격을 벌려 과제 난도를 조정할 수 있다. 고깔 간격을 좁히면 주루 거리는 짧아지지만 공격자의 타격 허용 범위가 좁아져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고, 수비자들이 공의 방향을 쉽게 예측할 수 있어 공격자의 과제는 어려워지고 수비자의 과제는 쉬워진다. 반대로 고깔 간격을 넓히면 주루거리는 멀어지지만 공격자의 타격 허용 범위가 넓어져 공격 성공률이 높아지고, 수비자들은 공의 방향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져, 공격자의 과제는 쉬워지고 수비자의 과제는 어려워진다.

 

3. 규칙을 조정하여 반복되는 활동에 활력 불어 넣기

 

  이번 수업에서 2차 활동을 진행하는 중간에 학생들에게 출발점으로부터 출발해 한 바퀴를 돌아오면 1점을 얻는 규칙에 더해 두 바퀴를 돌면 2점을 얻는 규칙을 적용했다. 물론 두 바퀴를 돌다 아웃되면 점수는 0점 처리를 하도록 하였다. 같은 활동이라도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규칙을 더함으로써 학생들은 새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는 지루함을 줄이고 활동에 더 몰입할 수 있는 활력을 불어 넣는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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