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석교사 한선생입니다. 전국에 수많은 초등학교 수석선생님이 계시고, 대체로 개성 있는 특기를 가지고 계십니다. 저도 특기라면 특기가 있는데요- 제 특기는 학술연구와 기획, 체육수업입니다. 초등 수석교사에게 기대하는 특기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은 일반적인 기대와는 많이 벗어나 있는 특기이긴 합니다... 여하간에, 초등체육은 업무나 수업 면에서 수석교사 이전에 가장 오래 했던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이 체육 업무나 수업을 편하게 할까 하는 마음으로 꽤 오랜 세월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실제로 교육지원청에서 주관하는 직무연수과정에서 선생님들께 체육수업을 안내해드리기도 했고, 체육관련 연구학교에 맞춤형으로 연수를 기획해 연수하기도 했습니다. 몇년 되긴 했지만, 제 이름을 걸고 직무연수를 기획하고 촬영하기도 했네요. 교사로서 갖는 한결같은 목표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체육수업을 교육적-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가르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수업하는 교사로 남기 위해 수석교사의 길을 선택한 것도 그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각설하고, 저는 많은 연수를 연수생이나 강사로 참여해보았습니다. 기존의 연수들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입니다.
- 단기간에 배우기 힘든 종목 중심의 연수: 속성으로 배우기 어려운 뉴스포츠나 신체활동 종목을 각각 2~3시간 정도 소개하여 15차시 정도의 직무연수로 운영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 산발적인 콘텐츠 소개 중심의 연수: 다양한 놀이 콘텐츠(흔히 말하는 놀이체육) 여러 가지를 2~3시간 정도 정도 소개하는 전학공 성격의 연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최근에는 특정 업체와 연계되어 특이한 교구를 사용하는 활동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연수에 연수생으로서 참여해보기도 했고(유형 1,2 모두), 외부에서 기획한 전체 연수의 한 꼭지를 맡아 강사로 연수해보기도 했으며(유형 1), 연구부장으로서 선생님들의 요청에 의해 기획해 보기도(유형 2) 했습니다. 이러한 연수들은 참여하는 선생님에게 높은 만족감을 주지만 몇 가지 문제를 가집니다. [유형 1]의 경우 단기간에 배워서 실제 수업에 쓰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2~3시간 체험한다고 해서 전혀 체험해보지 않은 종목을 가르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유형 2]의 경우 간헐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여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적용하는데 어렵습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에서 쉽게 구현되더라도 실제 학생들에게 과제를 설명하는 것이나 그룹을 조직해 운영하려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즉, 콘텐츠를 소개하는 연수는 그 콘텐츠를 직접 참여함으로써 교사에게 알아가는 만족감을 주지만, 실제 수업에서 그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저런 유형의 연수들은 대체로 실제 수업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콘텐츠는 이미 유튜브를 검색해도 엄청나게 많이 찾아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유튜브 덕에 학생들에게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을 설명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교실에서 편안하게 영상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 목이 아프도록 설명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초등교사가 체육 수업이 어려운 것은 체육 수업 레파토리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실제로 수업이 어려운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26명의 학생을 데리고 어떻게 안전하게 체육 수업 콘텐츠를 적용할까?"
"짝이 맞지 않는 경우 어떻게 운영해야 체육 수업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다툼이나 갈등이 적으면서도 서로 협력하고 발전하는 수업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까?"
...
이것 말고도 체육 수업이 어려운 이유는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요점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진짜 필요한 연수의 내용은 놀이 콘텐츠가 아니라 운영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운영하는 방법을 알면 체육수업은 아주 간편해집니다. 교사의 교육적 판단에 의거해 교과서의 내용이나 유튜브의 내용 중 어떤 것이든 가져다 본인의 체육 수업에 능숙하게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기존의 콘텐츠 중심의 연수는 운영 방법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그래서 연수에 참여한 교사가 연수를 들은 이후에 몇 가지 기억나는 콘텐츠를 써먹어 본 것 이상 발전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실기와 동반해 운영 방법을 알려주는 연수는 교사의 지속가능한 수업을 지원하는 체육 연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영 방법을 알려주는 체육 수업 연수는 제가 꿈꾸는 연수 중에 하나입니다. 이전에 원격 연수를 촬영할 때에도 조금밖에 다루지 못한 부분이고, 집합 연수에서는 거의 다루지 못한 부분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전학공 연수나 요청 연수 같은 방식으로 연수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다행히 올해에는 생각하던 연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석교사로 근무하면서 경기도 내 한 교육지원청의 요청으로 초등교사 대상 체육 직무연수를 하게 되었는데, 담당 장학사의 의지가 제가 하고 싶던 방향의 연수와 거의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연수가 참 기대됩니다. 언젠가 이곳에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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