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석교사 한선생

[수석교사 한선생] 초등학교 1·2학년 체육 교과 분리,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안녕하세요. 수석교사 한선생입니다. 엊그제였죠. 초등교사 커뮤니티가 난리났고, 체육계에서는 반대의 의미로 또 난리가 났던 소식... <초등학교 1·2학년 체육 교과의 분리>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확정되었습니다. 초등체육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소식이었는데, 인O스쿨에 들어가니 난리가 나 있더군요. 제 주변에 초등체육을 열성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크게 반겼기 때문에 이러한 반대 의견이 오히려 당황스러웠습니다.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완전히 다른 시각이 있음을 확인했고, 그래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현장의 동료교사들에게 전문성을 지원하는 수석교사로서 해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98퍼센트가 분리를 반대하는 입장이니, 비난도 감수해야겠지요? ^^;;;
 
 
오늘 이야기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Ⅰ. 그 동안 통합교과에서 신체활동 교육은 비정상적이었다.
Ⅱ. 초등 전문성 위기는 체육 교과 수업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 1·2학년 체육 교과의 분리가 초등 교육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Ⅳ. 우리는 잘 해낼 것이다.
 
 

Ⅰ. 그 동안 통합교과에서 신체활동 교육은 비정상적이었다.

  많은 동료교사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통합교과의 즐거운생활은 미술과 음악, 체육이 통합되어 있지만 각 교과 전문가들이 교육과정 작업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체육교육 전문가는 없습니다. 체육전문가 말고, 체육교육 전문가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래도록 교과서에 들어 있는 놀이가 체육과 관련이 적은 것들, 체육의 함량이 과소한 것들이었습니다. 통합교과라함은 그 안에 다루고 있는 것이 일종의 교과 형태를 띈다는 것이고, 그 내용이 이후 분리된 개별교과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함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3학년 이후에 배울 체육과 통합교과 안의 체육은 관련성이 매우 부족합니다. 통합교과(다른 이름으로 교과융합)가 저학년에 적합한지, 고등학생에게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를 여기에서 벌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통합교과가 저학년 학생에게 적합하다고 하더라도, 교육의 기본적인 원리인 계열성의 측면에서 이후에 배울 체육 교과가 연계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잘못된 일입니다.
 
  이번 개정교육과정부터 초등학교 체육은 대격변이 일어납니다. 움직임의 기본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겠다는 기조가 들어섰고, 이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스포츠를 다루기 보다는 움직임의 기초를 먼저 가르치며, 보통은 1학년때부터, 그보다 빠른 경우 유치원부터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볼 때 오히려 처음 통합교과가 만들어진 5차 교육과정보다 계속해서 후퇴했습니다(1~4차교육과정에서는 체육이 독립교과였습니다). 이번 분리조치는 교과서의 분리 형태가 되든, 지금처럼 통합교과서 형태로 교과서가 되든 체육교육전문가가 보다 전문적으로 교육과정에 개입해 보다 가르치기에 배우기에 좋은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조치입니다. 저는 당분간 교과서가 따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도 즐생, 바생, 슬생이 주제 중심 통합 교과서로 섞여 나옵니다. 많은 동료교사분이 우려하는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Ⅱ. 초등 전문성 위기는 체육 교과 수업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제가 이번 일과 관련해 기사와 커뮤니티 글을 보고 가장 황당했던 것이 교과분리를 아웃소싱, 초등교육 침탈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블로그가 한때 스포츠강사분들에게 집중포화를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직전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진행하며 스포츠강사의 정규직화(초등체육교사化)하려는 시도를 파악하고 비판했었기 때문에 전국의 스강들에게 거의 조리돌림을 당했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초등 전문성의 위기, 혹은 개방이 초등학교 체육수업의 부실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교사 노조의 우려가 제 걱정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했던 걱정과 교사 노조들의 걱정은 비슷하지 않습니다. 왜 교과 분리의 결정이 초등교육 개방과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어째서 저학년 학생을 지도하는 우리 동료들이 체육수업을 안 할 것이며, 외주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오히려 이런 생각이 우리를 위기에 빠뜨리는 것은 아닐까요? 2017년 그 한 해에 우리가 걱정했던 외주화(초등학교 스포츠강사의 초등체육교사化)는 과연 해결되었습니까? 진짜 위기는 체육을 가르치기 싫다고 기간제에게 맡기거나 스포츠강사에게 떠넘기는 관행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더욱 심해졌습니다. 교육 당국도 이 문제를 방치했습니다. 체육 가르치기를 떠넘기는 관행을 당장 해결해야 합니다. 통합교과에서 체육 교과를 분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거리낌 없이 수업권을 외부강사에게 넘기는 나쁜 풍토가 문제입니다.
 
 

Ⅲ. 1·2학년 체육 교과의 분리가 초등 교육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교과 분리가 초등 교육 개방과 동의어는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별도의 수업 시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꼭 주당 수업 시수를 충실히 운영해달라는 신호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우리 중에는 고학년 체육 수업이 어려워서 아웃소싱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불순한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을 비판하기 어려운 학교문화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기능 중심 체육 수업이 좋은 체육 수업이라는 편견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동료들에게 초등체육 연구자로서 변화를 일으킬 만한 큰 성과가 없어서 죄송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학년 체육 수업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참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하면 됩니다.
 
  체육계에서 분리를 환영한다는 사실과 그들이 뭔가 꿍꿍이를 감추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 속에서 초등학교의 체육 교육이 개방되고, 그것으로 인해 중초임용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걱정은 다소 과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수업권을 계속해서 유지하면 됩니다. 원래부터 우리가 할 수업이었고, 교육과정이 달라진대도 수업권이 우리에게 있음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물론, 최근 많은 동료가 외부 강사에 의한 수업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 수업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우려스럽기는 합니다.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대응해야 하는 것은 이렇게 수업권을 아무렇지 않게 포기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는 그간 온정주의 문화에서 우리 전문성과 수업에 대한 권위를 갉아먹는 동료들을 방치해왔습니다. 수업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점과, 그간 외부에 수업권을 양도해 초등 교육을 개방할 여지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우리 중 일부였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Ⅳ. 우리는 잘 해낼 것이다.

  제가 생각하기로, 우리는 아주 잘 해낼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해 오지 않았던 방식이 요구될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교과서에 나온 과제를 시수를 할애해 충실하게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대략 주 2회의  시간을 신체활동에 할애하는 것입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다만, 우리가 주장해야 할 것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을 몇 가지 제안합니다.
 
  첫째, 저학년에도 체육교과전담교사를 학기별로 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1년 내내 체육 교과 수업을 담당하는 체육교과전담교사가 아닌 학기별 수업을 하는 체육 교과전담교사가 필요합니다. 체육수업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학년 체육전담교사가 전문성을 쌓고 공동체에 저학년체육 전문성을 공유하거나 저학년 담임 체육 수업에 조언할 수 있는 문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둘째, 저학년도 체육 수업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확충되어야 합니다. 그간 저학년은 실내체육관 등 장소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학생수 감소로 교실이 남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교실 벽을 허물고 안전한 학습공간을 구성해 저학년 담임 교사들이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도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셋째, 교사 연수가 필요합니다. 저학년 체육수업은, 제가 경험한 바로는 중학년 이상의 학생들의 수업에 비해 어렵습니다. 기능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운영이 어렵습니다. 교사들에게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듭니다. 콘텐츠가 부족해 못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저학년 체육 과제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40분을 운영할지에 대한 노하우나 교수방법지식은 공유된 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려스러운 것은 교육당국이 유튜버 혹은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유명한 OO쌤 들을 저학년 체육 활성화의  선봉에 내세워 여기저기 강사로 쓰는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점입니다. 전혀 도움되지 않습니다. 현직교사교육과 교대에서의 저학년체육과 관련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서는 저학년 체육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수업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그것을 공유하고 확산시킬 연수가 필요합니다.
 
  많은 동료가 체육교과의 분리를 우려합니다. 저 또한 수석교사로서, 연구자로서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청과 저학년 체육을 위한 연수를 함께 구상하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가 수업을 포기하는 황당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공동체가 공유하는 전문성이 확장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러한 우리 집단의 전문성이 생활체육 전문가나 중등체육교육 전문가들에게 초등체육의 전문성이라는 우리의 영역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초등교사니까요.
 
 
 
#한선생 #경기도 수석교사 #통합 교과 #체육 분리 #저학년 체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