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는 최선을 다해 전문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
수석교사의 주요 업무는 컨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컨설팅이라고 하면 가볍게 만나 이야기를 듣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과 같이 비공식적인 것도 있고, 공문이 오가며 수업이나 업무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는 공식적인 것도 있겠습니다. 그것이 비공식적인 것이든 공식적인 것이든 교육적 전문성에 근거한 작업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리라 봅니다.
저 역시 학교에서 컨설팅 비슷한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을 초대해 커피를 내려주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떤 날에는 간단한 간식을 주고 만남의 자리를 갖는 방식으로 관계를 돈독히 하고 전문성 기르기를 독려합니다(이런 비용처리는...그냥 내돈내산으로 합니다). 비공식적이긴하지만 넓게 보자면 이것 역시 컨설팅이겠지요. 그에 비해 공문에 의하여 출장을 나가고 수업이나 기관의 방향 설정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공식적인 컨설팅입니다. 저는 그게 어떤 형식이건 둘 다 공적으로 가치가 있는 활동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공적 가치가 있는 활동들이 수석교사에게 가치 있는 것들을 제공하느냐는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질적인 것이든 비물질적인 것이든, 어떤 노동을 하면 그에 대한 대가가 따라와야 한다는 것은 상식일 것입니다. 그게 돈일 수도 있지만, 보람은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돕고 그것이 효력을 발휘할 때 느끼는 희열은 물질로 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한 보람은 더 봉사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끌어냅니다.
그러나 가끔은 경제적 보상도 거의 없고 보람마저도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예비교사나 동료교사들을 최대한 돕고자 노력했지만, 돈도 보람도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전문적인 조언을 할 때 도움을 잘 받아 긍정적인 소통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최선의 노력으로 조언을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순전히 조언을 받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집니다.
솔직히 나도 돈이나 보람, 둘 중에 하나는 얻고 싶다
이번 포스팅의 제목을 저렇게 노골적으로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노력에 대한 심리적 보상보다는 물질적 보상을 원하는 것이 요즘 세태지만, 저는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얻어지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돈도 받고 보람도 있으면 더 좋겠지요. 그 둘 중 하나도 없는 경우는 오히려 허탈한 마음에 좋은 일을 하고는 손해를 입게 됩니다.
최근에 궁금해진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초등체육에 대한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 왔습니다. 그래서 메신저의 오픈 채팅 QR도 저의 블로그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분이라면 언제든 무료로 조언을 하려는 목적이었고, 소수의 분들이 먼저 대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https://betterthanever123.tistory.com/269
[한선생의 체육잡설] 초등체육 무엇이든 물어보살!
안녕하세요. 한선생입니다. 그동안 바빴기 때문에 어쩌다 글을 올리는 것으로 그쳤지만, 수석교사가 된 이 시점에서 체육 수업에 진심인 분들께 보다 의미 있는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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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출장을 가서 직접 만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다른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선생님께서 공문을 제 근무지에 보내고 제가 나가서 그분이 근무하는 환경에 맞춰 도움을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언어적으로 조언하는 것보다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의 복무는 어떻게 처리되어야 할까요? 도움의 가치가 공적이더라도 제가 개인적으로 돕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제 근무지의 예산으로 출장을 나가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놀러가는 것도 아닌데 여비부지급으로 먼거리를 가는 것은....그래도 기름값은 보전받고 싶은 게 솔직한 속내였습니다.
궁금해서 경기도 이외의 시도 상황을 들여다보니 교육지원청의 사업으로 운영되는 컨설팅인 경우 교육지원청의 예산으로, 아닌 경우 컨설팅을 요청하는 경우 학교 자체 예산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업 컨설팅의 경우 일반적으로 2시간 이내에는 회당 4만원(1시간 추가시 5만원)씩 지급되는데, 수업 전-수업-수업 후로 총 12만원 정도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다른 컨설팅도 그에 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일반적으로 정부 기관에서 서류를 검토할 때나 회의를 참여할 때 그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편입니다. 굳이 그것과 비교하면 수업 컨설팅으로 지급되는 표준적인 수당은 꽤 약소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관의 일을 할 때에 비해 일을 건성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항상 최선을 다 하니까요. 그런데 컨설팅을 받는 사람들이 조언을 받아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컨설팅에 불성실하게 참여한다면 보람 조차 얻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참 끔찍한 일입니다.
그에 비해 일선학교의 몇몇 선생님들은 지역에 있는 수석을 아무렇게나 불러 쓰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임상장학 대상 교사의 교육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수석을 불러서 임상장학 시키면 된다는 생각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만약에 다른 근무지의 동료(수석)을 불러 도움을 청한다면 적어도 해당학교에서는 1) 임상장학 대상 교사의 성실한 마음가짐을 갖게 교육하고, 2) 최소 출장비 이상의 비용은 지급해야 할 것입니다. 수석교사들이 노는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수석교사 학교에서 수업자와 조언자의 역할 수행을 하고 있고, 그리고 대부분은 교육지원청이나 시도교육청에서 특정한 일을 받아 수행합니다. 수석교사들은 요청이 있는 경우 자신의 본래 일을 하던 와중에 하던 일의 우선순위를 바꿔 도움을 주게 됩니다. 즉, 추가적인 일이 되기 때문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석교사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해도 아무렇게 '이용' 또는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문제가 있습니다.
열심히 하신다면 공짜입니다
제가 수석을 하게 되면서 다짐한 것은 보잘 것 없지만( 저의 전문적 역량을,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마음껏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봉사의 수요자로는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선생님들이 1순위이겠지만, 초등체육을 잘 해보고자 하는 분은 0순위였습니다. 그게 제 교사로서의 개인적인 목표였고, 일반승진의 문앞에서 수석교사로 돌아선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아쉽게도 초등체육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그보다는 원하지 않는데 컨설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대의 예비교사들, 아니면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데 관리자의 지시로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 동료교사들이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제겐 학교에서 늘 하는 '커피 한 잔 내려주고 따뜻한 말을 주고 받는' 것만 못한 경험이었습니다. 수석교사로서의 일이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기에 최선을 다해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기대-열정의 차이 만큼이나 실망감이 밀려옵니다.
열심히 하신다면 공짜입니다. 같이 근무하시면 그냥 찾아오면 되고, 다른 학교 근무하시면 여비로 얼마 주시고 부르면 됩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한 공식적인 연수가 아니라면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수석교사가 저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교육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이 수석교사의 목표인 이상, 많은 수석교사가 열정적인 동료들을 위해 충분히 헌신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체육수업에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같이 고민해봅시다.)
※ 그렇다면 한선생의 몸값(?)은 어느 정도일까??
저 같이 박사학위가 있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교육계열의 전문가가 받는 금액은 현재 기준으로 일반 교사가 받는 수당보다는 좀 더 많은 편입니다.
▷국립 대학교 강의 시간당 10만원 정도
▷서류 검토 1건 당 20만원 내외
▷회의 참석 시간당 10만원 내외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합니다. 신규 교사 수업 컨설팅이라고 해도 가진 재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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