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수석을 하다보니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합니다. 수석교사의 역할을 하기엔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학술 활동하던 짬밥으로 어지간한 것들은 그럭저럭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수업 설계 컨설팅 역시 학부생들을 가르치며 단원 설계 컨설팅을 상당히 많이 해 본 터라 별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수업 나눔>은 좀 다른 문제였습니다. 수석교사가 되기 전에 다른 수석교사가 진행하는 수업 나눔을 제대로 참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수업 나눔이라는 '의식'을 직접 주관해야 한다는 것은 참 부담되는 일이었습니다. 지역 내에서 선배 수석님들이 연수를 해 주셨지만, 직접 전 과정을 참여해 본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진행할 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블로그도 찾아보고, 다른 시도 교육청의 장학자료도 살펴보았습니다.
많은 자료를 봤지만 어느 것도 완전히 따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스타일로 전체 장면을 구상하고 진행해봤습니다. 제가 준비했던 수업 코칭과 수업 나눔은 선생님 세 분의 임상장학을 갈음하는 것이었는데, 저 역시 <수업 나눔>이라는 이름의 공개 수업을 준비하였습니다. 사실은 수석으로 매일 공개 수업하는 것보다 부담스러웠습니다. 다행히 그럭저럭 무난하게 마무리 된 덕분에 저는 저의 스타일을 갖추는 기초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답은 아니지만 제가 했던 방식을 공유합니다.
0. 오프닝
▷ 수업친구들(수업자 및 참관자)에게 인사를 하고, 수업 나눔 행사가 갖는 가치에 대해 언급한다.
▷ 참관자들로 하여금 수업을 공개한 수업자에게 고마움과 격려하도록 한다.
▷ 수업 나눔 행사의 순서를 안내한다.
1. 수업자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기
[[Focus 1] 수업자의 시선으로 수업을 보고 나누기: 교사는 교육을 통해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가치를 현장에서 구현하도록 역할을 부여받았으나, 이러한 국가적 방향성과 동시에 자신의 개인적인 교육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음을 인식하기. 또한 이러한 주관적인 가치 지향이 교과 교육의 내용이 될 수도 있고, 학습을 통해 드러나는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하기 [Focus 2] 수업자의 이야기: 수업자 자신의 1) 평소 교육적 고민(본인 학급에서부터 우리 사회 전반 모두 가능함)과 수업에서 의도한 바(계획 이전 경험), 2)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의 경험(계획 경험), 3) 실제 수업을 하고 난 소감(수업 경험)을 가볍게 이야기하기 |
▷ 진행자는 1장의 전반적인 느낌을 담아 안내한다.
▷ 수업자들은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과 당일 수업을 실천하며 든 생각이나 느낌을 간단히 이야기한다.
▷ 참관자들은 공감하며 경청한다.
▷ 진행자는 수업자가 말한 내용을 요약 및 정리한다.
2. 수업 속의 의미와 가치 발견하기
[Focus 1] 수업자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수업자의 신념이나 고민이 잘 드러난 부분을 이해하고, 의도와 실제 수업이 일치한 지점에 대한 칭찬(어떤 상호작용에서 의도가 잘 드러났는지) [Focus 2] 수업자의 주요 의도 이외의 강점 발견하기: 수업자의 주요한 수업 의도와 직접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업의 훌륭한 부분,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 지점, 배움이 일어나는 지점 등을 발견해주기 [Focus 3] 수업자의 수업에 흥미 갖기: 참관자가 수업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점이나 긍정적인 호기심이 드는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수업자가 답하게 함으로써 수업자가 자신을 긍정하게 만들기 |
▷ 진행자는 2장의 전반적인 내용을 안내한다.
▷ 참관자들은 참관록의 내용을 토대로 수업자가 보여준 수업의 강점을 찾아주고 격려한다.
→ 이 과정에서 참관자들은 수업자별로 강점을 접착식 메모지에 간단히 적어 한 곳에 붙여두고, 그 내용을 토대로 수업자에게 차례대로 이야기한다.
▷ 참관자들은 호기심과 흥미를 토대로 수업과 관련하여 수업자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수업자는 답한다.
▷ 수업자들은 격려와 관심에 대해 감사하며 소감을 이야기한다.
3. 수업의 어려움 이야기하고 공감하기
[Focus 1] 불일치에 직면하기: 수업자의 의도와 실제가 합치되지 않는 부분(수업 장면)을 발견하기. 이때 불일치한 수업 장면에 대해 수업자는 수업 장면을 상세히 묘사할 필요가 있음. [Focus 2]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공감하기: 참관자가 자신이 직접 겪거나 주변에서 발견한 어려움과 곤란함을 토대로 수업자의 어려움(여러 어려움 요인들: 교사/학생/학교문화/제도 등)에 공감하기 [Focus 3]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가르치려는 자세가 아닌, 함께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직면한 불일치와 관련된 해법을 제안하기 |
▷ 진행자는 3장의 전반적인 내용을 안내한다.
▷ 수업자들은 수업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의도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 참관자들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그러한 어려움에 공감하며,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이 했던 대응과 성찰 경험을 공유한다.
→ 이 과정에서 참관자들은 자신만의 해법이나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접착식 메모지에 간단히 적어 한 곳에 붙여두고, 그 내용을 토대로 수업자에게 차례대로 이야기한다.
▷ 만약 일반화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진행자는 공동의 안건으로 두고 모든 참여자들과 해법을 함께 탐색(도출)한다.
4. 새로운 도전을 기약하며 마무리하기
[Focus 1]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분위기로 정리하기: 수업을 격려함으로써 기운을 돋우고 참관을 통해 자신이 도전하고 싶은 것 이야기 나누기 |
▷ 진행자는 4장의 전반적인 내용을 안내한다.
▷ 참관자들은 수업자들의 강점을 토대로 수업자의 수업을 한 줄로 평가한다.
→ "○ ○ ○선생님의 수업은 _________이다"로 평가하며, 이 내용을 접착식 메모지에 적는다. 이때 이미지 카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 평가는 수업자의 수업 강점을 토대로 한다.
▷ 수업자는 참관자의 한 줄 평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고, 그 이유를 이야기한다.
▷ 모든 수업친구(수업자 및 참관자)는 수업 공개 및 참관을 통해 발견한 것(수업 실천 후 아쉬운 점: 수업자, 새로 알게 된 것이나 흥미로운 점: 참관자)을 토대로, 자신의 교실로 돌아가 수업에서 도전하고 싶은 것을 공유(발표/선언)한다.
▷ 외부전문가 혹은 관리자가 있는 경우 느낀 점과 생각한 점을 토대로 총평한다.
수업 나눔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참관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초대받은 참관자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를 하게 되는 경우 당황스러워 할 수 있습니다.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은 초대한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그로 인해 수업 나눔이 어수선하고 어설퍼지는 것 역시 용기내어 수업을 공개한 수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따라서 수업 나눔의 진행자는 참관자들이 참관록의 작성 과정에서 수업 나눔 전체 행사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 방법은 참관록을 잘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수석교사에게는 수업 나눔 진행이 또다른 수업이며, 참관록 양식은 학습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번 포스팅으로 소개한 내용은 수업 나눔을 잘하는 고수분들에게는 많이 우스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수업 나눔을 진행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포스팅에 슬라이드가 공유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자신만의 멋진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가 있지만, 어수룩한 수업 나눔이 보다 근사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혹여나 수업 나눔이 부담스럽다면...지역 내 수석교사 분에게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도움 요청에 상응하는 예는 갖춰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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