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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생의 체육잡설] 어쩌다 수석...

 

아주 오랜만에 근황을 전합니다. 블로그를 열어두긴 했으나 비밀번호를 잊을 만큼 자주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바빴는데, 이제는 지금보다 자주 로그인하고 포스팅도 더 많이 할 듯 싶습니다. 학교에서 역할이 조금 달라지게 되었고,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상황이 비슷하게 유지될 것 같습니다.

 

수석교사 시험에 응시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경기도교육청에서 수석교사 선발이 있었습니다. 수석교사에 대해 관심은 있었으나 작년에 수석교사 임용 시험이 부활하기 전까지 8년 동안 수석교사를 선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관심은 다소 막연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작년에 공문이 왔을 때에도 큰 동요가 없었습니다. 올해 공문을 교감선생님께서 출력해주시기 전까지는...수석교사 선발은 남의 일이었습니다.

 

  며칠 고민을 했고, 비교적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수석교사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1차 전형은 서류전형으로, 역할수행계획서(경기도는 35장 이내)와 경력을 증빙할 수 있는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본인이 준비할 수 있는 점수는 70점인데, 수업에 충실한 것만으로는 넉넉한 스펙을 충족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임 10년과 부장 5년이라는 점수는 경력교사라면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으나 연구대회 1등급 두번으로도 만점을 받을 수 없는 것이나, 교육과정 관련 강의 경력 5회 이상이 필요한 것, 교육과정 관련 자료개발 실적을 5건 이상 요구하는 것은 장학사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나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에서 많이 일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점수를 얻기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초중등 수석교사 선발 1차 전형(2024년도 경기도 기준)

 

  제 경우는 오래 전 실적이긴 하나 연구대회 1등급 두 번을 받았고, 박사학위 수여 후 연구 활동을 계속한 터라 강의 경력이나 자료 개발 실적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강의야 교사 연수를 제외하고 학부생 강의만 계산에 넣어도 3년 넘게 해 온지라 횟수로 치면 180회 정도 였고, 자료개발 실적은 장학자료 빼고 교과서, 지도서, 기관의 연구보고서, 학술논문 등 40건 정도였습니다. 연구대회 비중이 의외로 높아서 만약에 저경력 교사 때 연구대회를 나가지 않았다면 경쟁력이 떨어졌을 것 같네요.

 

  여차저차 해서 1차 전형에 합격하고, 2차 전형 준비를 했습니다. 2차 전형은 필기와 수업실연, 면접으로 구성되었는데, 벼락치기라 쉽지 않았습니다. 비록 교과교육 전공자이긴 하지만 교육과정 이론에 대해 자신이 있었습니다만...경기도 교육의 지향과는 달라서 낯설었습니다. 시험 당일은 많이 긴장했습니다. 늘 시험을 냈지 시험을 본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형편없는 퍼포먼스를 보였습니다. 망했다 싶었는데, 어떻게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1월에 연수를 받고 3월 1일자로 새로운 지역의 새로운 학교에 발령을 받게 될 예정입니다.

 

 

 

과연 잘 한 선택인가?

 

  2023년 적용되는 새로운 기준으로, 제 나이는 40세입니다. 만약 수석교사를 계속한다 치면 지금까지 교직생활을 해 온 기간보다 더 긴 세월을 수석교사로 살아야 합니다. 주변에서는 너무 이른 나이에 시작해서 당분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보다 더 떫더름한 반응은 굳이 왜 수석을 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반 승진을 하거나 장학사 시험을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저의 선택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분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특히 지금 교감을 하거나 내년에 교감 발령 예정인 선배님들 중에는 노골적으로 혀를 차는 분들도 있었고, 아주 가까운 일부는 큰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올해 기준으로 볼 때, 대략 4~5년 정도...연구 1~2년 더 하고 교무 3년 하면 교감 연수 대상자로 지명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었겠지요. 적당히 부장을 하고 근평 3년만 받으면 되는데 왜 굳이 수석을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전에 바뀐 경기도의 승진체계에서 수석을 한다는 것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임은 확실합니다.

 

  왜 했다 묻는다면, 배운 대로 살기 위해 한 것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왜 박사를 했고, 학위 취득을 하고나서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현장의 수많은 문제를 지적하고 고발하는 글들을 쓴 것인지 스스로 물었을 때, 관리직보다는 교수직인 수석이 더 적합한 것은 자명합니다. 다만,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있기에 걱정스러운 것입니다. 4년 후 재심사를 받아 연장을 하는 것이기에, 학교교육에서 의사결정권의 정점에 있는 교장이 될 수 없는 것이기에 고민스러웠던 것입니다.

 

  선택에 몇몇 분들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의 비전을 잘 아는 교육철학을 전공한 후배, 실천공동체로 체육 수업을 함께 했던 선배, 그리고 여러 해 동학년을 하며 저를 지켜본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공문 출력해주신 교감선생님의 제안이 큰 영향을 준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제가 겪은 수많은 교감선생님들 중 가장 젊고 유능하며 노회(긍정적으로)하며 인사이트가 뛰어난 분이 진지하게 수석을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물론 아내가 허락한게 제일 큽니다. 누누이 제가 승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수석 지원을 허락했으리라 봅니다.

 

  만약 교사 공동체가 전문가를 지향하고, 수석교사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제 선택은 옳은 것이 될 것입니다. 부디 일반 승진을 대신해 선택한 길이 옳고 바른 것이길 바랍니다.

 

  여튼, 이런 이유로 전보다는 훨씬 포스팅을 자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체육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면 체육 중심의 컨텐츠를 다루겠지만...불상사로 체육 잡설이 초등교육 잡설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과 함께 글을 마칩니다. 이제 더 자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