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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하여/교육 고찰: 개념과 이론

[체화인지와 교육] 체화(emboidiment)에 대하여(상)

  개인적으로는 2022 개정 교육과정, 특히 체육 교과 교육과정이 어떤 방향으로 작성될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도 교과서를 집필해야 하는 처지라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네요. 우연한 계기로 2022 개정 체육 교육과정의 주요 테마 중 하나가 체화(또는 체현, embodiment)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연구자로서 체화인지 이론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저에겐 반가우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이 개념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것을 교육과정에 반영했을 때 실행 단계에서 구체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체화에 대한 인지과학자들의 주요 설명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글도 [체화인지와 교육] 카테고리에 있는 다른 글과 마찬가지로 저의 책 <체화된 앎과 교육>의 내용을 조금 손 본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여러 행위는 환경에 의존한다. 손으로 땅을 파는 것보다 삽을 이용해 땅을 파는 것이 효율적이며, 아무런 자료 없이 발표하는 것보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화면에 제시하며 발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종이 위에 펜으로 장문의 보고서를 쓰는 것보다 컴퓨터의 문서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쓸 때 우리는 더 깊게 사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지적인 행위라고 했을 때, 인간은 환경을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할수록 더 탁월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진출처: www.researchgate.net/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활용의 문제가 아니라 결합의 문제이다. 가령, 수영을 할 때의 몸동작은 물 안에서만 물에서 우리 몸을 움직인다는 유용한 기능을 보일 수 있으며, 자판을 두드리는 손의 기억은 모니터와 키보드를 포함한 컴퓨터 없이는 어떠한 의미도 없는 행동이다. 즉, 우리가 해낸 모든 것들은 우리 몸이 환경과 결합해 작동한 결과로 드러나는 것이지, 우리 홀로 성취한 결과가 아니며, 우리 행동의 상당수는 도구나 환경에 맞춰져 어떤 기능을 수행하게끔 학습된 것이다. 인간의 앎이 단지 뇌나 이성의 작용이 아니라 몸이 환경과 결합된 작용이라는 입장, 이것이 바로 체화 인지적 관점이다.

 

 ‘체화(embodiment)’라는 용어는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이것은 일상적인 용어와 인식론적인 용어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일상적인 용어로 체화: 우리 말에서는 생각, 사상, 이론 따위가 몸에 배어서 자기 것이 되는 것으로, 영어로는 감정이나 사상과 같은 것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내는 것이나 어떤 것을 신체화하는 것이라는 뜻

 

인식론적 측면의 체화:  1) 하나는 인간의 앎이 뇌의 독립적인 작용이 아니라 몸 전체의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는 개념, 2) 앎이 개인의 독자적인 작용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인간이 만든 도구, 물리적・사회적 배경과 같은 환경과 결합하여 나타난다는 개념

 

  체화 인지로 분류되는 이론들은 다음을 전제하고 있다. 첫째, 인지는 몸의 구조와 능력을 바탕으로 세계라는 환경에서 펼쳐지는 활동이다. 둘째, 인지는 몸을 통해 세계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만들어낸다. 셋째, 인지는 몸의 구조 및 기능과 독립적으로 이해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넷째, 인간의 인지를 타당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때에는 몸의 구조와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

 

  체화 인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간의 앎을 설명하는 것과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지식이나 지능을 환경이나 맥락과 다소 거리가 있는 개인이 '보유한 능력'으로 보아왔다. 그러나 앎을 체화된 것으로 생각하면 지식이나 지능은 한 사람이 가지고 있고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드러나는 것이다. 또, 지식은 몸을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객관적이기 보다는 감각운동적이며, 있는 그대로를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드러난다.

 

  체화 인지의 관점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체화 인지 이론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인지 이론들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는 여기에서 체화된 인지, 확장된 인지, 분산된 인지, 구현된 인지, 행화적 인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물론 이 이론들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완전히 포개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각 이론사이의 불일치와 관련된 논쟁을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설명하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다룰 것이다.

 

[체화인지와 교육] 체화(emboidiment)에 대하여(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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