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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게임 수업

[게임 소개] 축구 지도를 위한 대안적인 과제(변형 게임/게임 형식)


최근 개인적으로 추진하려는 연구를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글을 쓴 것은 체육 수업을 하고 계신 어느 선생님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넘쳐나는 일로 지쳐있습니다만, 무성의하게 답변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힘을 내어 컴퓨터 앞에 섰습니다. 그 선생님께서,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체육 수업 시간에 축구를 지도해야 하는 여러 선생님께서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유용한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필자는 초등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고 있으며, 초등체육 연구자로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그러한 경력을 토대로 모 사의 초등학교 체육 교과서 집필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나는 교과서 집필자로서 갖는 한 가지 답답함이 있는데, 그것은 교육과정의 예시 활동이나 체육 교과서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가 초등학생들의 경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여러 교육과정을 거치며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영역형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교육과정이 바뀌더라도 그것을 가르치기 위해 빠짐없이 나오는 것이 농구나 축구와 같은 것이다. 나는 이것이 실제 초등학교 중학년 학생들, 레슨을 받거나 축구나 농구를 취미나 특기로 생각하지 않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배우기에 너무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동들이 처음 배우는 종목을, 그것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종목을 고작 일주일에 두세번찍, 총 열 번에서 스무 번 가르쳐놓고 게임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이다.


지난 포스팅에서 "패싱볼"을 소개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대안적인 종목들이 적극적으로 개발되어 상용화된다거나, 이러한 것들이 교과서의 활동으로 반영되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아무래도 교육과정의 개발과 교과서의 심사 과정이 매우 보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한편으로는 패싱볼과 같은 대안적인 과제를 주변 선생님들에게 소개하고 직접 가르치면서, 또다른 한편으로는 (임용고사를 준비해야 할)예비교사들에게는 축구나 농구와 같은 종목들을 어떻게 학생 수준에 맞춰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이번 글에서는 축구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해 필자의 교육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 전에 일전에 쓴 글인 [게임의 개념원리] 영역형(침범형) 게임 수업 이해하기교수학습모형(1): 이해중심게임수업먼저 읽고 오길 권한다. 이 글 속의 내용을 이해하면 이번 글을 통해 제안한 과제가 어떤 근거로 개발된 것인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포스팅에서 단 세 가지 과제만 제시할 것이다. 변형 게임으로 제시될텐데, 축구를 가르치기 위한 중단원 전체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더 많은 과제를 제시하여 상시평가를 포함한 중단원 전체 설계를 책임지고 소개한다면 이 글을 읽을 여러 동료 선생님들에게 더 유용하겠으나, 개인적으로 시간이나 여력, 체력의 부족으로 단 세 과제만 소개한다. 그런데 이 세 과제는 총 6차시 수업을 위한 것이다. 즉, 한 과제를 두 차시에 걸쳐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되어 있다.


재탕은 차나 사골을 우려낼 때나 떠올리는 것 아니냐는 소수의 비난도 예상되나, 필자는 평소에도 동료교사들에게 같은 과제를 적어도 두 차시 동안 가르칠 것을 권한다. 물론, 보수적인 평가를 고려해 임용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교사들에게는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생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소개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며, 학생들 역시 그 규칙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이유로 매 차시마다 전혀 다른 과제를 적용하게 되면 규칙과 목표를 설명하느라 실제로 과제에 참여할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교육과정에도 없는 피구나 얼음땡도 수십번을 하는 데, 그보다 교육과정적인 과제를 두 번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긴말 할 것 없이 세 과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과제 1. 패스 연습하기(2차시 분량)


기초적인 패스 연습 후에 진행할 수 있는 과제로, 방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패스를 연습하기 위한 과제이다.


과제 2. 드리블 연습하기(2차시 분량, 드리블 기능 연습을 더 반복할 때에는 3차시 수업도 가능)


드리블을 실제적 상황 속에서 연습할 수 있게 한 과제로, 약화된 형태의 드리블을 체험하고 이전에 배운 패스를 복습하게 할 수 있는 과제이다. 드리블 기술 연습은 2 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로 공을 몰며 반환점을 돌아오는 연습을 한다. 2단계로는 공을 몰고 가다가 stop-go지점에서 공을 잠시 멈춰 세운 뒤 다시 출발하는 stop-go 드리블 연습을 한다.


과제 3. 패스와 드리블을 활용한 기초적인 전술적 상황 익히기(2차시 분량)


과제 1과 2보다 좀 더 복잡한 형태의 과제로, 간이 축구 게임이나 변형 축구 게임 이전에 여러 전술을 해볼 수 있는 중간 단계의 과제이다. 영역형 게임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의 전술적 판단과 행동을 학습하게 하는 초기의 단계에서는 수비의 수를 비대칭적으로 적게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아래 그림의 빨간색 예시는 필드/타격형 게임을 할 때 팀을 구성하는 한 예이다. 이 과제에서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살펴보면 각 과제들에는 패스나 드리블을 고립적으로 연습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전에 배웠던 상황을 단계적(점진적)으로 복잡한 상황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진행한 뒤 많은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변형게임이나 간이게임을 진행하면 패스나 드리블, 슈팅 따위를 맥락과 무관하게 고립적으로 반복연습을 하는 것에 비해 학생들이 좀 더 나은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종목을 가르칠 때 어떤 과제들을 활용하는가의 문제는, 가르치려는 단원의 최종적인 차시에서 그 종목을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가(정식으로 할 것인가? 변형한다면 어떤 식으로 변형할 것인가?)를 떠나 생각할 수 없다. 정식 축구를 한다면 기초 기능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겨우 십여 차시의 수업만으로는 가르칠 시간이 매우 부족할 것이다. 학생들의 경험 수준, 한정된 수업 차시 등의 이유로 초등학교에서는 간이 형식의 게임을 활용한다. 가령 골키퍼가 없는 축구 게임이나 무릎 높이보다 공을 낮게 차야 하는 축구 게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칸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축구 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변형된 형태의 게임을 최종적인 게임으로 결정한다면 그 변형된 게임에 참여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과 전략을 가르칠 수 있는 과제들을 단원의 도입부터 게임 직전까지 차근차근 제시해 지도해야 한다. "단원의 마지막 단계에서 해볼 게임이 갖는 규칙이 중간 단계에서 가르칠 과제의 형태를 결정한다"는 말은 바로 그러한 의미를 가진다. 단원을 설계하는 일에서 이보다 더 관심을 갖아야 할 준칙이 어디에 있을까?


사족: 최근에 부족한 직무연수 이수 시간을 원격으로 채우고 있다. 변형 게임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창의적인 과제도 많았으나 일부 과제들은 필자에게 조금 실망감을 주었다. 체육이 정말 교육다운 것이 되려면 교육과정적 측면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종목을 가르치기 위한 변형 게임은 그 본래의 목적(상호작용적 특질)에 부합된 중간 단계의 과제로서 제시되어야 한다. 가령 축구를 발로 한다고 해서 축구를 위한 변형과제가 발로 하는 것이면 다 타당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체육교육계에서 그동안 경계하던 기능 중심 게임 수업이 아니던가? 기능을 가르치되 전략적 맥락이 분명한 과제,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 그런 과제들이 충분히 만들어지고 현장의 교사들이 그런 과제를 선택하고 각자의 수업 상황에 맞게 변형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그래야만 비로소 체육도 기능 중심의 기계적 훈련이라는 오명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체육을 가르치는 교사도 전문코치와 구별되는 진정한 교육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체육교과 컨텐츠를 개발하는 어려 선생님께 책 초등 게임 수업의 정석 일독을 권하고 싶다...많은 선생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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