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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하여/교육 고찰: 개념과 이론

사회정서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 알아보기

 

 

  최근에 뜻하지 않게 사회정서학습을 체육교과의 맥락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기에 몇몇 논문과 서적을 참고해 공부를 하고 있다. 사회정서학습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내가 겪었던 당혹스러움 내지 낯설음을 면하길 바라며, 공부를 하면서 정리한 변변치 않은 내용들을 가볍게 공유하고자 한다.

(이미 연구는 22년 1월부로 완료되었고, 관련된 내용을 공유합니다: https://betterthanever123.tistory.com/264)

 

 

 

 

  아마 검색을 통해 사회정서학습에 대해 조사를 한다면, 이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이 개념이 생소하다 하더라도 사회정서학습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어렴풋이 추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말을 구성하는 사회, 정서, 학습을 각각 떼어 생각해 본 뒤 다시 조합해보면 개인 차원의 정서를 넘어선 사회적 관계로서의 정서에 대한 교육이라고 예상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사회정서학습 연구자들이 내놓은 정의를 살펴보면 약간 이상한, 정확히는 매끄럽게 자신의 인지구조에 통합되지 않아서 드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사회정서학습이란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며, 긍정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며, 타인에 대한 공감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유지하며,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여러분이 보기엔 어떠한가? 사회정서학습이라는 이름과 그것이 의미하는 내용이 필연적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가?나는 처음 이러한 정의를 보고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여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념의 정의가 개념이 주는 느낌을  제대로 담고 있지 않다는 생각, 다시 말해 확 와닿는다거나 매력적인 풀이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 개념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등장하였는지 살펴보면 여러분들도 왜 이런 식으로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사회정서학습이라는 개념은 미국에서 먼저 등장했다. 여러분은 '미국 공립학교의 골칫거리'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총기난사 사건? 마약? 학교 폭력? 실제로 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런 사건들이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이상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교육을 하자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고상한 품성을 기르는 교육보다는 현실적인 목표로,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게 하자는 요구를 하게 되었다. 사회적 관계와 정서 관리에 초점을 둔 사회정서학습의 등장은 그러한 맥락에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회정서학습은 학교폭력이나 약물남용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까?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건강한 사회구성원이라면(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폭력이나 마약과 같은 문제에 빠지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건강한 사회구성원이라면 생활 속의 여러 사건들 속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활 속에서 잘 적응하려면 자신의 문제와 타인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문제나 다른 사람들과 관련된 문제를 잘 해결하려면, 기본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의 정서를 잘 파악하고 관리해서, 상황에 맞게 적절히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쇄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정서를 이해하고 관리하여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을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보겠다. 우리는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그러한 오해로 인해 엉뚱한 감정을 갖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에 휩싸여 적절하지 않게 판단하고 행동하게 된다. 한가지 예로, 우리는 가끔 상대가 우연히 저지른 실수나, 의도하지 않은 실수, 우발적인 실수를 두고 마치 고의로 그런 것인양 적대적으로 해석해 분노할 때가 있다. 이런 분노가 때로는 상대에게 공격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게끔 만들 때도 있다. 또다른 예로, 우리는 주변의 말이나 행동, 분위기를 잘못 파악할 때가 있다. 이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겪기도 하는데, 그 결과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사회정서학습의 이론가들은 정서적 문해력을 가르치거나(차별적 정서 이론), 타인의 행동이나 상황을 관찰하고 모방하여 바람직한 행동을 갖게 하거나(사회학습이론), 사회적 정보를 적절하게 해석하고, 결과를 예상하여 바람직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사회적 정보 처리 접근)는 이론적 입장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사회정서학습의 초기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했다. 그들은 성공적으로 사회에 적응한 사람들의 특성을 조사하여 가르칠만한 요소들을 추출함으로써 교육 내용을 나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조사 결과 여러 심리적 자원들이 발견되었는데, 이것들을 묶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점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역량들이 나-남(자기-타인), 그리고 인식-관리라는 이원적 구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역량이 이러한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기에 따로 다룰 필요가 있었다. 정리해 본다면, 사회정서학습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역량의 대부분은 나와 남, 인식과 관리라는 4분면으로 표현할 수 있고, 그 이외의 역량으로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으로 따로 분류할 수 있다. 위에 제시된 그림을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처음에 제시한 사회정서학습의 개념적 정의를 다시 보자. 앞서 필자는 사회정서학습이 좋은 말만 다 갖다 붙인 것 같다는 개인적인 첫인상을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이냐에 맞춰 이 정의를 다시 살펴보면, 사회정서학습의 정의가 이렇게 산만하게 진술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개념적 정의는 위의 그림에 제시된 것처럼 사회정서적 역량 다섯 가지를 설명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에서 사회정서학습이 학습이 아닌 과정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사회정서적 역량이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방법만으로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둘러싼 환경을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조정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분노를 제대로 다룰 수 있으려면, 분노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분노를 조절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안내하는 것으로 교육이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실제로 분노를 경험하고 직접 조절해봐야 하며, 수업 시간 이외에도 분노를 억압하거나 무시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기보다는 충분히 인지하고 스스로 관리해 볼 수 있는 환경이나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사회정서학습의 역량과 그에 속하는 대표적인 하위 기술을 소개하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이어지는 슬라이드로 확인하길 바란다.

 

 

 

 

  내용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회정서적 역량을 길러준다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 정서라는 심리학적 요소를 복잡한 일상적 상호작용 중에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것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킬지의 문제로, 상당히 교육학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정서학습은 심리학적이면서 교육학적인 주제이다. 여기에 더하여, 각 역량에 대한 정의나 각 역량의 대표적인 하위 기술들이 도덕교과나 다른 교과의 상호작용 기술, 인성교육, 생활지도의 측면에서 그간 다루었던 교육 내용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정서학습은 아는 것을 넘어서 기술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말은 곧, 방법을 알고,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바람직한 행동을 실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정서와 사회 관계에 대한 능력을 갖추려면 관찰하고 해보고 다듬어 내것으로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교는 이런 기술을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학습하기 위한 훈련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정서학습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필자 뿐만 아니라 여러 교사나 지도자들에게는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관심일 것 같다. 몇몇 서적에서는 국외에서 활용해오고 있는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있으나 이것이 모든 상황에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게다가 그 자료들을 여기에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여러 케이스가 있으나 이들 모두는 교육적 원리로 두 가지 접근을 활용한다. 그 중 하나는 명시적인 지도이며 다른 하나는 은연 중의 지도이다. 창의적 체험학습이나 도덕 교과 수업이 아닌, 다른 교과 수업에서 사회정서적 역량을 길러주려면 매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이다. 교과 수업에서 사회정서적 역량을 기르는 것은 아직 많은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의 연구 역시 그런 점에서 쉽지는 않아보인다. 

 

  이것으로 글을 마친다. 필자가 공부한 내용이 아주 일천하지만, 사회정서학습을 알기 위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또 도움이 되었다면 댓글을 남기거나 하트도 눌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