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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하여/교육 고찰: 개념과 이론

정상 체육 서설: 건강과 유희를 넘어서

  사람들은 체육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다수에게 체육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추론하려면 몇 단계의 생각을 거쳐야 한다. 많은 사람이 체육을 스포츠나 댄스 등의 구체화된 신체활동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러한 신체활동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대표적으로 그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나 신체적 건강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사람들이 신체활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행복과 관련된다. 이 가운데 체육의 내재적 목적에 초점을 둔다면 만족감, 즐거움으로서의 유희적 속성이 체육을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사람들은 체육에 건강과 유희의 수단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교육 주체들(학생, 교사, 학부모)이 교과로서 체육에 기대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수에게 체육은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교과이며, 지루하고 정적인 학교 생활에 즐거움으로써 활력을 불어넣는 교과이다. 이러한 기대는 신체활동에 대한 기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러한 기대는 수업에 그대로 반영된다. 체육 수업의 초점은 즐겁게 땀을 흘리는 것에 맞춰지게 된다. 즉, 좋은 체육수업이란 교사의 실천 수준에서 흥미와 활동량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좋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건강과 유희를 보장하는 것이 교과의 역할인가? 교육은 응당 배우는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어야 한다. 악기를 다루는 것, 근력을 길러주는 것, 글쓰는 능력이나 말을 잘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모두 배우려는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 일이고,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학습자에게 이로움을 주는 영역을 학교의 교과로 가르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교과는 '공교육'의 기치 아래 있는 것이며 따라서 매우 공적인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만약 체육이 학교의 교과라면 개인적인 건강과 유희를 책임지는 것이 아닌, 공적인 속성을 가르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공적인 속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통의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며, 교육은 타인 및 수많은 사회적 산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것이 구체화된 것이 사회의 체제와 문화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한다. 물건을 사고 팔며, 어떤 문제에 협력하여 대응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호작용은 개인적인 막무가내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거래를 하는 방식이나 문제에 협동하는 방식은 법이나 관습이 허락하는 보편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즉, 공적 속성을 가진 교육으로서의 교과는 세계의 보편성을 이해하고, 보편적인 수준에서 자신에게 놓여 있는 개인적이고 특수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한다.

 

  공교육에서의 교과는 개인이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 상황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 방식을 체험하게 한다. 수학은 수리적인 방식의 문제를 수학적 방법으로, 과학은 자연과학적 문제를 과학적 방법으로, 윤리는 도덕적 문제를 윤리적 방법으로 접근하게 한다. 교과의 역할은 단순히 수학적 지식이나 과학적 지식, 윤리적 지식을 반복을 통해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학습함으로써 앞으로 닥쳐올 문제들을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개인의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즉, 교과는 세상과 소통하는 문화적(공적)이면서 개인적(사적)인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체육은 고작 건강과 유희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교과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적어도 체육이 공교육의 교과라면 신체와 움직임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전통적인 지식이나 스포츠 기능을 반복을 통해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체육을 배우는 학생이 장차 겪을 개인적인 체육적 문제들을 스스로 헤쳐나갈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건강과 유희는 그러한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얻어지는 것이지, 그 자체가 체육의 본질이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체육 교과는 신체와 움직임의 세계를 바라보는 렌즈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체육에서 어떤 것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지의 문제는 철저하게 공교육으로서의 교과라는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우리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공교육을 유지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제한된 시간과 노동력, 예산을 활용한다. 따라서 학생에게 이롭다고해서 모든 것을 다룰 수 없으므로 공적인 속성에 초점을 두어 가르쳐야 한다. 공교육 교과로서의 체육이 사설 스포츠 강습이나 대학의 교양 강좌와 다른 까닭은 그것이 공적 속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로서의 체육은 세계를 바라보는 렌즈이지, 놀이나 의학적 처치가 아니다. (물론, 그 렌즈라는 것은 복합렌즈를 구성하는 하나이지, 체육 단 하나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게 만드는 단일렌즈가 아니다.)

 

 

 

더하는 말

 

1. 쉽게 써야지...하고 다짐을 하고 글을 씁니다만, 쉽게 쓰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주제 탓으로 돌리고 싶지만 사실은 글을 쓰는 사람의 능력부족입니다. 틈틈이 '정상 체육'으로서 체육 교과을 무엇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 시리즈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체육을 고민하는 분들의 관심을 바랍니다.

 

2. 공교육의 성격에 대해 짧게 쓰려고 했는데 쉽지 않네요. 이 주제에 대한 더 세부적인 생각들을 <체화된 앎과 교육>이라는 책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체육뿐만아니라 교육 자체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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