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형 게임(야구, 티볼, 킥런볼 등)은 2009개정교육과정은 물론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도 5학년의 경쟁영역에 포함되어 있다. 흔히 야구형 게임이라고도 불리는 이 게임들은 다른 경쟁 영역의 게임들에 비해 교사나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수업을 하기 어려운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한 규칙때문이다. 야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규칙들이 난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규칙을 빼놓더라도 던지고 받기 등 운동기능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 역시 수업의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지난 포스팅들을 통해 어떻게 야구형게임에 입문할 지에 대한 방법들을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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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서는 야구형 게임에서 경험하는 교사들의 몇 가지 고민 거리와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적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한선생이 발견한 세 가지 아이디어-야구형 게임의 입문을 위한 활동으로 자주 활용되는 발야구에서 사용될 수 있는 팁 한 가지와 모든 야구형 게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변형 전략 두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첫번째 고민: 발야구를 하는데 많은 수의 여학생들과 일부 남학생들이 공을 높고 멀리 차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발야구는 티볼보다 좀더 쉽게 필드형게임에 접근하기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종목이다. 발야구 자체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티볼을 배우기 전에 발야구를 가르치는 경우도 많은데 가장 큰 이유는 티볼 보다 낮은 수준의 운동기능을 요구한다는 점일 것이다. 즉, 발야구는 야구에 대한 경험이 적은 아이들도 별다른 기능 훈련이 없이 야구형 게임의 전략과 규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교사들의 기대 때문에 필드형 게임의 종목으로 선택된다.
하지만 발야구 수업에서 완전학습을 기대한다면 좌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공 차는 것이 서툰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야구형 게임에서 기능이 부족하면 나머지 전략과 규칙을 배울 기회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어떻게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공을 찰 수 있게 할 것인가는 교사에게 중요한 과제이다. 나는 종종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시콘을 사용한다. 공을 차는 것이 서툰 아이들은 희망하는 경우 굴러오는 공을 차는 규칙이건 세워진 공을 차는 규칙이건 언제든 접시콘 위에 공을 올려놓고 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마치 골프에서 티 위의 공을 차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을 지면보다 높게 위치하게 함으로써 공을 높고 멀리 차는데 도움을 준다. 접시콘 위의 공을 차는 것은 땅을 차다가 생길 수 있는 부상을 줄이는 동시에 공의 하단부위를 발등으로 적중시킬 확률을 높여준다.
접시콘 위에 올려진 공을
가볍게 차 올린다.
두번째 고민: 수비수와 주자가 충돌하여 위험한 상황을 맞는다.
사진 출처: SPO TV
이 사진은 2015년에 있었던 메이저리거인 강정호 선수의 사고 장면이다. 이날 주자의 위험한 슬라이딩에 베이스를 지키던 강정호의 무릎과 주자의 다리가 충돌하면서 정강이 뼈가 부러지고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매우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었다. 초등학교 야구형 게임 수업에서 슬라이딩이 거의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작은 베이스에서 수비를 하다보면 아이들 역시 주자와 수비수의 다리가 엇걸려 부딪히는 경우가 생긴다. 아찔한 장면이다.
교사가 섬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좁은 베이스에 발을 올려두고 경기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실제 수업중에는 그 강도가 세건 약하건 주자와 수비수가 충돌하는 경우가 잦으며 무릎의 염좌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나는 베이스 대신 훌라후프를 사용하곤 한다. 베이스에 비해 넓기 때문에 주루 중 충돌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물론 수비수의 두 발이 훌라후프에 들어가 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없다. 한 발만 밟는 것을 규칙으로 해야 한다. 훌라후프보다 좀 더 적합한 교구는 액션후프이다. 밟았을 때 찌그러지는 훌라후프보다는 큰 사이즈의 액션후프가 교구의 망가짐이 덜하다는 점에서 더 좋다.
큰 훌라후프는 야구 베이스를 대체할 수 있는 괜찮은 교구이다.
이것이 액션 후프다. 이런 저런 용도로 요긴하게 쓰이니 학교에서 갖출만 하다.
세번째 고민: 1루에 나가지 못하면 그 이후의 공격팀이 배워야 할 어떤 것도 배울 수 없다.
야구형 게임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타격이 안되면 공격의 어떠한 것도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1루로 나가지 못하면 1루에 나갔을 때 부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그에 따른 전략과 규칙을 배우는 것이 힘들다. 이러한 문제점은 주로 타격능력이 빈약한 학생들에게 나타난다. 완전학습을 지향하는 체육교사들에게는 뼈 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내 경우는 혼성 경기나 여학생 경기에서 경기장의 형태를 변형하여 사용하는 편이다. 아래 그림의 왼편은 일반적인 경기장이고 오른편은 변형된 경기장의 모양새이다. 보면 알겠지만 1루까지의 거리는 가깝고 나머지 베이스 간의 거리는 먼 비대칭 형태의 경기장이다. 왜 이렇게 이상한 경기장을 사용하는가 하고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경기장 변형은 두 가지 관찰을 근거로 하고 있다. 첫째, 타격 기능이 부족하면 1루에 도달하기 전에 아웃이 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타격 기능이 부족하다고 달릴 줄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좀 더 많은 신체활동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경기장을 변형한 것이다. 즉, 1루까지 주루하는 것에 대해 성공률을 높여주고, 나머지 베이스로 이동할 때에는 운동량을 늘려주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는 변형이다.
뭘 자꾸 바꾸라는거야? 한선생, 당신 야매(?) 아니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게임활동에서 도구의 사용을 달리하는 것이나 경기장 규격을 바꾸는 것, 정식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보조 교구를 일부 아이들에 대해서 차별적으로 사용을 허락하는 등의 변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 어떤 이들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아마도 정식규격과 정식규칙이 옳은 것이며, '반드시' 지향하고 따라야 하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강한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스포츠의 형태로 지도하기 전에 초등학교에서 우리가 무얼 가르쳐야 하고,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경험하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체육수업에 대한 우리의 할 일을 '아이들이 학습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민감한 시선으로 발견하고 그것에 대해 따뜻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은 교사'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자. 걷지도 못하는 녀석들에게 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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