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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수업일지

[한선생의 체육잡설] 체육수업에서의 학급세우기(패싱볼 게임)

 

 

  학급세우기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각각의 학생들을 서로 도와가며 함께 배우는 학습 공동체로 거듭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급세우기는 사회적 기술에 대한 학습으로 친사회적 행동들을 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존중, 배려, 포용, 서로에 대한 지지 등을 실천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생소한 개념이었던 학급세우기는 더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 많은 교사들이 새학기가 시작되면 다양한 학급세우기 활동을 하고 있다. 한선생이 근무하는 학교는 담임교사들이 첫 1주를 학급 세우기를 위한 시간들로 사용하도록 학교 교육과정 차원에서 배려하고 있다.

 

  학급세우기가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학습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나는 체육수업을 위한 학급세우기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내 의견에 대하여 어떤이들은 학급세우기 활동들이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의도적으로 제공되는 활발한 상호작용'과 관련지어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체육 교과 자체가 협동과 경쟁이라는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굳이 학급세우기가 왜 필요할까 생각할 것이다. 물론 체육수업은 어떠한 교과보다 학생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양이 많고 질적으로도 깊다. 그러나 상호작용의 결과가 얼마나 성과(성취)를 내는가에 대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체육수업은 잦은 교류 속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체육을 좋아하지만 어떤 교과 활동보다 갈등이 자주 나타나며 그로 인해 상처입는 아이들도 많다. 체육수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소하고 '배움'이 있는 체육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체육수업에서의 학급세우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체육수업에서의 학급세우기는 신체활동이라는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기존에 해오던 학급세우기와는 다른 점이다. 기존에 소개된 일반적인 학급세우기의 여러 활동들은 교과 내용과 무관한 것이 많다. 교과 활동과 무관하게 진행되므로 이를 탈맥락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학급세우기 전략들은 주로 언어적 활동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복잡한 상호작용 과정에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단순화된 조건 안에서의 활동들로 이루어진다. 나는 그러한 일반적인 학급세우기 활동들이 체육수업의 신체활동 상황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드러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체육수업 상호작용에서의 복잡성 때문이다.

 

  나는 체육수업에서의 학급세우기를 '배움'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 체육수업에서 '모두의 배움'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이들 사이에서 '공정'과 '배려'가 내면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체육에서의 여러 활동들이 가지고 있는 경쟁적 속성이 부각되는 일이 많고, 교사들 역시 경쟁적 속성이 부각됨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정적 현상에 대해 무감각하기 때문에 좀처럼 공정과 배려를 내면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나의 체육수업 학급세우기에서 공정과 배려는 특히 팀의 균형, 체육수업 참여에서 소외된 학생들을 위한 규칙 변형에 대해 이해시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배우는 것이 개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급 모두가 배우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경쟁적 상황 속에서 승패보다 배운 것에 대한 의미를 먼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부가적으로 경쟁에서의 갈등을 줄이고, 체육수업 중의 사건이 아이들의 사회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나는 첫째 차시에 간단한 활동으로 신체활동 상황의 협동과 경쟁을 경험하고 두번째 차시에 공정한 팀 만들기와 배려를 위한 규칙 바꾸기라는 방법을 적용하였다.

 

  -1차시: 패싱볼 게임의 규칙 알기
            편을 나누어 게임 해보기
  -2차시: 서로 파악된 실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편을 나누어 게임하기
            서툰 친구를 배려할 수 있는 규칙 정하기/알기
            더해진 배려 규칙으로 게임 해보기

 

            

 

 

그렇다면 왜 패싱볼 게임인가?

 

패싱볼 게임에 대한 설명: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58

  한선생은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육을 가르친다. 그럼에도 굳이 4학년 교과교육과정에서 다루어야 하는 영역형 게임을 활용하는지, 그리고 듣도보도 못한 자기가 개발한 게임(듣보잡게임?)을 활용하는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핵심적인 이유는 '학급세우기 활동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해야 한다'라는 전제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공정'과 '배려'를 익히려면 모두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신체움직임이 포함된 게임이어야 한다. 너무 어려운 기능이 요구된다면 아이들뿐아니라 온 우주가 도와 소외된 아이들을 배려해도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옛 성현 말씀에 "정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돕는다"했는데...체육시간에 그런거 없다. 온전히 교사 몫이다.

 

 

 

패싱볼 게임을 통해 어떻게 학급세우기를 하는가?

 

1차시 수업: 패싱볼 게임 배우기

 

  아무리 간단한 규칙을 가진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처음 배우는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첫차시는 게임의 규칙을 배우고 편을 나누어 게임을 해보게 함으로써 이 활동이 '재미있다' 또는 '해볼만 하다'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규칙설명은 가장 핵심적인 특징을 먼저 이야기하고 세부적인 규칙들을 이야기하는 순서로 진행했다. 나는 팀을 나눌 때에는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실력이 비슷해 보이는 사람과 짝을 짓게 한 뒤 가위바위보를 통해 이긴 아이들을 A팀, 진 아이들을 B팀으로 나누었다. 게임 규칙을 설명했지만 공을 들고 움직이거나 블로킹 되어 떨어진 공을 누가 가지느냐와 같은 일이 계속 나타나므로 나는 남자아이들 경기장과 여자아이들 경기장을 번갈아 오가면 게임을 설명하고 진행하였다. 남학생 경기의 경우 기능 차가 커서 점수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첫 차시 수업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내가 추가 선수가 되어 지는 편에서 3분 정도씩 경기에 참여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경기 결과에 얽매이지 않도록 수업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긴 쪽을 격려하지 마라. 그리고 완전히 공정한 팀 분배나 정확한 판정이 어려움에 대해 이해시키고 새로운 활동을 배운 것, 집중하여 참여하고 재미를 느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2차시 수업: 공정과 배려에 대해 이해하기

 

  지난 게임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팀이 완전히 공정하게 나뉘어졌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러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발표하게 한다. 팀이 공정하게 나뉘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첫째로 서로의 실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둘째로 개개인의 '운동 실력'이 팀플레이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흔히 이야기하는 케미스트리가 안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 이번에는 최대한 공정한 팀이 되도록 '지난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이 비슷한 친구들과 짝을 짓게 한다. 이때 자기 자신 뿐만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고려하도록 한다. 짝을 짓게 되면 가위바위보로 팀을 나누는데, 나뉜 뒤에 한 번 더 팀을 조정한다. 불리하다는 주장이 나온 쪽과 아닌 쪽(대체로 팀 구성이 유리한 팀은 팀 분배가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편이다.)의 선수 중 몇몇을 교체한다. 예컨대 각 팀별로 두 세번째 실력가라고 여겨지는 아이들을 교체할 수 있다. 격차가 심한 경우 2~4번째 선수를 통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팀구성이 끝나면 게임을 진행하는데, 절반정도 진행하다가 멈추고 아이들을 모아 수업에서 드러나는 소외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친구들은 공을 가질 기회가 많지만 어떤 친구들은 공을 가질 기회가 적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보게 한 뒤 그것이 학급 전체의 배움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해본다. 그리고 기회가 없는 친구들(사실상 운동 기능이 부족한 친구들)이 더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규칙을 어떻게 더하면 좋을 지 의견을 이야기해보게 한다. 새로운 배려 규칙으로 다음과 같은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

 

-득점하거나 공이 바닥에 떨어져 경기가 정지되었다 다시 시작하게 될 때 소외된 친구들이 공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하게 한다.

-소외된 친구들이 공을 던지거나 받아서 득점이 되면 점수를 더 준다.

-소외된 친구들에게 공을 패스해 준다. (이것은 기준이 모호하다)

-소외된 친구들은 공을 들고 몇 걸음 걸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공을 들고 세 걸음 움직일 수 있다'

 

  대체로 타당한 의견들이 나온다. 각 학급별로 몇가지 규칙을 적용해 봤으나 가장 효과적인 것은 두 가지였다.

 

1. 득점하거나 공이 바닥에 떨어져 경기가 정지되었다 다시 시작하게 될 때 소외된 친구들이 공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하게 한다.

2. 소외된 아이들만 득점(득점 지점의 우리 편에게 공을 던지는 것. 받는 것은 누구나 가능)할 수 있다.

 

  이 규칙을 적용하는 대상은 아이들에게 선택하게 하였다. 한 팀에 7~8명인 남학생들의 경우 2~3명, 5~6명인 여학생들의 경우 1~2명씩 지정하게 하였다. 그리고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는 팀의 경우 다른 팀에 비해 1명을 더 선택하도록 하여 공격의 경로를 좀더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새로운 규칙을 적용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주지시키는 것이다. 사람마다 운동 경험이 다르고, 모두가 배움의 경험을 갖기 위해서는 게임 중간에 규칙을 바꾸는 것이 '공동체'다운 삶의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수업 마무리로는 변경된 규칙으로 게임의 후반부를 진행한 뒤 아이들을 한 곳으로 모아 변경된 규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게 한다. 그러한 변경된 규칙이 모두를 위해 좋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당황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 하루 아침에 아이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이 활동을 통해 앞으로 1년 동안의 체육수업에서 공정하게 팀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고, 소외되는 친구들을 위해 언제든 규칙을 바꾸어 움직임 경험을 나누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 만으로도 성공적이다. 이러한 경험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은 그러한 것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고쳐가게 된다.

 

 

폼볼도 좋지만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것 만으로 아이들의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할 때, 득점이 이루어졌을 때에는 자신의 진영에서 줄을 서서 시작한다.

 

언더로 던지길 바랐으나...럭비공은 두 손을 활용해 언더로 던져야 정확히 날아간다.

 

몇몇 아이들은 럭비공을 멀리 던지고 잘 받지만 대체로 롱볼은 공을 받기 어렵다. 숏 패스를 권하라.

 

상대편 영역의 훌라후프 안에 한 발 또는 두 발이 들어간 상태에서 공을 받아야 득점으로 인정된다.

 

어떻게 규칙을 바꿀지 각자 발표할 수도 있지만 함께 이야기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아직 체육시간에 의견을 모으는데 익숙치 않은 듯...

 

게임에 큰 기능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여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번외: 수업 중 깨달음

 

  올해 만난 아이들은 기본적인 움직임에 서툴었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공을 던지고 받는 동작 조차 배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우면서 동시에 '학교 체육의 책무성 부재'라는 면에서 화가 났다.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누군가가 대한민국의 학교는 체육수업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물론 일부 스포츠클럽에서 대단한 수행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들은 선택되어 집중적인 지도를 받은 것뿐이지 대다수의 아이들이 그러한 교육적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연히 가르쳐져야 할 것을 '수혜받았다'라고 표현해야 하는 이 상황 역시 씁쓸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하는 피구나 놀이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이들은 달리고 피하는 것 이외에 무엇을 배우는가? 피구를 하는 장면을 보면 잘 드러난다. 소수의 아이들이 다수의 아이들을 향해 공을 던진다. 다수의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피할 뿐이다. 교사의 개입이나 아이들의 자발적인 양보로 한 두번 공을 던져볼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대체로 공을 다루는데 서툴어 상대편을 맞추는데 실패하고 '난 잘 못해'라고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몇 번 반복되면 자신에게 공이 돌아와도 친구한테 기회를 양보한다. 우리들은 가끔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체육활동 참여모습에서 '체육수업이 잘 되고 있다'라고 착각한다. 무엇을 가르치고자 했는지, 아이들 개별적으로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한다.

 

  무엇이 이런 초등학교 체육을 바꿀 수 있을까? 그걸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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