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준비운동(활동), 이렇게도 할 수 있다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60)'와
'체육수업 준비운동에 대하여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67)의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일상적인 의사결정 상황에서 오래도록 해 온 익숙한 것들을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것은 아주 은연 중에 드러나는데, 때로는 다른 기억 속에 파묻혀 있던 오랜 기억을 꺼내 지금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요. 마치 우리 유전자 속에 입력된 본능처럼 나타나는 이러한 기제는 교사의 교육적 의사결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 교사들이 수업을 하는 가운데 데자뷰처럼 느껴지는 것들 중 상당 부분은 사실 데자뷰가 아니라 이미 경험했던 것에 대한 기억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학생시절 내가 배운대로 가르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은 교사들에게 드문 경험은 아닐 겁니다. 이러한 경험은 특히 교사 개인적으로 자신이 없거나 분명한 교육적 관점이 없는 것들을 가르칠 때 나타납니다. 이런 모습들은 초등학교에서는 체육수업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 붙인 제목이 어떤 분들에게는 대단히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목을 좀 더 부드럽게 고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준비운동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 많지 않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여러 차례 교육과정이 개정이 되었고,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가르치는 신체활동이나 게임, 스포츠도 다양해졌지만 유독 준비운동만큼은 항상 그대로 인것 같습니다. 십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맨손체조나 운동장 달리기는 마치 준비운동의 전형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런 준비운동은 과거의 답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루하고 뻔한 준비운동이 과연 아이들에게 적절한 신체 준비 활동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준비운동은 신체를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활동에서 준비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근육과 인대를 부드럽게 만들어 큰 힘이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해주고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늘려 부상 위험을 줄닙니다.
둘째, 근육의 온도를 높이고 혈관을 확장시켜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을 향상시킵니다. 즉, 운동에 필요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돕습니다.
셋째, 본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심리적 준비 상태를 만들어줍니다. 즉, 본운동에 대한 동기를 강화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합니다.
넷째, 체온 상승을 통해 협응력과 신경전달력을 높여 근육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준비운동은 여러 측면에서 본 운동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부상 예방에 초점을 두는 과거의 준비운동을 넘어설 필요가 있습니다. 본 운동 시작하기 전의 신체활동을 '본 운동을 더 효과적으로 배우도록 한다'라는 정의에 맞도록 이름을 고친다면 준비운동보다는 준비활동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준비활동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준비활동(운동)에 대하여 생각해 볼만한 다른 측면은 언제,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수업 시작과 동시에 교사나 체육보조 학생들이 앞에서 보여주는 것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체육수업 40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리드업활동이나 준비활동 시간이 길어지면 정작 꼭 가르쳐야 할 내용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에 대하여 준비활동을 수업 전 운동장에 나오자 마자 하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사가 제시한 준비활동을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준비활동은 어떤 움직임으로 이루어질까요? 저는 준비활동의 구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지난 차시나 지난 단원에서 배웠던 신체 움직임을 활용한 활동
2. 특정 스포츠나 게임에서 포함하고 있는 움직임을 활용한 활동
3. 그 날 수업에서 활용하는 교구를 활용한 활동
이러한 원칙에 의해 선정한 운동은 아주 간단해야 합니다. 좀 더 상세히 말하자면 교사의 언어적 설명없이 게시된 글을 통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격렬하지 않아 준비활동을 위한 준비활동이 필요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체온을 올릴 수 있으면서 지루하지 않은 신체활동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실천하냐고요? 저는 이렇게 합니다.
저는 대략적으로 이러한 활동들을 준비활동 움직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 새로운 움직임들을 포함할 계획입니다.
화이트보드에 정해진 활동들을 자석으로 붙여서 제시합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 중에 이 내용을 확인하고 정해진 움직임을 수행합니다. 사진에 보이듯 정해진 내용들에 대한 세부적인 인원, 강도, 횟수, 규칙 등은 보드마카로 간단히 적습니다.
화이트보드가 없다면 운동장 창고 철문에 붙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화이트보드를 추천합니다. 체육수업에서 화이트보드 위에 써가며 수업하는 것과 말로만 설명하는 것은 전달력의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운동장에 비치한 화이트보드는 준비활동 제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설명에도 요긴하게 사용됩니다.
이러한 준비활동이 모든 활동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과정에 있는 여러 도전활동(육상, 체조, 태권도, 씨름 등) 수업처럼 관절의 가동성과 근육의 유연성이 많이 필요한 경우나 폭발적으로 힘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활동과 관련이 있는 신체부위에 대한 집중적인 스트레칭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활동의 준비활동에서는 교사는 직접적인 시범을 보이는 것과 더불어 아이들이 잘 수행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준비운동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자는 개인적인 주장을 펼쳐보았습니다. 준비운동을 왜 하는가를 여러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운동장을 달린다거나 국민체조를 하는 과거의 유물들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교사가 수업에 대해 생각하기에 따라서 준비활동을 하는 시간은 지루하지 않고 수업의 본 활동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100가지 운동에는 100가지 준비운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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