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의 많은 선생님들은 체육수업시간에 피구를 즐겨한다(적어도 이 글이 쓰여진 시점에서는 그러하다.). 피구는 외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심지어는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사실상 퇴출된 종목임에도 우리나라 초등학교 체육수업 내용 선정면에서 전학년에 걸쳐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한다. 안타깝지만 장차 수년간 체육수업시간에 피구를 하는 일이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선생님들은 체육수업시간에 피구를 할까? 그 이유를 들어보면...
-새로운 것(규칙)을 가르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힘들다(교사가 새로운 걸 배우는 것 역시 힘들다.).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가르쳐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익숙한 활동을 하면 설명이 필요없이 수업시간을 순수한 신체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다(MVPA 또는 ALT-PE의 관점에서).
-새로운 활동에 필요한 운동 기능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아이들도 쉽게 배우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에 따르는 수업을 실천하는 것이 어렵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신체활동을 경험시키는데 부담이 따른다. 그 결과로 아나공, 피구, 축구, 그리고 최근에 자주 언급되는 놀이체육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 놀이체육의 등장은 개인적으로 많은 안타까움이 든다. 놀이체육은 현실적이지 않은 교과교육과정,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어려운 교과서, 초등학교 체육수업을 위한 실효성있는 교사교육의 부재의 삼박자 속에서 만들어진 대안이기 때문이다.
오늘 포스팅하는 내용은 영역형 게임(Territory games/Invasion games)의 속성을 포함한 게임이다. 한선생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활동으로 규칙이 간단하며 쉽게 가르칠 수 있다. 기존의 몇가지 스포츠와 게임들(대장공, 플라잉디스크 얼티밋 등)의 특징들이 조합된 것이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종목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기존의 교과서들이 제시하는 영역형 경쟁활동(축구, 농구, 플로어볼)보다 학생들이 익히기에 수월하다.
(게임의 속성에 대해 더 자세히 할고 싶다면 다음 포스팅을 참고하라.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45)
실제로 한선생은 어떻게 지도했나?
미리 자료를 만들어두었으면 더 좋았겠으나...위의 자료는 모든 수업이 마무리된 후 작성된 것이다. 나는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진행하였다. 평소 "교과교육과정 사수!"를 주장하던 인간이 왜 영역형 게임을 지도하는가에 대해 표리부동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학급세우기를 목적으로 지도하였다(2009개정,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경쟁활동에 대하여 공히 4학년은 영역형, 5학년은 타격형, 6학년은 영역형 게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 학!급!세!우!기! 다시 말해 진도 빼는 것과 무관하게 학급의 체육수업 학습분위기 만들기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는 말씀-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59)
이번 학년도에 학교를 옮긴 터라 이곳의 체육수업 풍토를 간접적으로만 알 수 있었는데 실제 수업을 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교육과정보다는 흥미위주의 신체활동을 선호했다는 점, 아이들의 체육수업에 대한 인식도 배움보다는 놀이였다는 점, 그리고 그 결과 아이들의 기본적인 움직임 기능이나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던지고 받기라는 아주 기본적인 움직임이 요구되었지만 절반에 가까운 아이들이 내가 기대하는 6학년 학생의 움직임 수준에 못미쳤다.
한선생이 근무하는 학교의 운동장은 잔디구장이라 영역을 표시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경기장의 영역이 없으며 인과 아웃의 구별 없이 진행했다. 사실 이 활동에서 인과 아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득점지점인 훌라후프와 훌라후프 사이의 거리는 4미터~5미터 정도이고, 두 팀의 훌라후프 사이의 거리는 남학생의 경우 20미터, 여학생의 경우 15미터 정도로 하였다. 공은 폼볼이나 스페이스볼을 활용해도 좋으나, 학교에 럭비공이 있었기 때문에 럭비공을 활용했다.
두 차시에 걸쳐 수업을 했는데 첫 차시에는 규칙을 설명해 가면서 지도를 해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 활동시간이 길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차시에는 규칙 설명이 거의 없이 진행했기 때문에 많이 아이들이 더 많이 움직일 수 있었다. 저 규칙을 학급별로 미리 게시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다양한 신체활동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재미있게 참여했다. 다만 안타까웠던 것은...아이들이 정말 던지고 받기를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마다 아이들 운동 기능의 차이가 있겠으나 수업 활동과 관련된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해 지도할 필요가 있다. 이 게임의 경우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던지고 받기에 대한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게임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좀 더 쉽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다음 내용을 참고하길 바란다.
1. 매우 간단한 규칙임에도 새로하는 게임은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이 든다. 설명의 노력을 줄이기 위해 위의 게임 규칙을 출력하여 체육수업 전에 교실에 붙여두자. 2~3일 전에 교실에 게시하면 효과적이다. 아이들은 다음 체육수업시간에 뭘 할지 늘 궁금해 한다. 일부러 읽어보라고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 체육수업에서 다음 활동에 대한 게시는 매우 효과적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게임 중에 규칙을 다시 설명하느라 활동을 멈춤으로써 수업의 흐름을 끊게 된다. 그러나 미리 활동을 게시함으로써 당일 수업시간에 설명하는데 드는 에너지를 절반 이상 절약할 수 있고, 아이들의 참여 역시 질적으로 높아진다.
2. 규칙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부터 덜 중요한 것으로 설명하길 바란다. 위의 사진 자료의 경우 그러한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게임의 규칙이 복잡할 수록 더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규칙을 여러 차시에 이어서 조금씩 적용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3. 영역형 게임의 기본 속성은 공을 빼앗기지 않고 이어서 상대편의 영역으로 침범해 득점하는 것이다. 패싱볼 게임에서는 우리 편이 공을 가졌을 때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보다 앞에 위치해야 하고, 패스를 받을 수 있도록 상대편 수비수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공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차지해야 함을 지도해야 한다. 또 상대편 수비가 벽처럼 가로막고 있다면 포물선을 그려 상대편 선수들의 머리를 넘기는 패스를 주고 받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 우리 편이 공을 가지고 있으면 공에 눈의 떼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서로 눈이 마주치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패스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하며...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설명해야 하는 이유는...그만큼 아이들이 4학년때 제대로 배우지 못한 까닭이다. 물론 4학년 아이들에게 이걸 가르치는 상황이면 앞에 문장은 취소.
4. 던지고 받기의 기본이 안되는 아이들이 많다. 던질 때에는 받는 사람이 잘 받을 수 있는 방향과 거리를 고려해야 한다. 아이들이 공을 마구잡이로 던지지 않게 하고, 받는 아이들도 되도록 가까운 거리에서 공을 이어가도록 지도해야 한다. 공을 받을 때에는 두 손이 마중을 나갔다가 공을 가슴쪽으로 끌어안는 자세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아래 미남 럭비선수의 리시브 동작을 참고하라. 럭비공 주고 받기는 아래 하이퍼링크를 따라가면 미남선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공을 받는 방법-럭비에서의 예
출처: Sevens Uncovered: Training for the perfect pass (https://www.youtube.com/watch?v=CNDjdYkHRmg)
이번 글은 영역형 게임을 좀 더 쉽게 가르치자는 것과 아이들에게 다양한 신체활동을 경험하게 하자는 의도로 쓰여졌다. 패싱볼이라는 게임 자체도 그러한 목적으로 개발해보았다(이름을 이리 만들어봤으나...좀 더 멋진 제목이 있으면 댓글 환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공식적인 연구를 통해 하나의 게임으로 정착시키고 싶다. 사실 지금까지의 영역형 경쟁활동에 제시된 활동들이 아이들이나 교사들의 수준에 적합하지 않다. 아무튼, 이 활동을 통해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즐거운 체육수업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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