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잘 못하는 교사는 축구, 농구를 못가르칠까?
스포츠교육 연구의 눈에 띄는 성과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초등학교 현장의 체육수업은 여전히 고전적 체육수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는 ‘기능이 부족해서 체육수업을 못 하겠다’는 현장 초등교사들의 고충이다. 이러한 사고의 밑바탕에는 체육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운동 기능이라는 관점이 깔려있다. 체육 수업에서 운동 기능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축구나 농구, 배구의 기술을 멋지게 해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신체활동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스포츠가 건강한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움직임 자체를 즐겁게 여기는 태도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잘못된 게임 수업을 받은 사람은 교사가 되어도 잘못된 게임수업을 하기 마련이다.
테크닉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적인 체육수업에서는 게임을 가르칠 때 짧은 시간 동안 게임에서 요구하는 부분적인 기능들을 연습한 뒤 남은 차시의 수업들을 게임을 하는데 할애했다. 게임에 필요한 기능들을 익히기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지식과 기술면에서 선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단원이 진행되는 동안 게임 수행 능력이 거의 향상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의 수업에서는 상대적으로 게임을 잘 하는데 필요한 전략이나 게임의 구조, 전통, 다양한 역할 등에 대해서 잘 다루지 않는다. 학생들이 전략과 기술을 충분하게 익히지 못한 채 성급하게 경기를 함에 따라 들은 질 낮은 수행을 보이고, 좌절을 경험하게 하며, 의미있는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맥락이 없는 기능과 전략지도는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른채 수행하는 반복적인 패스연습은 학생들에게 지겨움만 줄 뿐이다(학습자의 경험에 대하여 과학교육 분야의 연구는 다음을 참고: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21). 다시 말하자면 학생들은 기능과 전략을 배우는 까닭을 알고 연습을 할 때 비로소 기능과 전략을 배우는데 동기화가 되며 적극적인 학습태도를 갖게 된다.
이해중심게임모형은 게임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도록 만드는 수업모형이다.
이해중심게임모형(Teaching Game for Understanding)은 앞서 언급한 테크닉 중심의 전통적 체육수업이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접근 방식이다. 이해중심게임모형은 학생들로 하여금 게임을 이해하고 게임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함으로써 게임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테크닉을 더 잘 해내고 싶도록 만들어준다.
이해중심게임모형은 게임의 전반적 흐름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 지도 방법이다(Bunker & Thorpe, 1986). 즉, 게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운동기능을 가르치기 전에 게임에 필요한 움직임에 대한 이유를 먼저 가르치는 것이다. 예컨대 축구를 가르칠 때 패스, 드리블, 슛을 먼저 가르치고 축구의 실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축구에서의 전략이 왜 필요한지 체험을 통해 이해하게 한 뒤 축구의 테크닉과 실제 게임을 가르치는 방법이다. 이해중심게임모형의 핵심은 전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때 전술은 게임 또는 게임과 유사한 상황에서 필요한 전략과 기술의 결합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전술은 계열성이 있는 수업을 통해 발달되는데 매 차시의 수업에서는 학습 목표로서 학생들이 전술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를 포함한다. 이러한 이해중심게임모형의 지도 흐름은 학생들의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발달에 적합하도록 고안된 변형된 게임들을 수업에 적용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
이해중심게임모형의 성패는 적절한 변형 게임(게임 형식)을 적용하는데 달려있다.
이해중심게임모형에서는 정식 게임을 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변형하거나 단순화시킨 작은 게임들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정식 게임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학습하고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게임에 대한 이해는 어떻게 하면 상대편보다 더 유리하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돕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은 무엇을 해야 할 지와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 즉, 학생들이 연습을 통해 테크니컬한 운동 기능을 익히게 하거나 전략적 이점을 위한 전술적인 작전을 연습하도록 하게 함으로써 더 의미 있는 학습으로 이어지게 한다.
변형 게임(게임 형식)의 예시는 다음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좀 더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 소개] 축구 지도를 위한 대안적인 과제◀
Bunker와 Thorpe(1989)는 어떻게 전략을 가르칠 수 있는지 설명하면서 각 게임의 대표적인 성질을 중심으로 게임을 수정하는 방식(가르칠 내용만 남기고 단순화하는 방식 등), 과장을 함으로써 게임을 수정하는 방식(특정한 기능을 강조하여 가르치기 위해 경기장이나 규칙 등을 과장되게 바꾸는 방식 등), 학생들의 적극적인 의사결정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특정한 전략을 복잡하게 적용하도록 게임의 규칙을 변형하는 방식 등을 제안하였다. 이에 따르면 전략을 가르치기 위해 고안된 게임에 참여함으로써 학생들이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그들의 운동 수행을 발전시키고 평가하며, 교사의 지도 아래 점진적으로 어른들이 하는 세련된 게임을 지향하도록 발전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체육에서의 게임은 표적형, 네트형,(벽형), 필드형(타격형), 영역형(침범형)의 네 가지로 나눈다. 이것은 체육과 교육과정에서 게임을 분류할 때 빈번하게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분류체계는 게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원리를 기준으로 나누는데, 특히 영역형과 필드형 게임은 점수를 얻거나 상대편의 득점을 막을 때 나타나는 선수들 사이의 관계가 고려된다.
이해중심게임모형에서 게임의 유형을 나누어 지도하는 전제는 게임의 각 유형에 속한 게임들은 공통된 속성을 가지며, 그러한 속성들을 학습함으로 인하여 각 종목의 스포츠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게임의 유형별로 학습한 내용이 다른 종목에 전이가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티볼 경기를 통해 타격형(필드형) 게임의 속성을 배우게 되면 그것이 야구나 발야구 등의 게임을 배우거나 수행할 때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측면을 생각했을 때 초등학교 체육수업에서는 뉴스포츠나 전통적인 스포츠 종목(또는 그것의 변형)을 지도하는 것 대신, 각 게임의 유형을 고려한 창의적인 변형게임을 개발하여 적용하는 것이 학습자의 운동발달 수준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조심스럽게 주장해본다.
네 가지 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은 다음과 같다.
타격형/필드형 게임
1) 타격하는 선수는 경기장 밖으로 공을 쳐내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2) 필드플레이어(수비수)에게 뜬 공을 잡히지 않거나 안전한 구역에 타격하는 선수보다 공이 먼저 도착하지 않는 경우, 타격하는 선수는 안전한 구역 사이를 달림으로써 점수를 얻는다.
타겟형 게임: 선수는 방해가 되는 것들을 피하여 자신의 기구를 상대편보다 더 가까이 함으로써 점수를 얻는다.
네트형/벽형 게임: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구(공)를 상대편이 자신들의 영역 밖으로 되돌리는 것보다 더 많이 상대편의 경기 영역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즉, 기구(공)를 상대편 영역으로 보내되 받지 못하게 한다.
영역형/침범형 게임
1) 공을 가진 선수들은 상대편의 중심 또는 열려있는 표적에 기구를 둠으로써 점수를 얻는다.
2) 공을 가진 선수들은 규칙에 벗어난 신체적 접촉 없이 상대편 선수들의 득점하려는 것을 멈춘다.
다음은 각 게임 유형에 속한 게임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속성이다. 변형게임을 개발할 때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해중심게임모형은 단원의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지도된다.
여전히 많은 교사들은 수업모형을 적용하는 것을 한두 차시에 대해서만 국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체육과 수업모형은 한 차시에만 적용하는 형태를 갖지 않는다. 이해중심게임모형의 적용 역시 한 차시를 넘어서 단원의 차원에서 여러 차시의 수업에 걸쳐 적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이해중심게임모형은 6단계로 이루어진다. 전통적인 게임 지도 관점과 비교하였을 때 특이한 점은 전통적 게임 지도에서 기술 연습을 가장 먼저 하는 반면 이해중심게임모형에서는 5단계에 이르러서야 시작한다는 것이다. (4단계와 5단계는 한 차시 안에서 나타날 수 있고, 4단계와 5단계가 반복되는 여러 차시로 단원의 차시 수업 계획을 지도할 수도 있다.)
1단계: 게임에 대한 소개 - 수행될 게임의 개관.
2단계: 게임의 역사와 전통 - 게임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
3단계: 게임상황에서 전술문제를 제시 - 학생들의 전술인지 발달
4단계: 의사결정 연습 - 게임유사 학습활동에서 전술적 지식의 적용 시점과 방법에 대한 인식을 발달
5단계: 기술연습 - 게임유사 학습활동에서 전술적 지식과 기능 수행의 결합
6단계: 실제 게임 - 전술과 기능을 결합한 수행
개인적으로 이해중심게임모형은 소집단 중심 신체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정한 활동이나 전략에 초점을 둔 변형된 게임은 학생들을 게임에 대하여 단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초등학교 체육수업에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변형된 소집단 중심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을 꿰뚫는 교사의 안목과 게임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하는 교사의 예측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의 안목이나 예측력을 신뢰할 수 없다면? 동료교사와 협의하라. 둘은 하나보다 낫다.
이해중심게임수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게임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게임의 개념적 정의와 게임의 유형별 속성을 이해하면 이 교수학습모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본 블로그에 게시된 게임의 개념들을 탐색하길 바란다. 게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글을 공유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Hopper, T. (1998). Teaching games for understanding using progressive principles of play. CAHPERD, 27(1), 1-5.
Thorpe, R., & Bunker,D.(1989). A changing focus in games teaching. In Almond(Eds), The place of physical education in schools(pp.-163-169). London: Kogan/Page.
Thorpe, R., Bunker,D., & Almond, L,(ed), (1986). Rethinking games teaching. Loughborough: University of Technology, Loughbrough.
Michael Metzler(2005). 유정애 외 9인 역. 체육수업모형. 대한미디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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