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체육수업 환경에서 좋은 교사라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여러가지 능력이 관련되어 있겠으나 최근 들어 화두가 되는 것은 피지컬 리터러시(Physical Literacy)이다. 신체적 문해능력이나 신체역량, 운동소양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용어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기 때문에 이번 포스팅에서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자 한다.
피지컬 리터러시란 무엇인가?
피지컬 리터러시는 전생애 동안 신체활동을 지속하기 위하여 필요한 의욕이나 자신감, 신체적 능력, 지식과 이해력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리터러시는 텍스트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으로 흔히 문해력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사상(事象)들을 텍스트로 볼 수 있다는 관점에 따라 리터러시를 ‘특정 분야의 전반에 대한 종합적 이해력과 실행력’이라는 좀 더 폭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화이트 헤드는 피지컬 리터러시를 전인적인 능력을 아우르는 것으로 정의하였는데, 이는 신체적 능력(심동), 의욕과 자신감(정의), 지식과 이해(인지)를 통합한 개념이다. 피지컬 리터러시에 대한 설명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움직임에 대한 재능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중요하게 공헌한다. 피지컬 리터러시는 타고났으나 아직 발현되지 않은(잠재된) 움직임의 재능을 극대화하려는 의욕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잠재된 재능이 각종 능력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드러나는 것은 개인이 타고난 정도와 그가 속한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 피지컬 리터러시를 지닌 사람은 신체적으로 도전을 받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여유 있고 효율적이며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있다.
- 피지컬 리터러시를 지닌 사람은 주변의 물리적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측면들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지각력을 지닌다. 이러한 지각력을 바탕으로 상황에 대하여 어떤 동작들이 필요한지를 예측할 수 있고, 이러한 요구들에 적절한 현명하고 창의적인 반응할 수 있다.
- 피지컬 리터러시를 지닌 사람은 자신의 움직임 수행의 효과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파악하여 움직임을 상황에 맞게 해내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또한 운동, 수면, 영양 등과 같은 기초적 것들과 관련한 신체와 건강의 원리를 이해한다.
- 피지컬 리터러시를 지닌 사람은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안다. 즉, 세계 안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을 명확하게 인지한다. 이런 자각심은, 주변환경과 반응을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는 것과 함께, 자신감과 자존감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 신체적 능력과 자질에 대해 매우 민감한 지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스스로 의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자기표현이 풍부해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세심하고 정감 섞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초등학교 체육수업의 목적 재설정: 피지컬 리터러시 함양
학교교육에 포함된 거의 모든 교과들은 전인교육을 지향한다. 체육교육 역시 전인교육의 전통을 따르고 있으며, 많은 체육교사들이 체육을 통한 전인적 발달을 표방한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근거 없는 외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체육교과가 어떤 측면에서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지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수업으로 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체육교과와 체육수업의 근본적인 목적은 전인교육이라는 것과 그것이 어떠한 형태로 구현되는지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전인교육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인간의 특성을 지, 덕, 체로 나누어본다. 즉, 교육을 통하여 인간의 지성과 품성, 신체를 발달시키는 것이 전인교육의 요점이다. 체육에서 지덕체 함양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많은 경우 파편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수업의 장면을 이야기한다. 이론 수업을 통해 지성을 기르고 협동하는 과정에서 인격적 성장을 도모하며, 운동 중 흐르는 땀과 함께 신체가 튼튼해진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한 수업으로 학생들은 결국 지, 덕, 체를 통합하지 못하게 되고, 성인기에 이르러 일부는 운동 기능에 초점을 둔 신체활동에 매진할 것이며 일부는 카우치포테이토가 되거나 신체활동에 대한 관심을 끊게 될 것이다. 전인은 파편적인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인의 역량을 지, 덕, 체를 따로 떼어서 분석할 수 있을지언정 그러한 특성들이 각기 개별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인의 역량이 맥락 속에서 어우러져 드러나듯 전인 교육도 맥락 속에서 전인성을 기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체육수업에서는 어떤 맥락 속에서 전인 교육이 이루어지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움직임 또는 신체활동 속에서 일 것이다. 신체활동과 밀접한 관계의 실제적인 움직임과 지식, 그리고 감성이 전인을 만든다. 축구를 하면서 축구를 잘 하게 되고, 규칙이나 전술을 이해하게 되고 즐겁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축구에 대한 안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피지컬 리터러시를 함양하는 것이 체육교과의 목적이며, 체육에서의 전인교육을 실천하는 방법이 된다.
좋은 초등학교 체육 교사의 자질은?
안타깝게도 현장의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는 ‘운동기능이 부족하면 좋은 체육수업은 엄두도 낼 수 없다’는 선입견이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일선의 교사 뿐만아니라 많은 행정가, 정책가, 그리고 일부 교사교육자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자면 초등학교 체육수업은 향후 수십년간 개선될 여지가 없다. 교육대학교 커리큘럼에 체육기능만 50학점이상 배정하거나 체육특기자를 교대입시 상 특혜를 주는 등의 비정상적인 대책이 없는 한 절망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전문적인 코치=좋은 체육교사’라는 기능 중심적인 등식을 머리 속에 두면, 특히 운동 기능이 부족한 여교사들의 비중이 높은 초등학교에서 좋은 체육수업은 넘볼 수 없는 꿈일 뿐이다. 그러나 수많은 논의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좋은 기능만이 좋은 체육교사를 결정하는 유일한 자질은 아니다.
피지컬 리터러시에 초점을 두어 초등학교 체육수업을 조명하면 최종적인 수업의 목적은 체육적 전인을 기르는 것이며, 이에 대한 최선의 방법은 아이들이 체육에서의 배움을 좋아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노는 즐거움을 넘어서 배움의 과정에서 체육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움직임을 이해하고, 잘 수행하며, 긍정적 가치를 내면화하는 것이 초등학교 체육수업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초등학교 체육 교사란 체육수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교사이다. 기능이 부족한 교사는 학생들의 피지컬 리터러시를 길러주지 못할까? 아니다. 체육수업을 하는 교사가 운동 기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움직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질이 보장된 체육수업을 해낼 수 있다. 아이들의 발달 특성과 신체 움직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체육수업은 충분히 체계적으로 계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능만 탁월할 뿐, 아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체육에 대한 인지적 정의적 소양이 부족한 교사는 아이들을 '체육을 배우는 것의 즐거움'으로 이끌지 못할 것이다. 이런 교사는 피지컬 리터러시를 함양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피지컬 리터러시는 학생들보다 교사들에게 우선적으로 함양해야 할 자질이다. 피지컬 리터러시가 부족한 교사는 피지컬 리터리시의 측면에서 체육수업을 꾸려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경험적으로 운동기능이 부족한 교사들로 구성되었더라도, 초등학교 동학년 조직의 협업을 통해서도 충분히 좋은 체육수업을 할 수 있음을 안다. 피지컬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볼 때, 움직임을 즐기고, 이해하고, 참여하는 교사가 아이들을 즐기고, 이해하고, 참여하게 만드는 체육수업을 고민하고 설계하도록 만드는 교사들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초등학교 체육수업 졸속 운영에 대한 강력한 파해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 스스로를 좋은 초등학교 체육교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우선적으로 시작할 것은 신체활동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관심을 갖고 한 가지 신체활동이라도 꾸준히 즐겨라. 피지컬 리터러시가 조금씩 발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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