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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체육일반

[한선생의 체육잡설] 나의 학교체육 이야기를 시작하며

  2006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일을 해 왔고 어쩌다보니 아직까지 '학교체육'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교직에 첫발을 딛은 이후로 딱 1년을 제외하고 학교체육과 관련된 업무를 해 왔습니다. 대부분은 담임교사로서 체육업무를 했고 2년 정도는 체육전담교사로 체육수업과 체육업무를 했습니다.

  어쩌면 저를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스포츠에 푹 빠져있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는 운동을 매우 못합니다. 하지만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친다는 것이 의미있고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아직까지 저를 학교 체육 주변에서 맴돌게 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체육수업이 등교의 이유일 수도 있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체육업무를 하면서 몇가지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초등학교에서는 체육업무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자주 바뀐다는 것입니다. 체육업무담당자 중에는 체육교과 전담교사들도 있는데, 이분들도 자주 바뀝니다. 또 한가지 볼 수 있는 것은 대체로 저경력교사이거나 외부에서 전출온 선생님들이 주로 체육업무를 담당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증거가 있겠지만, 위의 두 가지만 보더라도 초등학교에서 체육은 기피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교사들은 초등학교에서의 체육에 대하여 높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대도 낮기 때문에 무얼 해도 좋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체육수업에서 문제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이는 오래 전에 미국의 어떤 체육교육학자가 했던 말입니다. 물론 지금의 미국 체육교육은 그러지 않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미국에서 수십년 전에 했던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체육은 '하기만 해도 잘하는 것'으로 여겨짐에도 다들 체육을 기피합니다. 세상에 어떤 학교업무와 어떤 교과수업이 이렇게 하는 것 만으로도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놀라운 일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교육과정에 준한 체육수업을 하라거나 각 시도교육청의 체육교육기본계획에 충실한 학교체육을 운영하라고 하는 것은 어려워보입니다. 초등학교에서 학교체육의 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체육은 다른 업무나 다른 과목 수업과 차이가 있고, 그러한 차이들 때문에 많은 선생님들께서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겪을 어려움과 많은 선생님들이 걱정하는 어려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체육업무라면 지레 힘들 것이라는 생각들, 예컨대 고된 육체적 노동이나 높은 수준의 운동기능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체육수업에 대한 부담감을 갖게 합니다. 사실 시범을 보이는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에도 아이들 앞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두려워 체육수업을 꺼리는 선생님들이 주변에 참 많습니다. 체육수업에서 정말 어려운 것은 수업의 목표에 적합하게 활동 과제를 구성하는 것이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다른 것들에 두려움을 갖는 것 같습니다.

체육수업 실천공동체를 하며 정리한 수업 계획의 일부. 수업은 교과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체육은 특히.

 

  하지만 저는 체육수업에 대한 어려움보다 체육수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 몇 가지만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체육수업을 몸으로만 하는 수업 쯤으로 여긴다.

     2. 체육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에서 이기게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3. 체육수업은 열심히 움직이게만 하면 되는 시간이다.

     4. 체육수업은 아이들을 충분히 놀게 해주는 시간이다.


  이런 인식들이 교사들의 체육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상당량의 차시를 교육과정에 벗어난 수업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체육수업 시간에 공이나 굴려주고 피구나 축구를 하게 한다거나, 어디서 알게된 놀이를 체육수업시간에 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초등학교에서의 체육은 종이 따로 실제 따로입니다.

체육수업을 몸으로 배우는 것에 한정하면 아이들이 다양하게 신체활동을 이해할 기회가 박탈된다.

  아마 저의 지적에 마음이 불편한 선생님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도 이러한 문제를 교사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충하는 체육수업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그래왔고, 이러한 동조현상은 거의 '문화' 수준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체육수업을 '그렇게 해도 되는 수업'으로 여겨왔습니다. 대다수가 이것을 문제 삼지 않았고, 누구도 적절한 모델을 파급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몇 해 전부터 되든 안되든 교육과정에 충실한 체육수업을 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것은 저 스스로와의 약속이었습니다. 체육수업을 성실하게 실천하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주변 선생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결정적으로 자신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저의 체육수업 실천은 남들 앞에 내세울 만큼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실천하며 몸으로 깨치는 중입니다. 제가 전해드리는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에게 큰 도움을 주거나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이 대단치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작은 바람을 갖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제 이야기들을 통해 여러분들이 '학교체육을 이렇게도 생각하고 실천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면 충분한 보람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글을 통해 초등학교에서 체육을 하는 '보통' 교사의 실천과 생각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여러분들이 체육수업을 하는데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