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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체육일반

[한선생의 체육잡설] 체육수업과 몰입 그리고 미니멀리즘

  체육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체육수업의 목적으로서 '재미'일 것이며, 교사의 입장에서는 수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재미'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의 입장에서의 재미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아나공 수업이나 놀이체육과 같이 교육과정에 벗어난 수업을 하는 이유가 바로 '학생들의 재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교사들의 체육수업에 대한 관점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교사들이 목표 내지 목적과 수단을 혼란스러워하거나 목표를 망각하고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교육기관의 문제일 수도 있고 교사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닐 것이다. 아주 흔하게 나타나는 일이어서 책임소재를 찾는 것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것이 더 서두를 일이기 때문이다.

 

 

체육 수업과 몰입

 

  '재미'는 '몰입'이라는 심리학적 개념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가 재미를 느끼는 대부분의 것들은 몰입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플로우'로 알려진 저명한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신체활동은 몰입을 경험하기에 아주 좋은 삶의 부분이다. 그의 저서에서 신체활동과 몰입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몸이 하는 그 어떤 일도 즐거운 것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신체의 각 기능을 미발달 상태로 방치해 두면 삶의 질은 겨우 필요 고건만을 충족시키는 상태로 머무르며, 심지어는 비참한 상태에 놓인다."

"남이 보기에는 아무리 하찮은 목표라 할지라도, 완벽한 기술의 추구를 위한 운동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 된다."

 

칙센트 미하이, 플로우 中

 

  아래 그림으로 설명되는 그의 이론은 명쾌하고 단순하다.

 

 

  세로 축은 도전과제(Challenges), 가로축은 개인이 가진 기술(Skills)의 수준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어려운 것을 하게 되면 불안(Anxiety)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너무 쉬운 것을 하면 지루함(Boredom)을 느끼게 되므로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을 조절해야 한다. 즉, 너무 어려운 상태이면(그림의 3에 해당하는 지점) 조금 쉽게 조정하고(그림의 4에 해당하는 지점) 너무 쉬운 상태이면(그림의 2에 해당하는 지점) 조금 어렵게 조정해야(그림의 4에 해당하는 지점)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재미(몰입)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제의 난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칙센트 미하이는  단순한 신체움직임도 플로우를 생성해 낼 수 있도록 변형시킬 수 있다면 즐거운 것이 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목표 설정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그의 저서에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제시하였다.

 

1. 궁극적 목표를 세운 후 그에 맞는 실행 가능한 하위 목표들을 최대껏 많이 설정한다.

2. 설정한 목표들의 달성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3.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며, 그 활동과 관련된 도전 목표들을 최대한으로 세분하여 구분 짓는다.

4. 주어진 기회를 십분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연마한다.

5. 해당 활동이 지루해지면 목표를 계속 높여간다.

 

칙센트 미하이, 플로우 中

 

  수업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체육수업에서의 신체활동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학생들의 기능 수준 역시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는 수업을 운영하기에 바빠 좀처럼 학생들의 기능수준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런 체육수업에서 학생들의 몰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우리가 '가르쳐야 할 수 많은 신체활동'을 외면하고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아나공이나 놀이체육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우리가 몇 가지 주제를 제외하고는 신체활동에서 아이들에게 몰입을 경험하게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체육수업과 미니멀리즘 : Less Is More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몰입을 얻을 수 있다. 물수제비(stone skipping)을 떠올려보자. 물수제비를 하는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몇번 물 위에 튀어오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아주 단순한 이 활동을 하는데 상당시간을 집중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물수제비를 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활동임에도 자신만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미니멀리즘은 최소주의로 번역되기도 한다. 미니멀리즘은 음악이나 미술, 문학 등의 예술 분야의 사조로 알려졌다. 미니멀리즘을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극도로 단순한 표현과 즉자적·객관적인 접근을 특징으로 한다. 미니멀 아트는 1913년 말레비치의 구성에 나타났던 환원주의적 경향이 절정에 이른 것이다. 직관적·자발적인 행위를 바탕으로 하는 추상표현주의인 액션 페인팅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다. 평면성을 강조하고 보는 사람의 직접적이고 순수한 시각적 반응을 위해서 회화적 접근보다는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형태와 선을 사용했다. 영거먼, 켈리, 스텔라, 놀런드 등의 하드에지 회화는 평평한 표면에 크고 단순화된 기하학적인 형태, 원색을 직접 사용하는 것 등이 특징이며 저드, 안드레, 플레빈 등의 미니멀 조각은 극도로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를 표방하였다. 미니멀리즘은 미니멀 음악에도 뚜렷한 영향을 주었다.

 

출처: 다음 백과사전

 

  미니멀리즘은 예술 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에서도 나타난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미니멀리즘의 성공적인 사례는 스티브 잡스의 i-pod과 i-phone일 것이다. 굳이 장황하게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아이팟과 아이폰이 보여준 미니멀리즘의 위력을 잘 알 것이다. 떠올려보자. 아이팟과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의 충격을- 스티브 잡스의 APPLE은 복잡함을 단순한 것으로 녹여내었고 특히 디자인 면에서 관련 업계 뿐만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미니멀리즘은 수업의 디자인에서도 생각해 볼 문제다. 체육수업을 꼭 현란하고 화려한 활동으로 구성을 해야 하는가, 한 차시 안에 지나치게 다양한 활동을 포함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앞서 이야기한 물수제비를 보면 그렇게 단순하기만 한 활동에도 상당시간의 몰입을 끌어낼 수 있다. 단순하고 단일한 활동이어도 충분히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다. 요즘 재미있는 신체활동을 소개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자신만의 재미있는 수업을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 다들 마음껏 뽐내고 있다. 장기자랑하듯. 그런 활동들에 감탄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 학교에서 가능한 건가?'

'교육과정이랑 관련된 건가? 그냥 놀아주는 건 아닌가?'

'규칙 설명하고 활동에 맞게 학생들 조직하다가 15분이상 시간을 지체하는 건 아닐까?'

 

  너무 많은 준비의 노력이 필요하거나 너무 많은 규칙이 필요한 체육수업은 실제로 학생들에게나 교사들에게 적합하지 않다. 한 차시 안에 너무 다양한 활동을 포함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아이들이 그 수업을 끝내고 '재미있었어요'라고 할지라도 그 수업을 통해 교사가 목표로 한 점에 대한 신체적이거나 심리적인 변화가 나타날만한 충분한 양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주지 못한다면 좋은 수업이라고 할 수 없다. 많은 것을 하려다가 되레 하나도 제대로 못할 수 있다. 오히려 단순하게 하는 것이 좋다.

 

 

몰입, 미니멀리즘, 체육수업

 

  몰입과 미니멀리즘을 이야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할 수 있는 수업'을 하자는 것, 그리고 '그럴싸해 보이는 수업'에 현혹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런 화려한 수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좋은 체육수업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단순한 원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다른 원리를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다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수준별 목표 설정'

 

  잘하고 싶은 것, 내가 속한 그룹에 기여하고 싶은 것은 어떤 아이들에게나 있는 공통적인 마음이다. 물론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체육이 그저 싫다고 튕기는 아이들도 있는데 얘네들은 상담이 필요하다... 할 수 있고 도전해볼만한 신체활동을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의 몰입을 끌어낼 수 있다. 수준별로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교구를 달리한다거나 거리를 달리하는 등의 조건을 조절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적용하는데 굳이 화려한 체육수업이 필요하지 않다. 내가 했던 지난 주 한 차시의 수업을 예로 들겠다.

 

  나는 지난 한 주 내내 학년별 체육대회를 하느라 부득이하게 건물과 건물 사이의 보도블럭에서 플라잉디스크를 던지는 활동을 해야 했다. 아이들의 목표활동은 동일했다. 플라잉디스크를 표적 안에 던져 넣어 성공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 한 가지 신체활동을 몇 가지 다른 조건에서 실행한다. 1단계는 3미터 안팎의 거리에 있는 굴렁쇠 안에 던져 넣기, 2단계는 4미터 안팎의 거리에 있는 허들 안을 통과시키기, 3단계는 6미터 거리에 있는 디스캐쳐 안에 던져 넣기다. 2명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이는데 1단계와 2단계는 2명이 각자 두 번씩 던져 그 중 3개를 통과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며, 3단계는 4번 던진 것 중 2개를 성공하면 자유시간(쉬거나 자신이 원하는 플라잉디스크 활동을 하는 것)을 갖도록 하였다. 만약 2단계나 3단계에서 실패하면 다시 1단계로 돌아가야 한다. 수업 디자인의 핵심을 집자면 단일한 신체활동(운동기능)을 다양한 수준의 활동(다양한 조건)에서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 체육수업만의 방법은 아니다. 지적 활동이 주가 되는 수업에서도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 한 가지 개념을 여러 사례나 여러 활동을 통해 확장시키는 식의 수업 디자인이 가능할 것이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굴렁쇠를 네 개, 미니 허들을 네 게 세워두고 디스캐쳐 하나를 세운 것 뿐이다.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수업 시작과 함께 오늘의 수업활동에 대해 소개를 했을 때, 모든 반에서 공통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아이들은 플라잉디스크를 던지는 것에 흥미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실제 체육수업에서 어떤 반응이었을까? 결코 아이들은 재미없어하지 않았다. 잘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넘쳐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말이다. 왜냐하면 3단계의 던지기 활동이 생각처럼 만만한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닿을 듯 말듯한 목표는 사람들을 집중시키고 중도에 포기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것으로 경기도 교감 승진에 투신한 선생님들이 떠오른달까.  

 

  체육수업에서 어떻게 단순하면서 개인의 목표 도전의식을 자극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려면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활동(미니멀리즘)을 통해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도전하는 자세(몰입)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40분이라는 짧은 수업시간과 수업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힘든 담임제의 초등학교 체육수업에서 미니멀리즘과 몰입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단언하건데 미니멀리즘한 수업에서 몰입을 유도하는 것이 초등학교 체육수업에서의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 마디 구절로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Less is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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