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앉아!"
교실에서의 수업이라면 "전체 자리에 앉아 주세요."라고 하겠다만 운동장이나 실내체육관에서는 "자리에 앉아!" 그것도 길어서 "앉아!"라고 말한다. 왠지 군대 냄새가 폴폴나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아이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려는 듯해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내체육관이나 운동장에서 말을 길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에 대해 경험한 사람이라면 짧은 지시어 "앉아!"가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앉아!"라는 두 음절의 지시어는 체육 수업 중 학생을 관리하는데 정말 효과적인 마법의 기술이다. 대단치 않은 것을 두고 대단한 것으로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상황에서 '앉아"는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1. 피구와 같이 넓지 않은 활동 구역 안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움직이고 있는데 결정적인 티칭모멘트를 위해 하던 동작을 멈취야 하는 상황
2. 교사가 수업과 관련하여 중요한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이들이 영 집중을 하지 않고 잡담을 하는 등 산만하게 구는 상황
3. 팀 배정이나 대형을 유지한 채로 이동하기 위해 정렬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어디에 위치해야 할 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상황
4. 활동과 관련하여 세부적으로 규칙을 바꾸거나 움직임의 내용이 조금 달라지게 할 필요가 있지만 활동이 한창 진행되어 아이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
5.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활동을 완전히 멈춰야 하는 상황(일부 아이들이 멈추지 않으면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예를 들어 콩주머니를 정해진 시간 동안 지정된 지점으로 최대한 많이 옮기는 활동을 할 때 모두가 멈췄음에도 몇몇 아이들이 콩주머니 옮기기를 계속하는 경우 공정한 판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위에 기술한 상황들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움직임이나 대화를 멈출 필요가 있다. 이 상황에서는 "멈춰" 또는 "스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교사에 따라서는 크게 "주목!"을 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이유에서 "멈춰", "스톱", "주목"보다 "앉아!"가 효율적인 점이 있다.
"앉아!"라는 지시어를 전달하게 되면 첫째로 학생들은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자리에 앉게 되므로 상체를 좌우로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자유롭게 움직이기 불편해지고 시야를 옮겨가며 잡담을 하거나 장난을 하기 어려워진다. 둘째로 모든 학생이 교사의 시야에 완전하게 들어오게 된다. 따라서 교사 입장에서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상황과 매우 유사해져 학생들이 교사에게 얼마나 집중하는지 살펴보기 수월하며, 학생들도 교사의 시야가 넓어짐에 따라 해이에 빠지지 않고 교사가 하는 말을 경청하게 된다. 셋째로 학생들 사이의 모든 신체적 상호작용이 중단된다. 공을 차거나 던지려던 학생들도 멈추게 되며 달리던 학생도 멈추게 되어 교사의 언어적 전달력이 높아지고 교사의 시야가 넓어진다.
요약하자면 "앉아!"라는 지시어는 교사에 대한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언어적 전달력을 극대화하며, 교사의 시야를 넓힌다. 다만 학생들이 교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흩어져 있는 경우 우선적으로 모일 수 있도록 "집합"을 지시하는 것이 먼저이다. 또, 지나치게 많이 "앉아!"를 사용하는 경우 수업의 흐름이 끊기고 학생들의 몰입을 방해하게 되므로 티칭 모멘트나 상황의 전환이 너무 많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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