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체육수업이 재미있을까?'
평소에 좋은 체육수업을 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나에게 좋은 체육수업은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체육수업이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체육수업이 재미있을까?' 얼마 정도의 경험을 한 뒤 나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확신할 수 있었다. "활동들에 경쟁과 협동을 버무리면 된다."라고. 심지어는 학교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어떤 지루한 주제라도 경쟁과 협동의 성질을 이용하면 40분 동안 몰입도 높은 수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진 적도 있다. 그런데 문득 '즐거움이 체육의 전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나는 나의 믿음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체육수업이 재미있을까?'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던 것이다. 체육은 놀이가 아니기 때문에 즐거움이 체육수업의 본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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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체육수업에 대한 질문을 바꾸보았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하고 싶은 체육수업일까?'라고.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누구나, 어떤 내용이든 학생들이 '하고 싶은 체육수업'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찾아보려고 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을 학생의 경험에 두고 찾으려 했다. 내가 답을 찾아가는 중에 알아낸 것은 '하고 싶은 체육수업'이란 동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동기는 여러 맥락에서 사용되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일으키는 근원적인 힘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동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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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선뜻 어떠한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2.그것을 열심히 하고
3.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지속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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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수업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동기의 여러 측면 가운데 어떻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 같다. 체육수업에 대해 어떻게 동기를 유발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체육수업에 무슨 동기 유발이 필요하냐는 생각을 하는 교사도 꽤 있을 듯 하다. 나는 묻고 싶다. 축구나 피구, 놀이 체육을 제외하고도 동기를 유발할 수 있겠느냐고. 그리고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것은 정말 자신이 지도하는 학급 전부가 고양된 상태에서 체육수업을 하느냐는 것이다. 잘 하는 교사도 있겠으나 많은 교사들은 나의 물음에 확실한 긍정을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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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에서는 체육수업의 동기에 대한 원론적인 것들을 다룰 것이다. 동기란 무엇이며, 학생들은 어떤 것과 관련하여 체육수업에 대한 동기를 가지는지에 대해 정리할 것이다. 학생들의 체육수업 참여 동기에 대해 안다면 학생과 교사 모두 즐겁고 뿌듯한 수업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을 그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포스팅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0/2012071000151.html
스포츠심리학에서는 동기를 내적동기, 외적동기, 무동기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중 내적 동기는 지식을 획득하거나 성취를 이루거나 어떠한 자극을 체험하는 것을 포함한다. 지식획득의 동기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탐색하며 이해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나 즐거움을 의미한다. 성취의 동기는 기록에 도전하거나 목표에 달성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만족감인데 성취 동기를 가지는 사람은 결과 그 자체보다 성취의 과정에 관심을 가진다. 자극체험의 동기는 좋은 기분을 추구하는 동기로 몰입이나 최상경험, 감각추구, 미적체험 등과 관련이 있다.
외적동기는 외적 통제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행동으로 외적규제, 내적규제, 확인규제로 구분된다. 외적규제는 외적 보상이나 타인의 강요에 의한 규제를 의미한다. 내적규제는 외적규제가 내면화된 상태로 죄책감이나 불안 같은 내적 압력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내부에서 유발되지만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니므로 외적동기로 볼 수 있다. 확인규제란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하지만 어디까지나 외재적 목적(예를 들어 다이어트나 경기에서의 승리) 때문에 유발되는 동기이다.
무동기는 내적동기나 외적동기가 전혀 없는 상태이다. 무동기 상태인 경우 '내가 이것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못내리는 상태이다. 무동기는 네 가지 유형이 있는데, 능력이 부족한 경우, 전략이 바람직한 결과를 내는 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거나, 해야 할 일이 너무 힘들어 노력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하거나, 노력 자체가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무기력한 경우로 나타난다(Vallerand,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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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따르면 학생선수의 경우 본인이 속한 운동을 시작하는 동기가 다음과 같다(배윤숙,2005).
재미와 즐거움
도전에 따르는 성취
유능성 지각
건강 및 체력
주위의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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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체육수업에 참여하는 일반 학생의 경우 중요한 참여동기는 다음과 같다(이승주, 2000; 윤찬호, 2010).
사회적 과시
기분전환
체력발달
교우관계
자기숙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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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부연하자면, 학생선수는 해당 종목의 협회나 연맹에 가입된 정식 선수를 의미한다. 학교 스포츠클럽 대회에 나가는 학생과는 다른, 학교에 다니지만 해당 종목의 '프로'선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어찌되었든,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의 체육활동 참여 동기는 차이가 있다. 교사가 살펴볼 것은 체육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동기일 것이다. 몇몇 연구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체육수업 참여동기를 살펴보며 내가 얼마나 잘못된 관점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생각했다. 그저 재미있게만 가르치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체육 수업'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니... 아이들은'하고 싶은 체육 수업'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수업 참여 동기를 강화할 수 있는 수업에 대해 고민한다면 좋은 수업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수준을 도달 가능한 수준으로 한 단계 성장시키는 체육수업, 재미의 요소가 풍부한 체육수업, 친구들과 긍정적인 의사소통의 기회를 늘리는 체육수업,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체육수업, 가끔은 친구들 앞에서 우쭐댈 기회를 줄 수 있는 체육수업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단히 뜬 구름 잡는 소리일런지 모른다. 그러나 수업의 설계부터 수업 전반에 걸친 학생들과의 소통 과정까지 복합적으로 드러나야 할 부분들이기에 명료한 활동으로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도가비상도, 명가비상명이라 둘러대고 차차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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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체육활동 참여동기에 대한 측정도구의 문항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심신만족 |
운동을 하고 나면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긴다. |
운동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 |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 |
은동 후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 |
운동할 때 운동에만 완전히 빠져드는 느낌이 좋다. | |
운동을 할 때 느끼는 즐거움 때문이다. | |
부정적 태도 |
부모님이 운동을 시키기 때문에 한다. |
운동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 |
운동은 필요 없는 것이다. | |
운동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 |
친교수단 |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 |
친구들과 친해 질 수 있다. | |
다른 사름들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다. | |
학습의지 |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울 수 있다. |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 | |
목표를 이루었는지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 |
자기과시 |
운동을 잘 하여 친구들에게 자랑 하고 싶다. |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초등학생 체육활동 참여동기 측정도구(은종원 등, 2014)]
이 측정도구가 타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런 동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앞서 설명한 동기이론과 몇가지 연구에서 밝혀진 체육활동 참여동기를 나의 경험을 더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체육수업의 목적은 즐거움이 아니다. 또한 학생들은 체육수업을 반드시 즐거움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2. 학생의 경험을 존중한다면 학생들이 체육수업에 대해 어떤 동기를 가지고 있느냐를 알고 그러한 동기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체육수업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
3. 모든 학생을 위한 체육수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기이론에서의 '무동기' 상태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4. 물론 체육수업에서는 성취기준 도달이 중요하다. 그런데 성취기준을 도달하기 위해서 재미의 요소를 연결하는 것보다 동기적인 요소를 연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체육수업을 하고 싶게 만드는 요인들을 활동 내용과 잘 버무려 성취기준을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 잘 짜여진 수업이라는 것이다.
참고자료
배윤숙. 2005. 중학교 운동선수의 종목 및 경력에 따른 스포츠참여동기. 석사학위논문. 경남대학교 대학원, 창원
윤찬호. 2010. 초등학생의 체육 참여동기가 성취성향에 미치는 영향. 석사학위논문, 경남대학교 대학원, 창원.
은종원, 여인성, 김광배. 2014. 초등학생 체육활동 참여동기에 관한 과학적 측정 도구 개발. 한국과학예술포럼, 16, pp.277-284
이승주. 2000. 초등학생의 체육활동 참여 동기 척도 개발의 구성적 타당성을 위한 탐색적 요인 분석. 석사학위논문. 인천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인천
Vallernad, R. J. (1997). Toward a hierarchical model of intrinsic and extrinsic motivation. In M.P. Zanna(ED.),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29(pp. 271-360). Academi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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