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썼던 논문을 토대로, 2024 제7회 유초특 수석교사와 함께하는 수업 페스티벌의 자료집 <수업을 말하다>에 기고했습니다. 이곳 블로그에도 원고를 다섯 조각으로 나누어 포스팅합니다(긴 글을 읽기 부담스러워 하시는데...조삼모사 같긴 합니다만, 나눠 올려봅니다). 놀이가 만능양념장으로 쓰이는 최근의 트렌드에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되길 바라며 독자분들에게 공유합니다.
《 글 순서 》
1. 들어가며
2. 놀이를 깊게 보기
3. 놀이의 교육적 가치 톺아보기
4. 교육의 놀이화가 가진 한계점
5. 맺으며: 교육에 놀이를 더하기 위한 적합한 방안
4. 교육의 놀이화가 가진 한계점
놀이를 활용한 교육은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라잡게 되었다. 특히 놀이 자체에 대한 강조는 2015년도에 있었던 전국시도교육감의 ‘어린이 놀이헌장’ 선언과 함께 제도권 내에 확고한 위치를 갖게 되었으며, 전문적학습공동체와 직무연수의 형식으로 전파되었고, 팬데믹 이후로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초등학교에 깊게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놀이는 교과 내용을 다루기 위한 루틴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수업의 내용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놀이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부재하고, 개발의 측면에서 교육과정적 근거가 없는 활동이 만들어지고 공유되고 남용되는 상황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타일러의 내용 조직 원리(계속성, 계열성, 통합성)를 준거로 하면, 놀이는 두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일회성과 고립성의 문제이다. 먼저, 놀이는 경험의 계열적 측면을 고려해 의도된 학습을 지속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회성의 문제가 있다. 초등학교 현장에서 활용되는 놀이 콘텐츠 대부분은 교사의 고민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재미와 긍정적인 상호작용 경험을 주는 것에 초점을 둔다. 대다수의 놀이는 내용의 측면에서 반복 학습이 필요할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지 않으며, 그것을 실행하는 교사 역시 반복을 통해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의도를 갖지 않는다. 또한 하나의 활동이 다른 활동과 연계성을 갖고 점진적으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다. 요컨대 놀이는 뚜렷한 목표에 따라 반복적이고 순차적으로 학생의 경험을 증진하는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교육이 갖출 요건을 완전히 갖추지 않았다.
다음으로, 놀이는 다른 경험과 통합을 의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립성의 문제가 있다. 놀이는 그 활동 자체로서 학생들에게 깊은 몰입을 경험하게 하지만, 그러한 놀이가 여러 교과에 포함된 전통적인 수업 제재나 생활 속 문화와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 수업 중의 놀이 경험이 생활 방식으로 발전하려면 둘 사이에 어느 정도의 유사성이 있어야 하지만, 현장에서 활용되는 다수의 놀이 콘텐츠는 유사성이 부족하다. 상당수의 놀이 콘텐츠는 어떤 지식이나 기능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학생들에게 재미를 주거나 타인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교육과정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놀이가 교육의 내용이나 방법으로 효과적일 것이라는 맹신은 다소 위험하다. 다양한 교육 장면에서 놀이를 활용하는 것은 학생들이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수업에 참여하고, 심리적으로 거리가 먼 내용을 원만하게 다룰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일회적이고 고립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을 두고 교과 교육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 교사는 다양한 방법과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가르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르치기로 약속된 것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물론, 놀이와 교육을 견주어 보고 놀이의 교육적 의미를 찾는 것 자체로는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놀이의 강점은 현장의 수업 실천이나 시도교육청 사업으로도 공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놀이의 성질을 활용하여 교육 내용과 방법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개발하는 것을 과정을 포함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이유로 놀이가 전통적인 교육 방법이나 내용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놀이의 성질 가운데 교육적으로 유용한 것을 활용하려는 시도와 교육과정을 놀이로 대체하는 시도는 구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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