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썼던 논문을 토대로, 2024 제7회 유초특 수석교사와 함께하는 수업 페스티벌의 자료집 <수업을 말하다>에 기고했습니다. 이곳 블로그에도 원고를 다섯 조각으로 나누어 포스팅합니다(긴 글을 읽기 부담스러워 하시는데...조삼모사 같긴 합니다만, 나눠 올려봅니다). 놀이가 만능양념장으로 쓰이는 최근의 트렌드에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되길 바라며 독자분들에게 공유합니다.
《 글 순서 》
1. 들어가며
2. 놀이를 깊게 보기
3. 놀이의 교육적 가치 톺아보기
4. 교육의 놀이화가 가진 한계점
5. 맺으며: 교육에 놀이를 더하기 위한 적합한 방안
1. 들어가며
문명 사회에서 교육이 갖는 가치가 크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굳이 문명의 유지와 발전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들먹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교육은 사람에게 알고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교육이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것은 교육이라는 제도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그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조차 공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사람들 대부분이 교육에 높은 가치를 두는 반면, 교육을 재미없는 과정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실용주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이기도 한 존 듀이는 교육에서의 흥미를 강조했다. 그런데 그가 사용하는 흥미라는 개념은 우리가 일상적 용어로 사용하는 흥미와 사뭇 다르다. 듀이의 흥미는 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쾌감을 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듀이의 흥미(interest)란 사이에(inter-) 있는 것(-esse)으로, 인식하는 사람과 인식의 대상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교육에 있어서 학습자의 흥미를 고려하라는 말은 가르치려는 것이 학생의 삶과 거리가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교육 내용을 학생의 삶과 연결시키기란 쉽지 않다. 듀이는 흥미가 없음에도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을 ‘도야된 사람’이라고 했다. 이 도야됨이 범상한 경지가 아니라는 것은 틀림없다.
학생들에게 가치 있는 내용을 흥미롭게 가르치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목표이다. 이러한 목표는 특히 보통교육으로서 다양한 교양을 가르치는 공교육의 상황에서 더 절실한 것이다. 학생들이 배우길 바라는 것만 가르칠 상황이라면 교사들이 딱히 흥미 있게 가르치기 위해 고민하거나 노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모든 교과와 내용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들과 교과 내용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법을 탐구해 왔다. 그 가운데 ‘놀이’는 교사들이 흥미를 통해 학생들의 교육 참여를 증진하는 방법으로 오래도록 애용되어 왔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공식적인 문건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놀이를 교육에 활용하는 첫 번째 방식은 교육의 놀이화(게이미피케이션)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특정한 학습 목표를 달성하거나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 점수나 배지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많은 교사가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개념이 널리 사용되지 전부터 수업이라는 게임과 무관한 환경에서 게임적 요소를 추가했다. 학생들의 경쟁심을 자극하거나 성과를 시각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학습을 유도했다.
놀이를 교육에 활용하는 두 번째 방식은 놀이교육이다. 놀이교육은 교육적 목표가 스며든 놀이 콘텐츠에 참여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육적 목표와 관련된 경험을 쌓게 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수업에 놀이적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점수 획득이라는 수업 외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습에 집중하게 한다면, 놀이교육은 대체로 콘텐츠 자체에 참여하는 명시적 목적을 달성하는 가운데 교육적 가치를 은연중에 학습하게 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놀이를 교육에 적용하는 것은 듀이의 흥미 개념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업에 놀이를 활용하는 장면을 보면, 학생들은 더욱 활발해지고, 그러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교사들 역시 직업적 만족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 교사의 직업적 만족감은 교사의 열정을 자극하고 책임감을 높임으로써 수업의 질을 더욱 향상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점에서 놀이라는 방법론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놀이라는 최근의 트렌드가 확산하는 것에 대해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있다. 과연 교육에 놀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일까?
놀이에 대한 필자의 켕기는 마음은 수업전문가들의 오랜 고민 두 가지와 다르지 않다. 어떻게 하면 활동 중심의 수업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차시 단위의 수업 설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 인간의 성향과 능력은 한 순간의 계기로 변화하기 어려우며, 체계적이고 점진적으로 갈고 닦을 때 비로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겨우 한 차시의 활동에 집중을 하는 수업은 교육의 이름으로 실천되지만 실제로는 학생의 변화를 검증할 수 없다. 이러한 초등교육의 오랜 관행에 대한 비판이 있어 왔으며 많은 수업전문가가 이에 동의하고 있는데, 필자는 놀이로부터 이러한 문제점에 관한 기시감이 든다. 이 글에서는 놀이가 교육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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