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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

[한선생의 체육잡설] '스포츠강사 의무배치에 관한 법률'에 관한 생각의 편린

 

  초등학교에서 초등체육교육 연구자로 살아가며 여러 문제를 반복적으로 접하고 있습니다. 해결된 듯한 문제가 도돌이표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결상태로 남는 문제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문제가 바로 그런 문제에 해당합니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가 학교에서 어떤 위치를 갖는가의 문제는 스포츠강사뿐만 아니라 초등교사들에게도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스포츠강사의 처우 개선과 고용안정화 문제는 전전 정권의 시작과 더불어 큰 이슈였습니다. 당시의 문제는다수의 스포츠강사들이 단독 수업, 그리고 잠재적으로 초등체육교사로서의 지위를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초등교사와 예비교사의 반대로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 문제로 블로그에 찾아온 많은 손님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좋은 의도로 찾아온 사람보다는, 이 문제를 '까발리고' 쟁점화 했던 것에 대한 앙심으로 댓글을 달았던 스포츠강사분들과의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2017년이었으니, 오래된 기억이고 다시는 같은 문제로 생각에 잠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https://betterthanever123.tistory.com/172

 

[한선생의 체육잡설] 잘못된 만남: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에 대하여(3)

이 포스팅은 앞선 내용과 이어지는 것으로 초등교사로서 오랜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67,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68)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어제 7월 4일 반

betterthanever123.tistory.com

 

  그런데, 더는 이야기할 만한 게 없어 보였던 주제가 다른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바로 <스포츠강사 의무배치>를 위한 법률 개정으로 말이지요. 이전에도 현장의 반대가 거셌고, 그 이유도 분명했는데, 이름만 바뀌어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전에는 다른 국회의원분의 힘을 빌어 주장하시더니, 이젠 새로운 국회의원분께서 대신 나서주고 계십니다. 수석교사로서, 그리고 연구자로서 의견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번 처럼 이곳이 싸움터가 되더라도...어쩔 수 없지요... 이것과 별개로, 초등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체육 수업 콘텐츠를 보급하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분들이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은 아쉽습니다. 그들에겐 스포츠강사님들도 고갱님이기 때문일까요??

 

먼저 법안 개정의 개요에 대해 훑어보며 맞는 말인지 하나하나 따져봅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청소년의 신체ㆍ정신 건강ㆍ발달과 생애 전반에 미칠 효과를 고려해 매일 평균 60분 이상(중간 정도 이상)의 신체활동(운동)을 하기를 권장하고 있음. 하지만 WHO에서 지난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94.2%가 운동 부족으로 분류되며 신체활동량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

이것은 참입니다.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팩트입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학생들의 신체활동 경험을 확대하기 위해 초등학교 체육수업을 보조하고 학교스포츠클럽을 지도하는 스포츠강사를 배치하는 등 학생들에게 즐겁고 다양한 체육활동을 제공하여 건전한 성장 능력 배양에 기여하고 있음.

부분적으로 참, 부분적으로 거짓입니다. 많은 스포츠강사님들이 현장에서 학교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강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질에 대한 불만 섞인 제보가 많다는 것은 스포츠강사의 기여가 스포츠강사 개인의 자질과 인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현행법상의 스포츠강사 배치 근거로는 실효성이 부족하여 2024년 6월 현재 전국 초등학교에 배치된 스포츠강사는 1,644명 수준으로 적절히 배치되지 않은 상황인 바 스포츠강사 배치를 의무적으로 규정하여 학생들에게 즐겁고 다양한 체육활동을 제공하여 학생들의 평생체육 향유 능력 배양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음.

➜  체육계의 입장에선 참이지만, 초등교육계의 입장에선 거짓입니다. 전국에 6000여개 초등학교가 있고, 1600여명 수준이면 그 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더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스포츠강사의 자질과 인성에 따라 성과가 다른데, 그 스포츠강사의 질을 담보할 방법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연간 이루어지는 연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보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면 왜 학교에서 불만이 나올까요?


이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초등학교에 스포츠강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게 함으로써 학생의 체육수업 흥미를 제고하고 체육활동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임(안 제13조제1항 및 제2항).

결론이 정말 이상합니다 스포츠강사를 의무배치하면 체육수업이 흥미로워 진다고 누가 그럽니까? 사람마다 다릅니다. 스포츠전문가라면 누구나 초등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온걸까요? 대학교수는 초등학생을 잘 가르칠까요? 초등교육은 고도화된 지식이나 기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개인적인 수준으로서 아동의 발달과 더불어 집단적 수준으로서 생태학적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초등교육이 통합교육과 융합교육을 지향하는 마당에(IB처럼 말이죠...) 이러한 제안은 교육계의 방향성과 전혀 맞아보이지 않습니다.

 


 

학교 현장과 아동 발달의 수준을 잘 모르는 외부인의 시각으로는 초등 체육이 (협의의 의미로서) 스포츠의 약화된 형태라고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전통적 스포츠를 한다고 해서 초등학생들이 장래를 위해 전통적 스포츠나 그 아류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옳은 것인가...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잘못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체육을 통해 움직임이라는 현상과 그 기초를 배웁니다. 그런 점에서 (협의의) 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움직임의 기초를 가르치는 초등체육에서는 안전하고 주의집중이 가능한 과제가 요구됩니다. 이러한 과제는 스포츠를 익히기 위한 과제와 전혀 성질이 다릅니다. 새로운 형태의 과제가 활용되며, 이러한 과제는 일부 시범이 필요하지만 전통적 스포츠에서의 전수와 다릅니다. 그보다는 과제를 통해 움직임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것에 더욱 가깝습니다. 따라서 스포츠 전문가라고 해서 초등체육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초등학교 체육수업에서는 체육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스포츠 자체로서는 초등교육될 수 없습니다. 아동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학교 문화와 학급 문화, 아동에 대한 생태학적 이해와 감각이 필요합니다. 이는 스포츠 전문가가 가질 수 없는 능력입니다. 교육 전반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합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초등체육의 성질을 잘 모르는 스포츠 전문가가 현장에 대거 유입되면,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에 잠재된 수월성과 선택적 참여로 인해 신체활동 참여의 양극화를 초래할뿐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스포츠강사분들의 특기를 살리는 학교스포츠클럽의 경우(특히나 대외 행사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참가를 하는 일부 학생만 참여합니다. 언론 등에서 보이는 스포츠클럽 축제에서 열기에 찬 학생들의 사진과 인터뷰 내용 뒷편에는 여전히 스포츠와 거리를 두는 대부분의 학생과, 참여하고 싶어도 수월성의 문제로 밀려난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교스포츠클럽 같은 것으로 학교 체육이 활성화된다면 초등체육은 진작에 활성화되었을 것입니다.

스포츠강사 배정의 예산보다 초등교사를 증원하고, 현직 초등교사의 재교육프로그램 예산을 증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여러 현상들을 살펴 볼 때,  스포츠강사 배정을 의무화하는 것은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것이 아닌, 체육계의 일자리 창출로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일부 시도의 초등선생님들은 학교스포츠강사에 의해 체육교과를 가르칠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증언합니다. 체육교과를 초등학교 선생님들께 돌려주세요.

초등교육 현상에 대한 짧은 관심과 낮은 이해로 백년지대계를 망치지 말길 바랍니다.

 

 

법률안에 대한 의견 남기기

https://pal.assembly.go.kr/napal/search/lgsltpaSearch/view.do?lgsltPaId=PRC_W2V4R0W6U2C7B1A5B3A7I3G0F6D6E5&searchConClosed=0&refererDiv=S

 

국회입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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