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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하여/교육 상념: 잡다한 생각들

[한선생의 체육잡설] 잘못된 만남: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에 대하여(3)

이 포스팅은 앞선 내용과 이어지는 것으로 초등교사로서 오랜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67, http://betterthanever123.tistory.com/168)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어제 7월 4일 반가운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초등 스포츠강사의 임금 인상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스포츠강사들의 삶을 돌아봤을 때 그 정도의 임금인상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번 급여 인상 폭이 적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과 무관하게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점점 깊어만 간다.

 

 

돌아가는 꼴이... 배틀로얄이 따로 없다.


  '선한 의지'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청년 고용 창출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학교체육활성화라는 거대한 맥락에서 시작된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가 초등교사와 스포츠강사 간의 갈등을 넘어서, 최근 학교내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공무원 전환 가능성에 대한 복잡한 여론과 엮여서 이젠 밥그릇 싸움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그간 초등학교 스포츠강사의 비정상적인 운영 행태를 감안하면 이러한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까지 이어지게 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 적절한가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 글을 통해 최근 불거진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 제도와 관련된 쟁점들을 짚어보고 향후 스포츠강사의 역할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일자리 차원에서의 문제

  청년실업문제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을 고려한다면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 제도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물론 이는 피상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의 측면이다. 그러나 스포츠 강사들을 고용하는 것이 초등학교의 체육수업 지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호봉제가 필요 없는 값싼 인력'으로의 대체재로 활용할 목적이라면 앞서 언급한 '청년실업문제 해갈'이라는 의도는 상쇄된다. 즉, 스포츠강사가 초등교사를 대체하는 것은 결국 그 만큼의 초등교사의 TO를 줄인다는 것이며, 따라서 전체 취업자의 수를 비교하면 Zero sum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점은 공공부문의 일자리에 대한 양적 확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기존의 일자리에 대한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 물론 스포츠강사들에게도 호봉제를 인정한다면 다른 이야기이겠으나 과연 가능할 일인지 모르겠다. 정식 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학교 단위에서 스포츠강사를 선발하는 한 국민들의 여론이 끓어오를 것이 분명하다. 만약 정식 임용 통해 별도의 TO로 선발한다면 이는 초등교사를 적게 선발하고 그만큼의 인원을 스포츠강사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초등교사들에게 자신들의 교육 영역을 잠식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며 이에 대한 극렬한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2.'체육수업을 잘 하는 교사'의 조건에 대한 문제

  교사 입장에서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의 핵심적인 문제는 수업권에 있다. 특히 나는 체육수업을 하는 권한이 스포츠강사들에게 독점되는 것을 걱정한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 시행된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체육수업을 정상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는 효과성있는 초등학교 체육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체육을 전공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체육수업을 사려깊게 살펴본다면 전문적인 기능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동기능을 폐쇄기능과 개방기능으로 나누는데 폐쇄기능은 제한된 조건 안에서의 운동수행과 관련되어 있고, 개방기능은 가변적인 환경에서의 운동수행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세워진 공을 수비수 방해가 없는 상황에서 발로 차는 것이 폐쇄기능이라면 실제 경기 상황에서 각종 방해요인을 극복하고 슛을 하는 것이 개방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대게 스포츠 전문가에게 기대되는 능력은 평균의 사람들에 비해 개방기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체육수업에서 개방기능을 시범보이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오히려 폐쇄기능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고, 개방기능과 관련된 지식을 이해시키는 것은 언어적인 방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움직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다면 실제 운동 수행능력이 부족해도 초등학교 체육수업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운동 수행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제를 조정하고 수정하는 창의적인 사고와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이다. 좀더 높은 수준의 개방기능은 학교스포츠클럽 지도에서 필요한 것이지, 움직임을 스스로 탐색하게 하는 체육수업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운동 기능 수준은 체육수업 활성화를 방해하는 요인 중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관점은 오로지 운동기능 탓에 체육수업이 엉망이라는 것만 보고 있다.

* 이에 대해 개방기능이 탁월한 사람이 움직임을 더 잘 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업자로서 더 중요한 것은 스포츠를 교육적 활동으로 전환하는 통찰력이다. 교대 사대 교육 중에 그런 통찰력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춘 교육 과정이 있던가? 내가 직접 경험하거나 다른이에게 들은 바로는 거의 없다. 비극적인 일이지만 교사양성기관인 교육 관련 대학들은 이런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으며, 현장의 많은 교사들은 현장 경험을 통해 이러한 통찰력을 길러나간다. 즉, 초등학교 체육수업에서의 실질적인 수업 능력은 교대건 사대건 어떤 코스를 지나오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기 보다 수업을 통해 축적된 교육적 경험의 양과 질이 어떠하냐에 영향을 받는다.

 

 

3. 초등교육의 특성에 대한 문제

  이 문제는 현행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 상의 실제와 관련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Co-teaching을 하게끔 되어 있는 스포츠 강사들의 업무 내용에 대한 것이다. 초등학교에서의 학습은 '교사를 통한' 교육이라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즉, 지식 그 자체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에 투영된 지식을 학습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교사를 배우는 과정이 된다. 여기에 더하여 초등학교의 수업은 단순히 교과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대한 내용들이 복잡한 형태로 섞여 이루어지며 일부분은 사적인 형식을 띄기도 한다. 또한 초중등을 막론하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수업자는 수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며 자신의 수업에 교육철학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수업자 고유의 권한으로 존중받아왔다. 이러한 맥락에서의 한 수업에 대한 두 교사의 협력수업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충분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 두 수업자의 교육철학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러한 충돌을 줄여가기 위해 점차 수업 속에 가치를 담는 행위는 배제되고 수업이 지식이나 기능의 지도의 일변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초등교육의 특징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교사는 지식이나 기능을 전달하는 단순 기술자가 아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체육수업에서의 불완전한 협력수업은 교사의 역할을 운동기능과 운동지식의 전달자로 한정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한 결과는 이미 스포츠 강사들이 근무하는 초등학교 체육 수업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스포츠강사가 체육 수업을 하고 교사들은 관조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의 경우 교사의 개입에 대해 스포츠강사의 강한 불만을 호소하는 일도 있다. 협력교수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드러나는 효과가 서로 다를 수 있으며, 모든 교과와 상황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스포츠클럽의 지도가 아닌 수업의 경우 더욱 힘든 일이다.

 

  물론 사려깊은 스포츠강사는 평균적인 초등교사보다 '앞서 언급한 관점에 따른' 체육수업을 더 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체육에 대한 자격만으로 체육에 한정지어 지도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한정된 교과 영역 안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교육과정의 다양한 측면을 통합적으로 지도하는 초등교육의 강점을 포기할 만큼의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우리가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의의 핵심은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따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학교스포츠 강사의 효과를 좀더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려하지 못한 채 적용한 정책결정자들의 경솔함을 비토하며 내 나름의 개선 방안에 대해 간단히 기술하고자 한다.

 

  나는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들의 업무 범위 내지 역할이 다음과 같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학교스포츠클럽 지도

  학교스포츠클럽이야말로 스포츠에 대한 높은 수준의 역량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행의 제도에서는 수업 지원이 스포츠클럽 지도에 우선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수업을 대신하는 '폐단'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는 울며겨자먹기로 제한된 수업지원 시수를 초과하여 스포츠클럽을 지도하거나 방과후 프로그램을 통해 지도하고 있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들이 체육수업을 하게 할 것이 아니라 스포츠클럽을 지도하게 해야 한다.

 

2.학생간 '신체활동 경험' 격차 줄이기

  초등학교 6년은 학생들의 신체활동 경험의 격차를 줄이기에 아주 적절한 시기이다. 이 시기를 넘기면 스포츠활동 경험의 격차가 더욱 커져 스포츠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 특히 운동습득 능력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약한 학생, 여학생들은 상급학년으로 진학하는 과정에서 스포츠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스포츠교육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틈새시간이나 방학 중의 특별 프로그램운영은 이러한 '빈부격차'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체육수업 협의 참가 및 준비

  체육수업에서 가장 곤란한 점 중 하나가 수업 내용 선정과 준비이다. 동학년 중심으로 유사한 수업을 하는 것은 수업을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크게 줄여준다. 따라서 체육수업 협의과정에 스포츠강사가 참여하고 실질적인 수업 준비를 이들에게 일임하면 체육수업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한편 수업의 질도 개선될 수 있다. 이미 행정실무사들 중 과학수업의 준비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인원들이 수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확인되지 않았는가?

 

4.학교내 교사 실기 연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실제 수업에서는 폐쇄기능에 대한 시범의 빈도가 더 높다. 따라서 초등교사들에게는 동학년 또는 학년군 중심으로 체육수업을 하는 교사들에 대한 실기 연수가 필요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전문인력으로 스포츠 강사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스포츠강사들은 이러한 실기연수를 할 역량이 있으며, 이러한 연수는 교사들의 체육수업에 대한 중요성을 재고하게 할 것이다.

 

 

  위의 네 가지 주장은 스포츠강사의 기존 역할에 추가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당 21시간 이상의 수업지원에 대한 내용은 삭제되어야 한다. 오히려 아침 또는 틈새시간, 방과후 시간의 스포츠클럽 지도에 대한 지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주당 지도 시수로 제시되기 보다는 명확한 업무 내용과 연간 지도 시수로 제시되어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또, 현행 방학중 스포츠 캠프 역시 신체활동 경험 격차를 줄이는데 초점을 두어 체력저조 학생들이나 보통의 학생들과 체육수업하기를 기피하는 운동기능 저조 학생,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또한 지속적인 업무를 위해 12개월 연속의 계약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체육 발전이라는 타당한 명분으로 도입된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시적인 상황들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엉터리 기획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는 아귀다툼의 원인으로 변질되어버렸다.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이 시점이 어쩌면 이 제도에 대해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보고 조정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교육자들에게 배틀로얄은 어울리지 않는다. 서로가 협력하여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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