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순서 (제목을 선택하면 해당 문서로 이동합니다.) 0. 정상 체육 서설: 건강과 유희를 넘어서 1. 놀이체육비판(1): 환영받지 못할 이야기를 시작하며 2. 놀이체육비판(2): 산만하고 일회적인 활동으로부터 무엇을 가르칠까?(上) 3. 놀이체육비판(3): 산만하고 일회적인 활동으로부터 무엇을 가르칠까?(中) 4. 놀이체육비판(4): 산만하고 일회적인 활동으로부터 무엇을 가르칠까?(下) (현재 글) 5. 놀이체육비판(5): 비판의 근본적인 이유(上) 6. 놀이체육비판(6): 비판의 근본적인 이유(下) |
지난 글에서 나는 학생들의 신체활동 경험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체육수업을 '정상 체육'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부합하며, 체육교과의 본질에 충실한 움직임 자체를 위한 교육이다. 그런데 정상 체육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두 가지 층위에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내용의 적절성이고, 또다른 하나는 그러한 신체활동 제재를 가르치기 위한 조직 방식의 적절성이다.
내용의 적절성은 다음과 같은 부분을 충족해야 한다고 본다.
-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도달하게 할 수 있는 것인가?
- 움직임 그 자체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가?
- 학생들의 움직임 경험이나 신체 발달 수준에서 적합한가?
만약 내용의 적절성이라는 기준을 통과한다면 조직 방식의 적절성을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서 조직 방식의 적절성이란, 최종적으로 다뤄야 할 놀이나 게임, 스포츠를 더 잘 수행해낼 수 있도록 단계화된 절차를 제시하는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일회적인 신체적 놀이는 내용의 적절성에 부합하기 어려우며, 조직 방식의 적절성이라는 기준에도 부합할 수 없다. 일회적인 활동들은 어떤 최종적인 목적지로서의 놀이나 게임을 상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딱히 조직할 것이 없다. 일회적인 활동들을 단순 병합한다 한들, 그것은 관련성 적은 활동들의 산만한 연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한두 차시만으로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가르칠 수도, 실제적인 학생의 변화를 일으킬 수도 없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교육은 특정한 주제를 분할하여 가르치거나 계속적으로 반복하되 점차 수준을 높여 가르친다. 예컨대, 수학에서 원을 가르칠 때에는 원의 둘레, 원의 넓이를 분할하여 가르침으로써 최종적으로 측정 대상으로서 원이라는 도형을 이해하도록 한다. 반면, 분수의 나눗셈을 가르칠 때에는 자연수÷분수, 가분수÷분수, 대분수÷분수로 점차 복잡한 계산의 순서로 가르치고 최종적으로는 실생활과 관련된 분수의 나눗셈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교육에서 이러한 구조를 활용하는 까닭은 가르칠만한 교육적 주제들이 한 번에 가르칠 수 없어 난도를 조정해가며 점진적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상 체육'의 조직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음 그림을 보자.
이 구조는 전체적인 게임을 수행하기 전에 게임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들을 각각의 차시에 나눠 가르치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의 사례를 두 가지로 들어보겠다.
1) 축구형 게임의 사례: 수비 전략을 배우는 상황과 공격 전략을 배우는 상황을 나눠서 학습한 뒤, 공격과 수비가 혼용된 전체 게임을 가르치기(물론, 실제로 공격과 수비는 양면과 같다. 수비 전략을 가르칠 때에는 수비 역할 학습에 방점을 두어 수비 역할의 성공 경험을 늘리고, 공격 전략을 가르칠 때에는 공격 역할의 성공 경험을 늘리는 과제를 제시하게 된다)
→ 이 방식은 병렬적인 상황들을 나눠 각각 가르친 후 전체 게임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작은 게임들은 수비 또는 공격이라는 병렬적인 상황을 가르치게 되며, 마지막에는 이 모든 상황이 섞여 있는 전체 게임을 하게 된다.
2) 태그형 게임의 사례: 단순한 형태와 움직임이 활용되는 과제를 먼저 가르치고 점차 복잡한 형태와 움직임이 활용되는 과제를 나중에 가르쳐 나중에는 변형된 카바디나 진놀이와 같은 복잡한 전략이 필요한 과제를 가르치기
→ 이 방식은 앞의 상황이 뒤의 상황에 종속된다. 즉, 작은 단위의 미니게임들은 단순한 것에서 시작하여 복잡한 것으로 차례차례 배열된다. 점진적으로 어려워지는 과제에 참여하게 되면서 복잡한 최종적인 게임에도 적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부 게임 수업은 움직임의 기초를 탐색하고 익숙해지는데 차시 수업을 할애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아래의 절차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앞서 축구를 예로 들었는데, 사실 특별한 사전 경험이 없는 초등학생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려면 부득이하게 공을 차는 기초 기능부터 가르쳐야 한다. 배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풍선 배구를 하는게 아니라면 조작이 쉬운 소프트발리볼이나 빅발리볼을 사용하더라도 기본적인 패스를 연습시켜야 한다. 즉, 변형된 게임(교사들은 흔히 미니게임으로 이야기하지만, 미니게임과 변형된 게임은 서로 다른 것이다.)으로 수업을 하기 전에 부득이하게 사용하는 도구와 움직임을 탐색하는 절차를 포함하게 된다.
변형 게임(게임 형식)의 예시는 다음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좀 더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 소개] 축구 지도를 위한 대안적인 과제◀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교육의 소명은 단순히 학생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학습 이전의 수준보다 능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일회적인 놀이로 수업을 하는 것은 어떤 능력을 길러주기보다 가진 신체적 재능을 드러내게 하는 것에 가깝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잘 조직된 과제에 연달아 참여할때 겨우 성장을 점칠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일회적인 활동을 산만하게 배열하는 것보다 최종목적지로서 전체적인 게임을 앞에 두고, 그를 위한 작은 단위의 게임들을 배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체적 놀이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려면 학습 이전의 능력으로는 수행하기에 다소 어려운 수준의 전체 게임을 상정하고, 그것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학생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작은 단위의 게임을 배열해야 한다. 뉴스포츠의 개발자들이 그러했듯, 복잡성이 있는 종목으로서 초등학생을 위한 게임을 개발하고, 그 하위의 과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성장을 위한 교육이며, 그렇게 개발된 것만이 체육수업에 쓸 수 있는 신체적 놀이가 될 수 있다.
놀이 자체가 교육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체적 놀이는 초등학교 체육에서 전통적인 신체활동 문화를 재해석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으로서 '놀이 체육'는 다양한 전통적인 신체활동을 놀이적으로 변형하는 교육적 조치(방법)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 놀이 그 자체를 체육의 제재(내용)로 삼는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을 세일즈하고 마케팅하는 것에서부터 실제로 수업에 활용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교육적으로 적절치 못한 장면들이 넘쳐난다. 나는 우리 공동체가 그러한 문제들을 하나씩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초등체육이 독자적인 전문성을 구축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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