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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체육일반

[상모쌤의 체육 읽기] 약속이 있는 수업(1) (2018.04.04)

 

 

이 연재물은 YBM 교사 지원 사이트 Y클라우드의 교사 채널 <상모쌤의 체육 읽기>에 게재되는 내용으로, 계약에 의해 '사이트 홍보'의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포스팅됩니다. 또한 이 글의 저작권은 YBM에 있으므로 글과 그림, 사진 등에 대한 무단 도용을 자제하길 바랍니다. 이 시리즈의 게시물들은 Y클라우드에 게재되는 시기보다 포스팅이 지연되며, 보다 최근의 글을 보기 위해서는 https://www.ybmcloud.com에 접속하기를 권합니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이번 이야기는 수업의 실제와 관련이 있을 법한 말 두 가지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둘째는 전설적인 복서인 마이클 타이슨(Tyson, M. G., 1966∼)의 어록 중 하나인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한 방 맞기 전까지(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체육 수업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한 말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 체육 수업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는 *복잡계의 영역입니다.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이나 이론적인 요소들을 체육 수업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믿음만큼이나 허황된 것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장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실천가들과 전문적인 이론가들의 부족한 예측력이나 막연한 확신을 표현할 때 흔히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말을 사용합니다.  또, 수많은 변수를 간과한 용감무쌍한 구상에 대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지.'라고 일컫는 말은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로 인해 순차적으로 잘 진행될 것 같았던 수업 계획이 엉망이 되는 것을 잘 표현해 줍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체육 수업의 학습 환경

 

초등학교 교과 교육에서 체육 수업만큼 변수가 많은 교과를 찾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변수들은 체육 수업이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다수의 정적인 수업에 비해 학습 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몇 가지 차이를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교실에 비해 학생들의 활동 공간이 넓고 개인의 행동반경이 넓어집니다. 교사에게 더 넓은 관찰과 주의를 요구합니다.
둘째, 교사의 가르치는 행동-말, 표정, 몸짓 이외의 주의를 끌만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학생들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셋째, 언어적인 전달이 쉽지 않습니다. 교사가 목이 아프게 설명을 해도 아이들에게 잘 들리지 않고, 교사는 설명을 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넷째, 학생들은 놀 것을 기대합니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배울 준비는 ‘0(제로)’이 아니라 교사의 기대와 정반대 방향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학생-학생, 학생-교사의 상호 작용이 필요한 많은 과제들이 주어집니다. 단순히 공을 주고받는 과제에서 게임을 통해 협동하고 경쟁하는 과제까지, 다른 교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상호 작용을 요구합니다.


예로 든 상황 말고도 더 많은 차이가 있겠지요. 이러한 독특한 맥락들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체육 수업을 하는 것을 힘들게 합니다. ‘어차피 나가서 뭔가 새로운 걸 하자면 나만 힘들겠지.'라는 걱정으로 우리는 종종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하는 것을 주저하기도 합니다.

 

 

변수를 줄이는 열쇠, 약속

 

체육 수업에서의 돌발적인 상황들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둘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활동만 골라서 체육 수업을 하거나 아니면 돌발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거나...그런데 첫 번째 선택을 하기는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선택적인 활동만 한다면 단조롭고 지루한 활동이나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활동들, 예컨대 피구나 축구, 발야구와 같은 제한된 활동만 반복하게 됩니다. 체육 수업이 보다 활력적이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학습할 수 있는 경험을 줄 수 있으려면 다른 교과 수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해야 합니다. 결국 좋은 체육 수업을 하자면 두 번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앉아서 울고만 있을 수 없기에, 우리는 타 교과와 다른 학습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한 장치는 결국 학생들과의 ‘약속'으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약속은 통제가 아니다

 

앞서 ‘환경의 극복’이라든지 ‘돌발 상황의 최소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약속의 배경은 결코 강력한 규율과 통제에 있지 않습니다. 간혹 운동장에서 선수나 군인을 다루듯이 학생들과 수업을 하는 장면을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 학생들의 거의 모든 행동들은 완전히 통제됩니다. 말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되며 스탠드에 앉아 몸을 움직여서도 안 됩니다. 학생들은 네 줄로 간격을 맞춰 반듯하게 서서 있거나 앉아 있고 그런 준비가 되지 않으면 교사는 수업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언제든 교실로 들어가 다른 교과 수업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 오늘의 수업 태도를 이유로 다음 번 체육 수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긴장합니다.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통제는 학생들의 성숙한 수업 태도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통제 없이’ 스스로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태도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이러한 무거운 압박감을 주지 않아도 약속을 원만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권장할 만한 약속의 원칙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는 데 유용한 ‘약속을 세우는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첫째, 약속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각각의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약속은 단지 교사가 편하게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약속을 세움에 따라 교사가 효과적인 체육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교사 중심의 약속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여지가 있으며, 가끔은 잠재적으로 비교육적인 부분들(예컨대 교사의 권력에 대한 복종)을 경험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긍정적인 학습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약속이어야 합니다. 긍정적인 학습 분위기가 학습 경험의 질을 보장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체육 수업은 많은 상호 작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요소들을 줄이기 위한 약속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과제와 관련되지 않은 활동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약속이어야 합니다. 수업과 관련되지 않은 행동들은 다른 학생들의 학습을 방해하고 안전상으로도 위험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에 대한 대책으로서의 약속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받아들일만하고 교육적으로도 합당한 약속은 체육 수업을 더 효과적이고 만족스럽게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음 글의 주제는 오늘의 이야기에 이어 실제적으로 필요한 체육 수업에서의 약속들을 다루어보겠습니다.

 

*복잡계

미국의 과학자 워렌 위버(Weaver, W., 1894∼1978)가 사용한 용어이다. 그는 과학의 연구 대상을 단순계와 복합계, 복잡계로 나누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단순계는 변하지 않는 한정된 변수 간의 기계적 인과 관계로 이해할 수 있어 산출과 결과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대부분의 이론 연구들이 단순계를 가정하거나 완전한 실험실 연구를 통해 변인을 통제한다.  반면 복합계는 관여하는 변수가 많아 완전한 통제가 어렵고 확률과 통계를 통해 현상을 설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잡계는 더 많은 변수가 존재하며, 그러한 변수들이 변화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고 있음을 가정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상호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실제적인 상황들의 대부분은 완전한 통제나 예측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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