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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을 읽다?
우리는 체육이라는 교과를 생각할 때 주로 ‘하다’라는 동사와 연결 짓습니다. 체육 교과의 활동이 주로 몸을 사용하는 것 또는 움직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체육’으로부터 ‘하다’를 떠올리는 것에 그다지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체육을 다루면서 ‘읽다’라는 동사를 사용하는 것은 많이 어색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읽는다는 행동은 주로 문자나 숫자 따위에 대하여 소리로 표현하는 성대의 기능이나 의미를 파악하는 정신적 과정과 어울리는 어휘이기 때문입니다.
사전에서 정의하는 ‘읽다’의 의미는 매우 다양합니다. 아래의 ‘읽다’의 여러 의미 가운데 체육과 어울리는 ‘읽다’는 어떤 것일까요?
(1) 은유적이거나 상징적인 깊은 의미를 찾아내고 이해하다. (2) 약속된 대로 발음해 소리 내다. (3) (사람이 숫자나 기호 등을)눈으로 보거나 또는 다른 오관으로 받아들여 그 내용을 알다. (4) (전산기가 기억 매체에 기록된 내용이나 외부의 신호, 또는 사물의 형태 따위를) 받아들여 주기억 장치나 처리 장치로 옮기다. (5) (사람이 글을) 해당 언어의 의미 체계를 통해 그 내용을 알아 나가다. (6) (사람이 글자들 또는 문장들을) 그 각각의 글자가 나타내는 음을 의식 속에서 짚어 가며 시선을 이동하다. (7) {바둑이나 장기에서} (사람이 수(手)를) 생각하거나 상대방의 수를 헤아려 알다. [출처] 다음 국어사전 |
일곱 가지 의미 가운데 제가 의도하는 것은 적어도 (2), (4), (6)이 아닙니다. (1), (3), (5), (7)은 제가 의도하는 의미와 거의 들어맞습니다. 체육 교과에서 신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나 교사로서 체육 교과를 가르치는 것과 관련하면 그 의미는 크게 어색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몇몇 분들은 체육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교과 교육으로서 체육 교육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교과 교육의 핵심은 무엇?
교과 교육은 무엇인가요? 교과가 교과이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아주 오래 전의 공맹과 주희로부터 듀이나 브루너, 화이트헤드까지, 교육에 대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문제를 바로 보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 즉 ‘안목’을 기르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육의 결정체인 교과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 경험의 집합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안목을 기르는 방법은 듀이의 경험주의 교육이나 브루너의 탐구학습, 주희의 격물치지(格物致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론을 통해 도출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문제 해결’을 위한 폭넓은 시각을 기르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맥락 안에서 학습할 것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최근까지 교육계에서 맥락을 강조하는 학습으로서 프로젝트 학습을 강조해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적절한 학습 환경에서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는 구성주의적 관점의 교육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일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체육도 교과 교육 중 하나다!
그럼 다시 체육으로 돌아갑니다. 체육이 교과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역시 안목입니다. 체육만의 안목, 체육만의 지식을 기르는 것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저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체육 교과의 여러 분야들에 대한 단순한 정보를 가르치는 것이 체육이라고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지식이란 ‘아는 것=하는 것=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언어적이거나 수리적인 것이 아니라 감각적이고 운동적인 지식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기능’에 얽매여 있다고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기술을 숙련하는 것에 그치는 체육 교육은 줄을 반듯하게 긋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미술 교육, 두 자리 수 곱하기 두 자리 수의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학 교육과 다르지 않습니다.
체육에서의 지식이란 감각적이고 운동적인 것이며, 결코 교사에 의해 주입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지식은 맥락 속에서 경험함으로써 체득되는 것입니다. 체육 교과의 가치를 체육적인 안목을 형성하는 것으로 두면 모든 것이 명료해집니다. 교사의 ‘수업’은 학생들이 체육적인 지식을 구성하도록 경험을 선정하고 조직하는 것에, ‘평가’는 학생들이 실제 맥락에서 지식을 얼마나 발휘하는가에 초점을 두면 됩니다.
다시 체육 읽기로...
앞에서 체육이 교과로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안목’을 기르는 것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통해 해야 할 경험과 교사들이 체육 수업을 위해 해야 할 교수 행위를 결정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활동 중심의 일회성 신체 활동이나 흥미 위주의 놀이는 체육 교과의 중심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식이라는 것은 일회성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좋은 체육 수업은 교육과정 중심의 체육 수업 혹은 장기적이며 목적지향적인 단원 계획에 따른 수업이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체육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신체 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 교육으로서 안목을 기르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특정한 운동 기술을 잘하게 하는 것을 체육의 첫 번째 목적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운동 기술을 정확하게 수행하도록 가르치는 것에 매달리는 것은 적절한 교과 교육의 방식이 아닙니다.
체육 수업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신체 활동 경험을 중심으로 학습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지요. 교사가 다양한 신체 활동에 숙련된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적 마인드와 수업을 디자인하는 역량입니다. 그렇다면 교사의 입장에서 본인이 스포츠 경험을 할 때나 수업을 할 때 ‘하다’ 못지않게 ‘읽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 있을까요?
앞으로 여러분들과 함께할 이야기들은 체육 수업을 교과 교육으로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상모쌤의 체육 읽기’는 한층 더 발전된 체육 수업을 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교과 교육다운 체육 수업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봅시다.
체육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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