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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금기 사항
이번 글은 교육에 대하여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두 가지 교육적 금기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교과 교육의 특수하고 구체적인 맥락에서 소용되는 지식이나 기술-사실은 정보나 특정 자극에 대한 반응에 지나지 않는 것들-을 내용으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복잡한 학교 밖 세상에 나왔을 때 단편적인 지식과 기술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쁜 교육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두 번째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이나 기술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물론 공장의 주물로 학생들을 찍어내는 식의 교육이 역사의 한 지점을 차지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을 조직의 도구로 보던 시대도 지났거니와 지금의 시대에는 개인을 사회를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한다고 해도 그러한 교육 방법으로는 그 사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습니다.
현장의 실천 여부를 떠나, 교육의 대가들은 ‘학습자들이 자발적으로 탐구하고 구성하며 자신의 경험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학습’에 초점을 둘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많이 오해되고 있는 용어 중 하나로 학생 중심이라는 것은 ‘학습’ 중심, 즉 학습하는 주체로서 학생 중심을 의미하는 것이지 ‘학생이 좋은 대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체육 수업에 대한 오해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금기를 체육 교과에 섣부르게 적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쯤에서 오래된 체육 수업의 적폐를 소환해 보려고 합니다. 교사가 직접적으로 가르치지 않을뿐더러 아주 개방적인 맥락을 제공하는 수업의 한 형태가 있습니다. 아이들도 참 좋아하며 ‘교사는 아이들이 즐기는 것을 만끽할 수 있다’고도 이야기 되는 수업이죠. 그것은 바로 ‘아나공 수업(Roll out the balls)’입니다.
‘아나공 수업’은 체육 수업 시간에 피구나 축구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무계획적으로 실행되는 모든 수업을 의미합니다.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이러한 무계획 수업은 모순형용 그 자체입니다. ‘아나공 수업’의 반대편에 있는 수업은 맥락 없이 교사 주도적으로 하는 수업의 형태입니다. 철저하게 기능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입니다. 맥락 없이 일 대 일 패스를 연습하고, 세워진 공을 골대에 차고, 고깔을 지그재그로 피하며 공을 몰고, 한 두 차시 게임을 하고 단원을 마무리하는 축구 수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교육의 대가들이 말하는 교육의 방향과 완전히 어긋나지만 오히려 ‘아나공 수업’보다 낫습니다. 아이들이 교사가 의도한 무엇인가를 배우기는 하니까요. 이 역시 정답은 아닙니다만,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이러한 기능 중심의 수업이 체계적인 수업인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잘못된 체육 수업의 전형
앞서 오해되고 있는 두 가지 수업 중에 보다 우려스러운 아나공 수업(혹은 일회성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딱히 계획 없이 진행되는 체육 수업을 떠올려 봅시다.
어느 선생님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무언가는 해야 하는데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교실 밖으로 나가고 싶고, 지시 받지 않고 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피구를 합니다. 교사는 운동장에 피구 경기장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준비 운동으로 운동장을 천천히 뜁니다. 준비가 모두 끝나면 편을 나누고 피구 경기를 시작합니다. 모두가 규칙을 잘 알고 있어서 교사가 설명할 것이 없습니다. 교사의 역할은 호루라기를 불고 간혹 발생하는 아이들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는 것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은 몇몇 아이들이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한 시간을 무사히 보냈다는 생각에 만족스럽습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나요?
이러한 수업에 대해 묻고 싶은 것 하나가 있습니다. ‘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나요?’.
체육이 교과라면 수업의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무계획적으로 하는 피구 수업에는 목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경우 피드백이 없습니다. 물론 매우 개방적인 맥락과 학생 스스로 경험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너무 개방적입니다. 공이라도 일찍 맞거나, 아니면 공으로 던질 기회도 못 얻는 경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합니다. 전략적으로 잘못된 것이나 자세가 잘못된 것도 고쳐질 기회가 없습니다.
수업에서 학생들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거나 교사가 학생들의 경험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교육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둔 수업이었다.’라고 좋게 해석을 하려고 해도, 그러한 수업에는 상호 작용이 없습니다. 상호 작용이 없는 수업은 교육이 아니라 방임입니다.
상호 작용이 왜 필요한가?
체육 수업을 교과로 생각한다면 수업 속에 상호 작용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오가는 대화를 상호 작용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교육적인 상호 작용, 수업의 목적에 대한 상호 작용을 의미합니다. 개방적인 맥락에서의 경험은 실제적인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것은 수업의 목적에 맞춰 제한적으로 열려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복잡성을 가졌기 때문에 의도한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개방성으로부터 바르게 인도할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지금의 체육 수업 시간에서 무엇을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지 모를 수도 있고, 잘못된 전략이나 운동 기술들을 수정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은 교육적인 경험을 하도록 하기 위한 상호 작용이 필요합니다.
수업의 대화는 초점이 있다
체육 수업에 자신이 없다고 하는 교사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내가 잘못해서 자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잘 모르고 잘못해서 피드백을 줄 자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운동 기능이 탁월하고 여러 스포츠를 잘 알면 더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잘못한다고 해서 피드백을 못 주는 것은 아닙니다. 신체 활동을 잘 ‘읽는’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입문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기초적인 것들에 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체육 수업은 스포츠클럽 지도가 아니기 때문에 스포츠에 능숙한 학생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단원의 각 차시는 제한된 경험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제한된 목적에 맞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피드백도 차시에 맞는 제한적인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최근의 교사용 지도서는 충분히 그러한 수준에서 피드백을 줄 수 있을 만큼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피드백이 부담스럽다면 체육 수업 중에 이 세 가지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나는 수업의 갈피를 못 잡거나 딴청 부리는 학생들에게 차시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피드백, 또 하나는 그 차시에서 꼭 가르쳐야 하는 전략이나 기술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피드백,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잘하고 있는 학생에게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피드백입니다.
체육 수업에서 상호 작용 늘리기
체육 수업에서 상호 작용의 효과는 절대적입니다. 언어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참여 태도가 달라집니다. 물론 교사가 모든 학생들과 많은 양의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 작용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모둠별로 상호 작용하는 것입니다. 3∼5명씩 이루어진 모둠 단위로 학습할 때 모둠 단위로 학생들과 상호 작용을 하면 수업 시간 중 상당한 빈도로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학생들 간에 상호 작용을 하는 것으로, 상호 평가의 명확한 초점을 주고 짝끼리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스마트폰의 동영상 촬영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피드백의 결정적인 이유는 자기반성에 있습니다. 상호 작용의 결과는 자기반성으로 이어져야 경험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체육 수업의 피드백을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호 작용이 체육을 수업답게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꼭 인식하시길 바랍니다. 대화의 초점을 맞추고 체육 수업에 들어가세요. 스포츠퍼슨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상호작용이 있는 체육수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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