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옷맵시을 살리기 위해서 혹은 특정 신체부위의 부득이한 노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체형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체형관리 차원에서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운동을 하면 몸매도 멋있어지지만 체력도 향상되고 근세포가 비대해 짐에 따라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건강의 긍정적인 효과도 뒤따른다. '대개의 경우' 운동은 우리에게 매우 이롭다.
상당수가 여름철이 되면 이런 몸매를 꿈꾸지 않나 싶다.
사진: LG유플러스 광고 장면
하지만 '항상' 이롭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운동을 잘못해서 오히려 건강을 망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내용은 운동에 대한 상당히 위험한 고정관념에서 오는 위협에 대해 포스팅하려고 한다.
'횡문근융해증'
얼마 전 텔레비젼 뉴스나 신문 등 여러 매체에서 주목 받은 바 있다. 무리한 체력운동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갈 수도 있는 증상이다. 횡문근융해증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가로무늬근육(우리가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골격근)이 녹아내리는 증상이다. 횡문근융해증의 요점만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으로 근섬유를 구성하고 있는 체세포의 세포벽이 녹아내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때 세포벽 안에 있는, 다시 말해 체세포 속의 성분들이 혈관을 통해 우리 몸 곳곳을 누비며 장기를 망가뜨린다. 이러한 체세포 속의 성분들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거르는 체의 역할을 하는 신장을 지나가는데, 이 때 체세포의 일부는 신장의 필터를 투과하지 못하고 막아버리게 된다. 머리카락으로 막힌 배수구를 생각하면 되겠다. 이로 인해 신장은 제기능을 못하고 급성신부전증을 일으키는데 알다시피 신부전증은 대단히 위험한 병이다. 평생 혈액투석을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뿐만아니라 체세포속 성분 중 하나인 칼륨이 쏟아져 혈액 중 그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질 수 있는데 이것을 우리는 부정맥이라고 한다. 부정맥은 돌연사의 주범으로 꼽힌다. 다음 증세는 횡문근융해증의 증세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 근육이 아프고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뻣뻣하다 - 근육에 힘이 안들어간다. - 근육통증과 더불어 몸에 열이 난다. - 콜라색 소변이 나온다(매우 위험한 상태, 바로 병원에 갈 것!) |
"운동을 잘못했다가 인생을 망치는 수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운동 후유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나니 체육교육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주장을 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들어 횡문근융해증이 주목받는 이유를 요즘의 운동트렌트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빠른 체중감량과 체력향상, 체격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고강도 트레이닝이 유행하고 있다. 짧은 시간, 매우 높은 강도의 운동을 통해 많은 열량을 소비하거나 근육의 부하를 많이 주는 운동들이 '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지면서 피트니스 트레이닝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크로스핏이나 스피닝, 타바타트레이닝 등이 바로 그 예이다. 이러한 운동들의 공통점은 체력을 극도로 높은 수준에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운동들이 대세를 이루게 된 것은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바쁘게 살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도 한 몫 했다. 없는 시간에 강한 체력과 멋진 몸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계산이 맞아 떨어진 결과이다. 물론 크로스핏, 스피닝, 타바타트레이닝이 무조건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다. 포스팅을 하고 있는 '나' 역시 바쁜 와중에 건강관리를 하느라 타바타식 운동을 주로 하지만 안전하게 잘 하고 있다.
체력을 극한까지 소진하는 유격훈련
운동으로 인해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나는 예는 아주 다양하다. 군대에서 하는 혹독한 유격훈련, 트레이너와 함께하는 PT, 등산, 국토순례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황당하게는 하루 종일 고분발굴현장에서 쪼그려앉아 일을 하다가 횡문근융해증이 발병한 사례나 30분 수영을 하고 나서 그러한 증세가 나타난 사례도 있다. 어찌보면 특정 종목의 운동만 가지는 문제라고 볼 수 없다. 문제는 적절하지 못한 '방법'에 있다.
앞서 횡문근융해증에 대해 설명하며 운동에 대한 '상당히 위험한 고정관념에서 오는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그 고정관념은 다름 아닌 '근성'이다. 때로는 근성을 끈기, 정신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는 근성, 끈기, 정신력을 강조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학대한다. 뿐만아니라 그러한 학대가 자학이 아닌,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나타나기도 한다. 열정페이나 노오력도 그러한 맥락에 있다. 일이나 자기계발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그러한 학대는 스포츠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수행을 강요받는 것은 국가대표 선수들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도 종종 운동을 할 때 한계를 넘어섰음에도 스스로를 다그치며 '더 열심히 해야해'라고 악을 쓰지 않는가? 또 다른 경우로, 전문적이지 못한 트레이너가 PT를 하며 회원을 '조지는' 것도 학대이다. '조진다'고 하더라도 과학에 근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학대일 뿐이고 횡문근융해증과 같은 운동후유증을 유발할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횡문근융해증을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무리한 운동을 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생각을 하지만 운동을 평소에 꾸준히 하던 사람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전문 철인 3종 선수들이나 프로 보디빌더들에게도 나타난 예가 많다. 실제로 100미터를 전력으로 질주하는 트레이닝을 수행하던 프로축구선수가 8번째 달리기에서 쓰러져 횡문근융해증을 진단받은 예나, 마라토너가 결승선 앞에서 횡문근융해증으로 쓰러진 예, 평소에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던 사람이 30분동안 팔굽혀펴기를 700번 한 뒤에 횡문근융해증으로 병원에 후송된 예도 있다. 운동 초심자에게만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난다는 것 역시 고정관념이다. 운동선수들도 운동을 잘못했다가는 '훅가는' 수가 있다.
더운 곳에서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은 횡문근융해를 일으키는 최적의 조건이다
고강도 운동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에게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점진적으로 운동의 부하를 늘리는 것은 운동에서 아주 기본적인 원칙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고강도운동을 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몸에 대해 예민하게 느끼고 운동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운동의 강도를 늘릴때에는 조금씩 늘리는 것이 중요하며,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의 경우 욕심을 부리지 말고 낮은 수준부터 시작을 하고, 특히 '왕년에 운동 좀 했다'할지라도 옛날 생각을 하기 보다는 천천히 몸을 시작동해 본 뒤 운동량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단체로 하는 운동(예컨대 스피닝, 크로스핏 등), 비전문적인 트레이너가 강요하는 운동(퍼스널트레이닝)의 경우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자신의 컨디션을 돌아보지 못한다거나 지시나 강압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오버'할 수 있으니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횡문근융해증과 관련이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은 온도이다. 고온 다습한 환경은 횡문근융해증의 촉매역할을 하는데, 여름철 더운 날씨에 마라톤을 하는 것이나 일부러 실내온도를 높인 체육관에서 스피닝이나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또한 운동 중 수분 섭취도 매우 중요한데 운동 중에 땀을 많이 흘리면 혈중 칼륨 농도를 떨어뜨려 근육으로 가는 혈류량 감소로 인해 횡문근융해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조금은 더 안전한 고강도 운동하기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1.운동량은 조금씩 늘린다.
2.높은 온도에서 운동하는 것을 피하고 가급적 시원한 곳에서 운동한다.
3.땀이 많이 흐르는 경우 지속적으로 물을 마셔가며 운동한다.
20대 시절의 내 운동을 되돌아보니 상당히 위험하게 했었던 것 같다. 시합을 준비한다고 하루에 세 네시간 씩 운동을 했는데 여름철 늦은 오후의 무더위 속에 준비운동으로 7~10km를 달리기도 했고 운동이 모두 끝나기 전에는 중간에 일절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수분이 빠진 것만 하루 운동으로 1.5kg 정도 였으니...특별한 탈이 없었던 것이 신기하다...
어린이 체력운동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초등학생들의 체력운동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운동 수준을 조절하는 것에 서툴고, 일선 교사들은 체력운동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 특히, PAPS나 건강체력교실과 같은 학교체육활동을 운영할 때 주의를 요한다. PAPS 측정은 1년에 한 번 뿐이라 평소에 체력 관리를 하지 않던 아이들이 무리하게 움직임에 따라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교사들은 특히 여름철에 심폐지구력측정이나 순발력 측정 등을 하는 데에서 오는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PAPS를 측정하기 전에 체육 수업시간이나 틈새시간을 할애하여 학생들이 충분히 기초 체력 운동에 익숙해 진 뒤에 측정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며, 되도록 여름철 측정은 피해야 한다. 또, 비만학생이나 체력 저조학생(PAPS 4,5등급 학생)들에 대한 건강체력교실을 운영할 때에 학생 수준에 맞는 신체활동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무리하게 고강도훈련을 하는 것보다 초반 1~2주 정도는 가벼운 놀이를 위주로 기초체력 운동(스쿼트, 무릎대고 팔굽혀펴기 등)을 자세 익히기 수준에서 간단히 해보는 정도로 하여 아이들의 몸이 운동에 적응할 수 있는 여유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애든, 어른이든, 근성이나 정신력을 강조하기보다 점진적으로, 체계적으로 체력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은 죽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살자고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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