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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체육일반

[한선생의 체육잡설] 초등교사는 체육 수업 전문성이 낮을까?

간혹 이 블로그에 유입되는 검색어로 초등교사의 체육 수업 전문성 부족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 그러한 검색어를 입력한 이유가 초등교사가 체육 수업 전문성을 갖추길 바라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반대로 전문성을 갖추지 않길 바라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유입된 방문객들이 어떤 바람을 가졌는지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초등교사의 체육 수업 전문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교사의 전문성은 이 블로그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 중 하나이기에 필자는 이것에 대한 개인적 입장을 밝히는 것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한선생이 생각하는 초등교사의 체육 수업 전문성을 초등 체육 교육의 정체성과 연관지어 편협하게나마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진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53146774@N07/6127352199



초등교사들의 체육 수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각계 각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시원치 않아 보인다. 초등교사들이 체육 교과 교육과정을 방만하게 운영한다거나, 초등교사들이 체육수업을 할 자격이 없다는 식의 비판이 거의 20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간 체육 수업의 개선을 위해 교대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도 했고(체육교육 심화과정의 교육과정 개선), 외부수혈을 하기도 했으며(중등체육교사자격자들에 대한 보수교육-임용), 전문 인력과의 협업도 했으나(초등학교스포츠강사 제도) 공동체 전체의 차원에서 보았을 때 체육수업의 질이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초등체육교사를 따로 뽑거나 체육교과전담교사의 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초등교육이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다교과 상황에서의 문제해결능력 함양)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접근은 심각한 모순을 불러일으킨다. 초등교육에서는 교과간 벽을 허무는 수업을 하는 것과 더불어,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다면적 특성을 온전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교과 수업의 전문성을 구실로 모든 과목에서의 수업이 교과 담당 교사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초등교육의 독특한 특성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은 고작 초등교육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다음의 이유에서 초등교육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만든다.

1. 초등학생들이 교사의 삶을 통해 교과 지식을 배운다는 점에서, 초등교육은 교사를 배우는 과정이다.
2. 초등교육은 교사의 일관되고 지속된 관찰과 지도 속에서 학교에서 학습하는 방법과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다.

요약하자면, 초등학교에서의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장시간 들러붙은 가운데 이루어지며, 교사는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평가하고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교과에서의 학업 성취와 학습 태도를 관찰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체육교과전담교사 수를 확보한다거나 초등체육교사를 따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까닭은 초등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 또는 근시안적인 해법을 동원해서라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초등교사에 의한 체육수업의 전문성 문제를 초등 체육 교육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는 이미 했던 조치들(교대 심화과정의 개선, 외부 인력의 수혈, 전문 인력과의 협업)이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교대 심화과정에서 체육 분야의 내용학 지식(스포츠 심리학, 스포츠 사회학, 운동역학, 운동생리학 등)과 몇 가지 종목에 대한 실기를 집중적으로 지도한 결과는 무엇인가? 필자의 짧은 경력 동안 겪은 바, 교대 체육교육 심화과정은 학교스포츠클럽을 효과적으로 지도할 능력을 길러주거나 심화과정 출신의 교사 개인을 스포츠퍼슨으로 만들어 주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체육교과교육의 모범적인 실천가로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중초 임용은 어떠한가? 중초 임용을 통해 교직에 들어온 체육교육전공자들은 담임교사로 빠져나가 이제는 누가 중초 출신인지 찾기가 힘들어졌다. 가장 최근의 조치인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도 역시나 시원치 않다. 스포츠강사와의 협업은 서로 불편한 동거가 되거나 스포츠강사가 일임하는 식으로 운영되지, 어떠한 파급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들의 공통점으로 초등 체육 교육의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채, 체육 수업의 질 문제를 '초등체육교육이란 스포츠퍼슨이 잘 알려진 운동을 초등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이라는 관점으로 해결하려 들었다는 것이라고 본다. 즉, 초등학교 체육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초등 교사들이 체육 전공자이나 중등체육교육전공자들 수준의 기능과 지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관점에서 도출된 방법들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초등 체육 교육의 정체성은 중등 체육 교육의 수준을 초등학생 수준에 맞춘 것 그 이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의 역사적 체험(심화과정, 중초임용, 스포츠강사제도)을 놓고 봐도 결과가 시원치 않았다.

앞서 이야기한 실패 가운데 교대 심화과정을 들여다보자. 그 심화과정이라는 것은 사범대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100여 학점으로 공부할 것을 30여 학점으로 추려서, 정말 '속성'으로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교육이 특별히 효과적인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러한 과정에서 몇 가지 종목에 대한 기능을 능숙히 배우고 내용학 지식을 좀더 배운다고 하더라도 졸업 후에 실제 초등학생들에게 그렇게 배운 종목들의 기능이나 내용학 지식을 가르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이야기하면, 초등학생에게 핸드스프링이나 테니스, 골프를 가르치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은 평균적인 학생들이 짧은 시간 안에 배울 가능성이 희박하고, 따라서 교사가 가르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교사 교육 중 상당부분은 스포츠퍼슨을 만드는데 효과적이지만 초등학교 체육 수업을 잘 하게 만드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부족한, 너무 간접적인 것들이다.

초등 체육 교육의 정체성을 완전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제한적인 측면에서나마 이야기하자면, 신체 활동, 즉, 움직임과 관련한 문화의 원리를 초등학생 수준에 맞춰서 가르치는 것이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어떤 종목의 기술과 지식을 전달하는 능력이 아니라 종목이나 과제를 만드는 능력과 관련된다. 축구나 농구, 테니스, 복싱 등의 개별 종목들을 제한된 차시 안에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초등교사는 그러한 개별 종목들을 유사성이 있는 종목들로 분류하고(가령 네트형게임, 필드형게임, 영역형게임, 투기형게임 등의 범주로 분류하고), 각 범주의 공통적인 원리가 포함된 간단한(학생들이 주어진 시간 동안 학습할 수 있는) 종목이나 게임, 과제를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스포츠의 수준이 아니라 놀이나 게임의 수준에서 변형되거나 개발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형과 개발의 작업은 종래의 종목 중심의 사고 방식을 완전히 깨뜨려야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전문성은 생활체육이나 중등체육교육에서의 전문성과 큰 차이가 있다. 생활체육이나 중등체육교육에서는 특정한 종목을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가르친다. 이것은 정해진 내용을 학습자의 상태에 맞게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가르친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중등체육 수업에서는 다양한 교수전략이나 교수학습모형을 활용한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 전통적인 종목을 가르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즉, 중등체육교육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전통적인 제재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초등체육교육과 차이가 있다.

요컨대, 중등체육교육의 중점이 전통적인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치는데 있다면, 초등체육교육의 중점은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내용을 창의적으로 변형/개발하여 체험하게 하는데 있다. 필자는 기존의 세 가지 접근(교대 심화과정의 개선, 외부 인력의 수혈, 전문 인력과의 협업)으로 초등학교 체육 수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까닭이 이러한 차이(초등체육의 특수성)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교대 교육과정에서 창의적인 과제(내용) 개발 능력을 얼마나 길러주었나? 현장 교사들을 관찰해볼 때, 거의 길러준 바 없는 것 같다. 이러한 능력이 필요한 일은 전적으로 개별 교사의 사고 유연성에 맡겨졌다. 그런 점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초등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위한 교육은 사실상 방기(放棄)된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초등교사들은 초등 체육 수업 전문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초등교사들의 체육 수업 전문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초등교사의 체육 수업 전문성이 낮기를 바라는 사람들(가령 체육계열 출신으로 초등체육교사를 별도 모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답변을 줄 수는 없다. 그가 중등체육교육 전공자이건, 생활체육 전공자이건, 전문적인 선수출신이건간에 초등학생들에 대한 체육 수업 전문성은 똑같이 낮다(오히려 이들은 다교과적 교육에 대한 이해가 교대 출신의 교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교수학습환경에 맞춰 창의적으로 교육 내용을 변형하는 능력을 목표로 삼아 길러주는 교사 교육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필자가 이 글을 통해 제안한 창의적인 내용 변형/개발 능력의 측면에서 볼 때, 교사 교육(그것이 양성교육이건, 직무연수 과정이건)을 하는 교육 공동체가 헛발질을 하는 한 초등학교 체육 수업 전문성은 그 교사의 출신이 무엇이냐와는 관련 없는 것이 될 것이다. 그 전문성이라는 것은 어떤 기관에서도 길러준 바가 없기 때문에 교사의 출신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초등 교육의 맥락에서 체육 수업을 얼마나 진지하게 실천하고 성찰하였는가, 그리고 신체활동 교육에 대해 얼마나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현재로써 이것은 누군가에 의해 교육되는 것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요인이다. 불행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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