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 책을 한 권 소개합니다.
제목은 『체화된 앎과 교육』입니다. 인지과학의 한 갈래인 체화인지이론에 근거하여 교육의 내용이자 방법으로서의 앎이 무엇인지 해석하고, 그러한 인식론적 전제를 바탕으로 교육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체화된 앎과 교육(한상모 지음)
‘우리는 지식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많은 사람에게 지식은 특정한 상황을 설명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얻는데 필요한 정보의 뭉치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지식을 대학 입시나 취업과 같은 평가를 위한 것이나 직업 세계에서의 전문적인 문제 해결에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에 비해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일상적인 장면에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지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언뜻 이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지식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교육을 정의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유능함을 판별하는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관심을 갖는 문제는 바로 우리의 앎에 대한 것이다. 오래도록 교육은 객관적인 지식이나 기능을 소유하고 재생할 수 있는 능력에 관심을 가져왔다. 왜냐하면 사회적으로 그러한 능력에 탁월한 사람을 유능한 사람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인지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지적 행위는 환경에 의존적인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즉, 개인이 지식이나 기능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환경에 분산되어 있는 기능들을 활용함으로써 유능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능력을 ‘소유’에서 (환경과의) ‘결합’으로 전환하여 생각한다면 교육의 방식도 달라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최근에 인지과학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체화 인지로 우리의 앎과 경험, 학습과 교육을 해석한다. 체화 인지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는 지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로 설명된다. 즉, 인간이 환경과 적절하게 상호작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것들을 모두 지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모든 사람을 지식의 생산자로 본다. 이러한 설명을 위해 전통적이고 주류적인 인식론과 교육학을 체화 인지의 반대편에 세운다. 이 책에서는 지식이 언제나 객관적인 것이 아니며, 우리의 지적 행위가 늘 복잡한 계산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관측과 통계적 절차를 거친 것 말고도 다른 방법으로 만든 지식들도 지식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입장을 설명한다.
네, 그렇습니다. 제가 쓴 책입니다;;;
어쩌다보니 전공은 초등체육교육입니다만, 교육 일반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저의 주된 연구주제는 체육교과라는 현상이지만, 여러 교과 가운데 있는 것으로서의 체육교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체육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인문사회학적 내용, 그 가운데 교육학의 몇 가지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1부 앎
제1장 앎을 이해하기
제2장 체화된 앎
제3장 체화 인지의 틀로 상호작용 이해하기
제4장 체화 인지와 경험
제5장 인식론적 빈곤에 부쳐
제2부 교육
제6장 교육의 목적
제7장 체화된 앎과 교육
제8장 전이와 역량에 대한 회의(懷疑)
제9장 공교육에서의 교과교육
제10장 체화된 앎으로서의 교과
제11장 교육: 예술과 과학 사이에서
제12장 수업이라는 현상
제13장 수업에서의 과제
제14장 경험과 교육
이 책의 시작은 인식론이지만 이야기의 끝은 교육입니다. 사실 인식론이라는 철학적 주제는 교육이라는 분야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인식론의 주 관심사는 앎이 무엇인지, 어떻게 앎에 이르는지, 어떻게 안다는 것을 알 수 있는지를 밝히는 것인데, 이것은 그대로 교육 문제와 연결됩니다. 즉, 교육의 내용으로서 어떤 지식을 가르쳐야 하는지, 어떤 방법을 통해 지식을 교수(학습)할 수 있는지, 그러한 지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의 문제로 대응됩니다. 그런 점에서 교육의 문제들은 인식론적 고민 없이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 속에서 쓰인 조각글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교사이자 학생으로써 초등학생들, 예비교사들, 현장교사들, 전문가(연구자)들을 겪으면서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체화 인지라는 인지과학을 교육의 눈으로 재해석한 내용들입니다. 교육에 대해 평소에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교육학적 이슈(이론적 문제)에 대해 흥미를 갖고 탐구하고 있다면 시간을 내어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육학 전공자라면 교과교육 연구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교육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의 구매,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책 주소
[인터넷 교보문고] 꿈을 키우는 세상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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