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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하여/교육 상념: 잡다한 생각들

놀이체육비판(1): 환영받지 못할 이야기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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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정상 체육 서설: 건강과 유희를 넘어서
     1. 놀이체육비판(1): 환영받지 못할 이야기를 시작하며  (현재 글)
     2. 놀이체육비판(2): 산만하고 일회적인 활동으로부터 무엇을 가르칠까?(上)
     3. 놀이체육비판(3): 산만하고 일회적인 활동으로부터 무엇을 가르칠까?(中)
     4. 놀이체육비판(4): 산만하고 일회적인 활동으로부터 무엇을 가르칠까?(下)
     5. 놀이체육비판(5): 비판의 근본적인 이유(上)
     6. 놀이체육비판(6): 비판의 근본적인 이유(下)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놀이 체육을 비판해왔다.

  여기서 말하는 놀이 체육이란 신체활동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놀이를 의미한다.

 

  최근 들어 교육의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여러 ‘놀이 교육’은 내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교과 교육의 맥락에서 놀이를 활용한다는 것은 교과의 주요 내용(지식)을 습득하거나 표현하는 상호작용 방식으로 놀이적 절차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교과에서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앎을 언어적 표상에 기초를 둔 전통적인 방식(글 읽기, 상상하기, 글로 쓰기, 토의 및 토론하기 등)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되새김질하게 하는 것은 권장되어 마땅하다. 이러한 방식은 진정으로 초등교육 상황에 부합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교과 교육의 수단(모듈)으로서 개발된 놀이를 협동학습의 jigsaw나 STAD, TGT 등의 정형화된 방식/구조와 같은 위상의 것으로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비판하는 것은 신체활동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놀이이다. 초등학교에서 신체적 놀이는 필연적으로 체육 교육과정의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놀이 체육을 확산하는데 앞장서는 교육행정가들이나 교사들은 컨텐츠가 중간놀이 시간이나 아침 시간에 활용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놀이 체육과 체육 교육과정이 별개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실상은 별개일 수 없다.

 

  놀이 체육과 체육 교과과육과정은 별개의 것이며, 체육 수업시간에 무엇을 할 지 결정하는 것은 교사의 재량이라는 말, 그리고 우리 선생님들은 이것을 잘 지켜 놀이 활동이 필요할 때 놀이를 사용하고 체육 수업 시간에는 체육 교육과정대로 수업을 잘 할 것이라는 말- 이것이야말로 순진함을 가장한 무책임함이다. 정말 많은 교사가 비교과 시간과 체육 교과 수업 시간을 칼같이 구분하고, 교육과정과 무관한 신체적 놀이 활동을 중간 놀이 시간에만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한 컨텐츠들은 실제로 교사들의 빈약한 체육 수업 운영을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의 생각으로, 신체적 놀이 활동이 활성화되고 그것이 체육 교과 교육과정을 대체하는 현상은 초등교육 전체의 비전문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판단은 초등학교 체육을 13여 년 정도 겪은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나는 짧지 않은 기간동안 학교 체육에 몸담아 왔다.

- 나는 13여 년의 경력 가운데 학년 부장을 했던 1년을 제외하고 12년 동안 학교 체육 업무를 했다. 그 가운데 5년은 체육 교과 전담 교사로 저학년과 고학년 체육수업을 했다.
- 나는 운동부 감독을 3년을 했으며, 운이 좋게도 소년체전 금메달 선수를 배출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역단위의 교육장기 육상대회(초중등 통합)를 총괄 운영한 적이 있으며, 지역의 총감독으로 도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 나는 경력 초기에 연말 학교체육 유공자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은 바 있는데, 당시 경기도 교육청 장학사의 이야기로는 초등교사 중 역대 최연소일 것이라고 했다(주로 공적이 있는 고경력 중등교사들이 표창을 받는다는 점으로부터 내가 얼마나 불철주야 지역 내에서 헌신했는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대체로 경기도의 경우 1년에 12~15개의 표창이 나오니, 교육지원청의 추천을 받는다고 해서 다 받는 것은 아니다(경기도교육청은 그 아래로 25개의 교육지원청을 두고 있다).
- 나는 5년 넘게 도교육청의 위촉을 받아 지역의 초중등학교 학생건강체력 관련 사업의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 나는 중등 체육교사 1급 정교사 직무연수의 교육과정 개발 위원으로 위촉된 적이 있다. 담당자로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 초등교사가 참여한 첫 사례라고 들었다.
- 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체육 교과서의 집필진으로 참여한 바 있으며, 내 이름으로 된 원격직무연수를 개설한 바 있다.
- 나는 경인교육대학교에서 초등체육교육 전공으로 첫 번째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체육교육론을 예비교사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 나는 학교 체육 이외에도 이런저런 잡일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내 포트폴리오에는 표창장과 위촉장을 합쳐서 70여 장 정도가 쌓여 있다. 유명세로 초청받아 얻은 것은 전혀 없으며, 모두 기관의 말단의 자잘한 허드렛일 일과 그 공적에 대한 것들이다.

  나는 유명한 유튜버 교사도 아니고, 이런저런 책을 쓰고 강연을 뛰는 일명 ‘셀럽 교사’도 아니다. 그러나 앞서 나열한 이력으로 보듯, 나는 현장의 말단 또는 최전선에서 초등 체육을 직접 체험한 사람이다. 나는 학교체육의 주요한 지지대들(체육교과교육, 운동부, 학교스포츠클럽, 학생건강관리)을 몸소 겪었으며, 계속해서 초등학교 체육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적어도 진정성의 측면에서 그 어떤 유튜브 스타나 셀럽들보다도 초등학교체육과 끈적하게 들러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나의 오랜 경험에 근거하여 놀이 체육이 종국적으로 초등 체육, 그리고 더 나아가 초등교육에 해를 끼칠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런데, 그정도의 이력만으로 이런 주제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나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초등교사들 가운데 나보다도 초등학교 체육에 헌신하고 탁월한 선생님들도 많이 계신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추측을 할 수 있다. 

첫째. 놀이 체육을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둘째. 놀이 체육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초등교사들에게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이유가 어쨌든,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지적하려고 한다.

나의 문제제기가 절대 다수의 초등교사들에게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나는 문제 삼으려고 한다.

 

 

놀이 체육이 문제라고 지적하면 늘 이런 반응이었다. 그래도 비판하겠다. (사진: 동상이몽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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