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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하여

WHY를 묻는 삶 :WHAT과 HOW를 넘어서 진정한 행복의 세계로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아?”, “굳이 바꾸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잖아.”
주변에서 정말 쉽게 듣는 말입니다. 무사안일한 공동체의 공기는 종종 평온하고 안정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문득 성장의 멈춤, 자기 존재에 대한 무감각, 또는 살아 있음의 기쁨 대신 단지 ‘버팀’을 느끼게 되죠. 안빈낙도에 젖은채, 우리가 잊고 있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왜?”라는 질문입니다.

 

왜를 묻지 않는 삶, 진정한 자율이 아니다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Deci & Ryan, 1985)은 인간이 내면에서부터 동기화될 때, 즉 스스로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행동할 때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이 이론은 인간의 심리적 기본 욕구로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단순한 조건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본질적 기반이입니다. 이 중에서도 자율성은 더 특별한 위상을 가집니. 그러나 자율성은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자기중심적 욕구가 아닙니다. 왜 이것을 하려는가, 나는 어떤 의미를 두고 이 길을 선택했는가를 자문하는 깊은 성찰의 결과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왜’를 묻는 삶이 자율적인 삶입니다.

 

반대로 ‘왜’를 묻지 않는 삶은, 자율을 가장한 타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성에 젖어 있는 사람들, 변화에 무감한 조직,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이들은 자신이 선택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타인의 기대, 과거의 관행, 사회적 평가 기준에 끌려다니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이들에게, 스스로 질문하길 권합니다. “나는 지금의 삶을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흘러온 것인가?”

 

외적 동기는 우리를 움직이지만,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

자기결정성 이론은 동기를 단지 외적과 내적으로 나누지 않는다. 외적 동기 역시 자기결정성의 수준에 따라 네 가지로 세분화합니다.가장 낮은 수준의 외적 조절(external regulation)입니다. 이것은 돈, 명예, 성적 만족 등 외부 보상에 의해 움직이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보다 높은 단계로 내사화(introjected regulation), 식별된 조절(identified regulation), 통합된 조절(integrated regulation)이 있고, 가장 상위의 단계에는 완전히 내면화된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갈구하는 더 높은 경제적 수입, 사회적 지위, 조직 내 평판, 성적 매력 등에 의존하는 삶은 외재적 조절에 머무른 삶의 전형입니다. 그것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가치를 내 삶의 동기로 삼는 상태이며, 진정한 만족이나 주체적 몰입은 그 안에서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행동은 일어날 수 있지만, 기쁨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무사안일은 평온이 아니라 무기력이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나는 지금 삶에 불만 없어.” “조용히 내 할 일 하며 살면 되지.”
그러나 이것이 정말 스스로 선택한 삶인가, 아니면 갈등도 없고 책임도 적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방어적 태도인가?
무사안일주의는 갈등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일 수는 있지만, 자기 삶을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는 아니다.

무사안일은 흔히 '안정'으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자율성도, 유능감도, 관계성도 충족되지 않는 무기력한 상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않고, 왜 이 일을 하는지 묻지 않고, 그저 시간과 임무를 채워가며 보내는 날들은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에 가깝다.

 

왜를 묻는 순간, 삶은 방향을 갖는다

“나는 왜 교사인가?”, “나는 왜 이 활동을 학생과 함께 하려는가?”, “나는 왜 변화를 시도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삶의 방향이 됩니다. 그 방향은 나의 철학이자 존재의 근거이며, 이 방향이 있을 때만이 진정한 자율과 몰입, 그리고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무사안일에 젖어 있는 공동체에서조차, 이 질문은 의미 있습니다. 의미 없이 하루를 넘기고, 보람 없는 칭찬을 받고, 마음 없는 회의에 앉아 있는 그들에게도 삶의 방향은 필요합니다. 자기결정성은 나를 변화시키는 힘이기도 하지만, 타인을 살피고 연결하는 감각, 학생을 존중하는 교육적 실천,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기도 합니다.

 

의미 있는 삶을 선택하기

왜를 묻는 사람만이 방향을 가집니다. 방향을 가진 사람만이 진정한 자율성을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자율적인 사람만이 진정한 내면의 동기를 갖고, 그것이 바로 깊고 단단한 행복을 체험하게 됩니다. 지금 당신의 삶은 무엇을 향해 가고 있습니까? 그 길을 당신 스스로 선택한 것이 맞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오늘 이 순간, 스스로에게 ‘왜’를 물어보길 바랍니다. 그 질문이 삶의 주인이 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저는 장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