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체육에 대하여/학부생을 위한 개념 정리

교수학습모형 (-) : 에필로그의 에필로그

  글의 순서 (제목을 선택하면 해당 문서로 이동합니다.)

  0. 교수학습모형 (0) : 프롤로그
  1. 교수학습모형 (1) : 이해중심게임수업
  2. 교수학습모형 (2) : 직접교수모형
  3. 교수학습모형 (3) : 탐구수업모형
  4. 교수학습모형 (4) : 협동학습모형
  5. 교수학습모형 (5) : 스포츠교육모형
  6. 교수학습모형 (6) : 하나로 수업모형
  -. 교수학습모형 (-) : 에필로그
  -. 교수학습모형 (-) : 에필로그의 에필로그

  각 포스팅의 내용이 길지 않습니다. 전체 내용을 읽길 추천합니다.

 



  필자의 못된 글쓰기 습관 중 하나는 어떤 글을 쓰다가 번뜩 생각나는 조금은 주변적인 것을 일단 글로 옮긴 뒤 원래 쓰던 글에 꾸역꾸역 밀어 넣는 것이다. 그런 습관은 간혹 글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데 방해가 된다. 여기에서 깔끔한 글이란 본래의 주제에 관한 내용으로 한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을 읽을 법한 가상의 독자들에게 필요하거나 그들이 이해할 수준, 그들이 관심을 갖는 범위에서 글의 내용과 분량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글을 쓰는 사람이 진지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실제로 그것이 우리 세상의 문제와 관련해 정말 필요한 것들을 건드려 준다고 해도 읽는 사람이 그 중대함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글을 쓰는 노력은 불필요한 것이 된다. 에필로그를 두 번째 꼭지로 쓰는 것, 이 역시 나의 못된 습관의 발로이다.

  한 수업 장면을 상상해보자. 체육수업을 하는 어떤 교사가 있다. 교사는 경쟁 영역의 단원에서 농구의 전술적 움직임을 가르치고자 한다. 그런데 단원이 시작되고 끝나기까지 여러 차시에 걸쳐 농구 게임에 필요한 패스와 드리블, 슈팅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반복 연습을 했으며, 단원의 평가로 3 대 3 농구를 한 뒤 게임에 참여한 소감을 보고서로 제출하게 했다고 하자. 과연 이러한 수업을 일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꼬인 실타래를 풀어보자.

단원의 목표: 농구의 전술적 움직임을 습득하기
단원을 구성하는 차시 내용: 농구를 구성하는 세부 기능 (X)
                  → 농구의 여러 전술적 상황을 부분적으로 드러내는 미니 게임 형식의 과제 (O)
단원의 교수학습방법: 세부 기능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반복 연습하기 (X)
                   과제를 문제로 두고 합리적인 전술적 움직임을 탐색하고 연습하기 (O)
단원의 평가: 게임에 참여한 소감을 보고서로 제출하기 (X)
                  실제 과제에서 전술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평가하기* (O)


*공을 든 상황에서의 행동의 적절성(수비의 방해를 피해 어느 곳에 패스하는가?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가?), 공을 들고 있지 않을 때 행동의 적절성(공을 패스받기 좋은 위치로 이동하는가? 수비의 경로를 차단해 공격을 더 유리하게 이끄는가?) 수비 상황에서의 행동의 적절성(공격팀의 패스나 이동 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가? 지역이나 대인 방어를 위한 위치 선정이 적절한가?)와 같은 것들의 질적 장면을 루브릭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체육 수업에서의 비일관성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만약 체육 수업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하다면, 그것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내용을 제시하는 방식과 가르치는 방식이 거기에 맞춰야 한다. 평가 방식 역시 그러한 목표에 도달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만 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에서의 체육은 가르치는 내용도 일관되지 않는다는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가르칠 목표를 충분히 경험하게 할 수 있도록 같은 주제의 과제를 지속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것과 관련된다. 내용의 비일관성은 교사가 생각나는대로 수업하는 경향, 인터넷을 검색해서 발견한대로 가르치려는 경향, 교사가 하고 싶은 것을 가르치려는 경향, 대충 놀아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으로 드러난다. 어찌보면 초등학교 체육에서는 내용의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런 문제보다 시기적으로 뒤에 와야할 것임에도 나는 교수학습모형을 통해 목표-내용-방법-평가의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수업을 반성하지도 않으면서 이론을 경시하는 일부 교사들의 태도, 혹은 그런 선배교사를 보고 과오를 답습할 예비교사들의 장래를 경계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이론은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이론이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면 그 이론을 치우고 다른 이론을 선택하면된다. 정말 큰 문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어떤 이론이 쓸모있는지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론적 아이디어를 현실에 맞게 적용하지 못 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합리적 절차로 만든 이론을 경시하고 심사숙고 없이 개인의 경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교사만큼 위험한 교육자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