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do not build character. They reveal it.”
-sportswriter Heywood Hale Broun (1918-2001)
체육교육 분야에서 오래도록 지속된 논쟁이 있다.
1. Sports build character. 스포츠는 인격을 형성한다.
2. Sports reveal character. 스포츠는 단지 인격을 드러낼 뿐이다.
이 두 명제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 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는 스포츠 참여가 사회적/개인적 인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넘치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동시에 스포츠 스타들 혹은 스포츠를 즐기는 셀럽들의 심각한 수준의 일탈이나 범죄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무엇이 옳은가에 대해 결정하기 쉽지 않다. 과연 체육 교육이 올바른 인격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까? 이 문제는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현장의 교사인 내게 중요한 이슈이다. 체육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과 관련하여 얼마 전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발생하였다.
[단독]양진호, 유리방서 집단폭행 후 '맷값' 5만원권 수십장
https://news.v.daum.net/v/20181102125938689
천민자본주의나 경제인의 도덕성 결여, 법치주의의 민낯 등 이야기할 것이 많지만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모 교수에 대한 맷값 폭행 건이다. 이 이야기는 기사에 등장하는 양진호의 폭력 범죄에 동원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분야에 속하지 않은 사람도 이름만 대면 떠올릴 수 있는 무도 분야에 특화된 Y대가 있다. 폭력 범죄에 동원된 사람들은 Y대의 태권도과 출신들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자.
우리가 무도스포츠의 범주에 포함하는 유도, 태권도, 검도, 레슬링, 복싱과 같은 종목들은 그 활동이 거칠다고 해도 의(義)와 예(禮)를 강조한다. 무예인에게 강조하는 도덕성은 신사도, 무사도, 기사도가 주는 이미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다른 범주의 스포츠인들에 비해 무도스포츠인들에게 약자에 대한 보호나 불의에 대한 항거와 같은 것들을 기대한다. 종목에 내재된 폭력성으로 인해 반대급부로 보다 정의로울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드러난 사건에서 보듯, 무도전공자들은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요점은 무예가들이 자본에 종속되어 사회규범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는 것이다. Y대가 어떤 곳인가? 무도스포츠 전문가의 산실이며 이 분야의 준재들이 모이는 곳이 아닌가? 그곳은 무도분야의 엘리트로서 잠재성을 인정받은 자원들이 선발되어 최적의 교육을 받는 곳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불의에 찬동하고 약자를 억압하는 것이 되었다. 가장 정의로울 것을 강요받는 무도전공자가 가장 불의로운 행동을 한다는 것은 체육이 인격을 형성한다는 명제와 상당히 모순된다. 내가 겪은 몇몇 교수님들께서도 말씀하시길 ‘스포츠 한다는 놈들이 더 문제’라고 했지.
이 이슈에 대하여 나의 결론은 자명하다. 스포츠가 인격을 형성한다는 것은 심각하게 과장된 명제라는 것이다. 학교체육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다. 아니, 학교체육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치적 움직임이 지나치다. 체육교육 관련 학계나 교육청은 그들만의 논리를 펼치는 것에 대해 자중할 필요가 있다. 체육이 인격 형성의 맥락을 형성할지언정 인격 형성의 핵심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체육’만 보는 사람들은 체육의 외재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성과 품성을 기르고 심지어 두뇌발달에도 효과적이라며 체육이 마치 모든 학생 성장 문제의 핵심열쇠인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을 본다면 체육 이외의 교육의 여러 영역에서 인성과 품성을 기르고 심지어 두뇌발달을 기대할 수 있으며, 오히려 체육보다 더 효율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
‘체육’하는 사람들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데카르트적 이원론-인간을 몸과 이성으로 나누고, 이성적인 활동은 탁월하며 몸으로 하는 활동은 천박하다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라. 우리가 움직임의 세계를 탐색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그렇게 열등하고 부끄러운 일인가? 움직임은 문화적으로 인류의 중요한 유산이며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중요한 특질이다. 듀이가 이야기했듯 교육의 목적은 ‘경험의 지속적인 증진’에 있다. 체육은 움직임에 대한 경험을 증진하는 것이라는 본래적인 가치가 있다. 어째서 이 본질을 뒤로 한 채 ‘체육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를 주변적인 이유를 만들어가며 주장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가? 외재적 가치에 초점을 두지 말고 내재적 가치에 초점을 두자. 체육은 결코 부끄러운 교육 영역이 아니다.
이 포스팅의 요점은 스포츠에서의 인성교육을 바로 세우자는 것이 아니다. 물론 체육교육에서 인성적 요소들을 반영하거나 인간의 인격 형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체육의 본질인 것처럼 주장한다거나 그것이 체육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과장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외재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불필요할 정도로 에너지를 낭비하기 보다는 어떻게 체육의 가치를 남녀노소, 운동능력이 탁월한 사람부터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확산시킬지에 대해 고민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반드시 중요하고 쓸모 있다’는 근거를 만들어내야 할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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