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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체육일반

학교체육발전을 위한 제언(1): PAPS 확대 운영 기조에 대한 소고

 

 

올해 경기도교육청 학교체육정책자문단의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 그리고 제 개인적인 의견이 경기도의 각 학교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지만, 머리를 맞대면 뭔가 좋은 수가 나올 것이며, 머리를 맞대서 좋은 수를 찾아내는 시작은 개인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포스팅은 그 첫 번째 의견입니다.

 


 

  최근 PAPS의 운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중고등학교야 이전부터 전 학년에 적용되고 있었겠지만, 초등의 경우 5,6학년만 필수로 운영했다. 한 동안 나이스 설정으로 4학년은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하였고 거의 모든 학교가 4학년 학생 대상으로  PAPS를 운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4학년도 PAPS를 운영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장차 4학년도 PAPS를 필수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포석으로 생각된다.

 

  당국의 확대 방침과는 무관하게, 체육교육분야(스포츠교육분야)를 연구하는 초등교사로서 이러한 흐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학교체육의 중심은 체육교과수업이며, 체육교과는 그 자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나는 체육교과에 대한 개인 학생의 열정을 긍정적으로 분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학교스포츠클럽이 되어야 하며, 운동부는 체육교과와 관련된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위한 특수전문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PAPS는 운동생리학적으로 접근한 학교체육의 전형으로, 20여년 동안 체육교과의 기조처럼 다루어진 문화교육론적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적어도 10년 넘게 운영해 온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학생들로 하여금 체육을 싫어하게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나 가치관은 체육교과를 연구하는 내 개인적인 것들일 뿐, 거대 교육행정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임의로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체육정책자문단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PAPS의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운영 방법을 제안하거나, PAPS를 등장하게 만든 국가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글은 그런 상황에서 작성된 것임을 밝힌다.

 

1. 현행 PAPS에 대한 비판

 

나는 오래전부터 PAPS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나의 지적은 많은 이의 공감을 받았으며, 특히 작년에는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나의 견해를 묻기도 했다.

https://betterthanever123.tistory.com/110

 

[한선생의 체육잡설] 초등학교에서의 PAPS, 건강체력교실, 학교스포츠클럽에 대하여

한 동안 PAPS와 학교스포츠클럽은 초등학교의 수 많은 선생님들을 괴롭혀 왔다. 불과 학교성과급제도가 있었던 작년(2015년)까지만 해도 PAPS 4,5등급 비율이나 연간 17시간 이상의 학교스포츠클럽

betterthanever123.tistory.com

https://betterthanever123.tistory.com/162

 

[한선생의 체육잡설] PAPS 단거리달리기 연습과 측정에 대하여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제대로 달리는 방법을 모른다. 분명 3,4학년군 체육과 교육과정 상에 단거리달리기가 포함되었지만 정확한 자세를 배운 아이들은 거의 없으며, 그렇게 가르치는 교사도

betterthanever123.tistory.com

 

 

가. 초등학교 PAPS는 체력보다 기술이 관건이다.

PAPS를 초등학교 3,4학년까지 확대를 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체력 수준을 측정하고 조치를 취한다는 것인데, 나는 여기에서 운동생리학적 근거에 기초해 이를 진행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초등학생에게 PAPS는 단순히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운동 기술(움직임 기술)의 문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추측하건대, 운동능력이 준수한 사람들이 평균이나 그 이하의 학생들이 겪는 문제를 간과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지적했던 위 포스팅의 내용처럼, 학생들은 짧은 거리를 효과적으로 달리는 움직임 기술을 모르거나 긴 거리를 달릴 때의 호흡법을 체득하지 못해서 본인의 체력 수준을 정확히 평가받지 못한다. 이 문제로 인해 나는 체육교과전담으로 근무할 때 3월 한 달 동안 달리는 방법, 호흡하는 방법, 효과적인 스트레칭 방법 등을 가르치고 나서 PAPS를 측정했었다.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PAPS측정에 필요한 움직임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해당 교과교육과정을 준수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2015개정교육과정을 기준으로, 달리는 방법에 대한 학습은 3학년에 시작된다. 그러나 3학년 학생들의 발달 수준에서 볼 때, 기록을 향상하기 위한 수준의 주법을 체화하기에는 시수가 매우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PAPS는 초기 측정 후 처방과 지속적인 운동으로 후속 측정에서 체력이 향상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순발력이나 유연성 등은 몇 개월 연습한다고 해서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힘들다. (심폐지구력은 조금 늘 수 있다.) 변화가 나타난다면 측정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기술의 향상이다. 물론, 그러한 성장이나 변화도 교육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운동생리학적이고 공중보건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PAPS를 적용하는 당국이 그런 교육적 효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궁색해보인다. PAPS와 건강체력교실의 교육적 측면은 하다보니 현장에서 발견하게 된 것을 토대로 가져다 붙인 '의미 부여'가 아닌가?

 

나. 학교에서 사용하는 몇 개 항목은 부적절하다.

다른 종목도 비판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근력/근지구력 측정이다. 많은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윗몸말아올리기와 악력측정을 선호한다. 별도의 준비물이 없거나(윗몸말아올리기) 신속하게 측정(악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종목이 적절한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오래전 기억으로는 PAPS를 위해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모 대학에 연구용역을 주었다고 들었다. 나는 PAPS 근력/근지구력에 대한 측정이 평균적이거나 그보다 건강한  체형을 가진 사람의 체력을 측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나는 투기종목에서 잠깐이나마 지도자 생활을 해 본터라 근력이나 근력에 기초한 충격량을 생각할 때 늘 체중과 연동해 생각을 한다. 그런데 악력 측정의 경우 이러한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평소에 몸 관리를 전혀 안 하는 뚱뚱(통통)한 학생들이 악력 측정의 결과가 거의 높았다. 반면에 활동적이더라도 신장이 작으면서 체중도 적게 나가는 학생들은 악력 측정의 결과가 거의 낮았다. 운동을 꾸준히 해도 근력/근지구력의 점수가 낮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여, 윗몸말아올리기의 경우 근력/근지구력이 어느 정도 있어도 복부에 지방이 많은 학생은 자세가 잘 나오지 않고,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날씬한 학생의 경우 상황이 달랐다. 활동적인 학생은 윗몸말아올리기 갯수가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적었다.

 

즉, 현행 측정 기준은 체형이나 체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그런 점에서 해당 체력 요소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적어도 악력의 경우 체중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며, 그러한 보정 작업만으로도 타당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학생에게 체중에 대비하여 더 높은 악력을 기대하고, 체중이 적게 나가는 학생에게는 체중에 대비해 그보다 낮은 수준의 악력을 기대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다. 학생의 자발성 없이 체력 증진은 어렵다.

말고삐를 당겨서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실지 말지는 말이 정한다. 처방을 하고 측정-재측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건강체력교실에 참여한다거나 개별적으로 체력을 관리하는 것은 학생의 의지에 달려 있다. 체력장을 PAPS로 대체한 이유는 체력의 이슈가 선수선발에서 건강으로 옮겨간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4~5등급 수준인 학생의 체력은 체육 수업 열심히 하거나 스포츠클럽 몇 번 더 나간다고 해서 달라지기 어렵다.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며, 스포츠가 아닌 피트니스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해도 학생의 동의가 없다면 참여시킬 수 없다.

 

현재 많은 학교가 체력 저조 학생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특별한 피트니스 프로그램 대신, 4~5등급 학생을 포함한 전체 학생이 참여하는 학교스포츠클럽의 형태로 건강체력교실을 운동하고 있다. 이것이 정말 체력을 길러주는지, 그리고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 체력 저조학생의 건강체력교실 참여를 뚜렷하게 증가시켜주는지는 의문이다. 적어도 체력운동이 강조되는 종목에서 지도자를 해 보고, 스스로도 대회에 참여해 본 교사의 입장에서, 스포츠를 한다고 측정으로 값을 매기는 체력요소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스포츠로 체력을 증진시키려면 엄청난 양의 운동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체력 운동을 따로 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답은 분명하지 않은가?

 

 

2. 그렇다면 대안은?

 

가. 교사들을 변화시키기: 움직임 기술의 학습에 초점을 두고 보다 열정적으로 지도하도록 유인하라

앞서 언급했듯, 초등학교에서 PAPS 측정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요점은 실제 체력이 아니라 움직이는 기술과 요령이다. 체육수업에서 잘 가르치지 않으면 학생들이 가진 실제 체력(잠재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 교육과정의 파행이 된다는 문제를 차치하고, 3월동안 이러한 기본 움직임 기술을 가르치는 교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많지 않다.

 

건강체력교실 운영도 마찬가지이다. 단일한 스포츠를 지도하는 학교스포츠클럽화된 건강체력교실에서 체력을 기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에게 간단히 기술 연습을 시키고 자유롭게 게임하게 하는 방식의 운영으로는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결국에는 체력을 보강하는 과정이 학교스포츠클럽 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 즉, 준비운동-체력보강운동-본 운동(기술 및 게임)-정리 운동과 같은 일종의 수업 루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의 입장에서 운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하거나 수업을 하는 것과 같다. 이 역시 교사에게는 번거로울 것이다.

 

따라서 유인이 필요하다. 내가 체육업무를 열심히 하던 시절과 최근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나는 교육청에서 몇백만원의 예산을 받아오면 나의 강사비로 예산을 돌린 적이 거의 없다. 주로 학교 교구를 확충했고, 그 교구로 학생들과 정과외 활동을 다양하게 했었다. 체육이 내 업무였고, 학생들을 수업 시간 외에 가르치는 것 역시 내 업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추가적인 보수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체육하는 교사가 우대받을 수 있게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돈이 없이 교사를 움직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서글프기도 하다.

 

어쨌든 세상이 달라졌다면 그에 맞게 유인책도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청에서 목표로 삼는 학생들의 체력수준(4~5등급 학생 비율)에 도달하는 학교에 예산을 추가적으로 교부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 돈으로 강사비를 늘려 교사들의 지도시간을 늘리건, 교구를 추가적으로 확충하건 선택은 학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혹시나 예산을 받아내기 위해 허위로 PAPS 측정값을 입력하는 문제가 걱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받은 돈으로 '엿 바꿔 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목적사업비로 내려온 예산이기에 체육을 위해 쓸 수밖에 없다. 즉, 만의 하나로 PAPS를 나이스에 입력하는 학교의 정직성이 걱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예산은 학교체육활성화에 쓰이게 되며, 예산을 교부받은 학생들의 건강에는 틀림 없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측정 시스템에서 실행 시스템으로의 전환

현재의 PAPS는 교사가 측정하고 나이스의 도움을 받아 처방하면 학생이 실행하도록 되어 있다. 앞선 지적처럼, 학생이 안하면 교사의 측정-재측정이나 처방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된다. 이것은 측정 중심의 학생건강관리가 갖는 한계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하여 장기적으로 실행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실행 시스템이란 이전의 방식(측정 시스템)과 대비되는 관점으로, 학생들에게 최소 활동량을 지정하고 그 이상을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그 중 상당수는 밴드나 스마트워치를 사용하고 있다. 모두가 알듯, 스마트워치나 밴드는 학생의 건강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이 정보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실제 운동한 것을 자료로 수집하고 관리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이 방법은 팬데믹 시기 일부 체육교사들이 사용했던 방법과 유사하다. 학교스포츠클럽, 학교체육수업, 개인적인 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심박수 구간의 운동을 1년 동안 일정 시간 수행하도록 제시하거나 일정 걸음수를 유지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다양한 운동 종목의 기록을 수치화해 전국의 또래 학생들 중의 상대적 위치(상위 몇 퍼센트인지)를 확인하도록 하고, 친구들과 그룹을 형성해 신체활동의 주기성이나 활동량을 서로 비교해 점수를 제공하는 등의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활용한다면 학생들의 참여를 더욱 증대할 것이다.

 

만약 교육당국이 학생의 건강을 국가의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운동 실행 여부를 P/F로 제시하여 모든 학생에게 의무적으로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개별적인 신체활동(정과외 활동)을 촉발할 수도 있지만, 체육수업시간이나 학교 안에서의 스포츠클럽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건성건성 참여하는 학생은 틀림없이 줄게 될 것이다.

 

물론, PAPS는 국가에서 제시한 획일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측정 시스템에서 실행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다소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 제안은 학생건강관리에 대한 분권화 자율화가 달성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본 포스팅에서의 비판과 대안은 실무자였던 교사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숙의라는 것도 결국에는 개인의 의견이 모이고 서로의 생각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더하고 빼는 과정을 통해 좋은 결론을 추출해 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짚고 넘어갈 주제가 많은데, 손목도 아프고 워낙 글쓰는 속도가 느려서 한 번에는 다 못쓰겠네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스포츠클럽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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