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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에 대하여/체육일반

[한선생의 체육잡설] 학교에서 바라본 초등체육교육학의 현황과 과제: 한 초등교사의 짧은 식견

 

지난 8월 6일, 초등체육학회에서 공주교대 김명수교수님의 발표인 <초등체육교육 정상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에 토론자로 참여했었습니다. 다소 무겁고 중대한 담론에 개인적인 생각을 공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학회의 학술위원인터라 토론자로 지정되었을 때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학술활동을 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논문 심사 의뢰나 발표 의뢰가 왔을 때 특별한 일이 없다면 거절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주 오랜만에 올리는 이 글은 토론문의 내용을 독립적인 글로 고쳐본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조금 넓히길 기대하며 포스팅합니다.

 


 

  현장 교사로서의 일을 하며 보고 느끼는 것과 연구자이자 학생으로서의 다양한 문헌에서 묘사된 학교의 모습에는 미묘한 어긋남이 있다. 이 글은 한 초등교사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제한된 경험에서 출발하는 생각이니 이해와 공감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Ⅰ. 공감, 그리고 공명

 

  최근 초등체육학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로 저학년 체육교육, 학교스포츠클럽, 초등체육연구의 셋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주제에 대한 통찰력 있는 연구들은 현장 교사이자 연구자로서 충분히 공감이 되는 것들이다. 이 세 가지 주제는 이론가와 실천가를 막론하고 함께 주의 깊게 살펴보고 행동으로 나서야 할, 환언하자면 공감을 넘어서 공명해야 할 중대한 현안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세 가지로 언급되는 초등체육의 문제에 공감하고, 우리 공동체가 이에 공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학년 체육교육의 부실로 인해 아동들은 평생 체육의 첫 단추를 잘못 꿰고 있다. 즐거운 생활이 담고 있는 신체활동 교육은 운동생리학적으로 아동의 신체적 성장을 도모하기에 부족하며, 체육교육적 측면에서 그 내용과 방법이 체계적이지 않다(서지영, 김기철, 조기희, 2021; 박민영, 엄우섭, 2018). 이러한 부실한 토대 위에 정과 수업으로서의 체육교과 수업이나 학교스포츠클럽이 정착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초등체육의 활성화가 어려운 것을 단지 저학년 신체활동 교육의 문제로만 탓할 수는 없다. 교사의 실천 의지도 중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초등교사들의 실천 의지를 좌우하는 사상적·이론적 지지대가 과연 탄탄한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점에서 초등체육의 제분야가 학제간 장벽을 허물고 학생과 교사의 실제 삶에 초점을 둔, 그래서 학생들의 체육적 삶과 교사의 체육교육에 대한 가치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교육은 삶의 과정’(Dewey, 1916)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체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의 문제는 스포츠교육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체육 분야의 일이다. 체육의 여러 분야가 노력하여 생성된 지식은 초등체육의 말단에서 실천하는 교사들의 전문성을 형성하며,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 내용과 방법을 제공할 것이다.

 

 

Ⅱ. 개인사적 경험에 기초한 초등체육교육의 현황

 

  개인의 경험에 기초해 보편적 현상에 대한 주제를 비평하는 것이 과연 공적·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적절성의 시비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교사의 입장에서 생생한 느낌을 전하기 위해 개인적인 이야기로 초등체육교육의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체계적으로 자료화되지 않은 경험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오래도록 지역에서 모니터링과 컨설팅을 한 경험, 연구자이자 실천가로서 학교 내에서 체육을 부흥하기 위해 발버둥쳤던 경험은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공감될 것이다.

 

  첫째로, 저학년 신체활동 교육의 문제는 기사나 문헌에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실제 교사의 입장에서 보기에 여러 연구를 통해 드러난 것보다 내용과 방법이 충분하지 않고, 그것을 가르치는 일이 고되다. 필자는 몇 해 전에 ‘창체 선생님’으로 1학년 8개 학급 학생들에게 신체활동을 가르친 적이 있다. 수 년동안 학교체육을 해 왔으나 1학년 수업이 든 날은 출근하기가 두렵고 불안할 정도로 힘들다. 1학년 학생들은 중고학년 학생들과 전혀 다른 방법과 내용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마땅히 참고할 만한 내용이나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1년간의 고생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저학년 선생님들과 공유하려는 시도도 해 보았으나, 많은 동료가 아동들을 교실 밖으로 데리고 가서 놀이의 규칙과 방법을 설명하고 운영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필자는 저학년의 신체활동 수업은 다른 학년의 체육 수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몸소 겪은 뒤로 저학년 신체활동 교육에 소극적인 교사들을 함부로 힐난할 수 없게 되었다.

 

  둘째로, 학교스포츠클럽은 초등학교에서 정착되기 매우 어렵다. 모두가 주지하시다 시피, 학교스포츠클럽은 학급 수준과 동아리 수준으로 운영된다. 그 중 학생 대다수가 참여하는 학급 수준의 클럽은 학교스포츠클럽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초 단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급 단위 클럽은 서류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적인 측면에서 학교 전체가 제한된 공간과 시간을 분할해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많은 교사가 여유 시간에 독서교육이나 인성교육, 기초교육(수학 등) 등 다른 교육 활동에 비해 신체활동 교육이 따로 시간을 두어 가르칠 만큼 특별히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필자는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과수업-교내 클럽 운영-대교 경기를 연결해보기도 했지만(필자는 이것을 당시 도교육청 담당장학사에게 제안했고, 실제로 2018년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스포츠클럽 2.0에 반영되었다.) 잘 되지 않았다. 필자가 보기에 이 문제들은 교사들의 공감과 기관의 제도가 함께 맞물리지 않고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로, 편향적인 제보자에 기초한 연구들이 학교 체육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착시를 심어주고 있다. 여러 문헌을 살피면 교사들이 체육 교육의 중요성에 깊게 공감하고 체육 교육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며, 교사들의 체육교육을 하는  어려움은 충실한 교육과정 운영 경험에서 우러난 것으로 보인다(물론 우수한 소수의 교사의 사례는 그 자체로 훌륭한 방법론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크다). 그러나 필자가 몇 차례 질적 연구를 진행해 본 경험을 보았을 때, 체육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교사는 대부분이지만 체육 교육과정을 잘 이해하거나 충실하게 운영하는 교사는 극히 드물었다(필자는 이러한 차이가 연구참여자들이 속내를 털어 이야기해도 들어줄 수 있는 친밀하고 대등한 교사가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많은 스포츠 퍼슨은 자신의 스포츠 라이프를 잘 즐기고, 가끔 업무로 할당된 학교스포츠클럽의 대회 준비에 열성적이지만 보통 아이들을 위한 체육수업에는 좀처럼 관심이 없다. 큰 학교를 가도 일과 중 운동장은 늘 한산했다. 대부분의 연구물을 보면 정과수업이나 학교스포츠클럽은 잘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체육교육에 대한 현실과 학술적 담론의 차이를 느낄 때마다, 교육에 대한 연구는 미래를 지향해야 하겠지만 가끔 현실이 어떤지 뒤를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Ⅲ. 교사의 입장에서 본 초등체육교육의 과제

 

  초등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이해나 실천은 대단히 편집적이다(한상모, 2021). 초등교사는 유사한 과정으로 양성되고 선발되며 같은 교육적 표준(교육과정)을 부여지만, 실천과정에서 내용과 방법의 확대・축소・추가・삭제가 임의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말은 곧, 체육교육에 대한 태도에 따라 누군가는 체육을 열심히 가르치겠지만 누군가는 대충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초등체육교육의 이야기에서 지극히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다교과를 가르치는 초등교사에게 각 교과나 교육의 영역들은 매우 경쟁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초등교사들이 각 교과교육에 대한 역량을 두루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교사의 교육관에 따라 어떤 교육에 더 많은 열정을 쏟을 수도, 반대로 열정을 거의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쟁적 관계에서 초등체육은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다. 첫째로 가르치는 것 자체가 다른 경쟁자들보다 어렵다. 많은 교사가 공감하겠지만, 어떤 전통적 스포츠를 잘 수행한다고 해서 초등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수준이 가지각색이고 교과서가 제안한 대로 과제와 시량을 투입해도 학습목표에 도달하는 학생의 수는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결국 교사들은 학생들의 경험 수준이나 학교 환경에 맞는 적절한 콘텐츠를 찾거나 개발해야 하는데, 이는 많은 시간과 노력,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다. 둘째로 다른 교과와 비교해 학교에서 꼭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다. 필자가 교육학자 Eisner(1994)의 용어인 ‘표상형식’* 이라는 개념을 빌려 표현하자면 ‘초등교육은 다양한 표상형식을 습득하는 것과 함께 그것들을 교차적이고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둔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체육의 본질인 움직임은 하나의 표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초등교사들이 체육교과에 소홀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초등교사들이 체육교과를 표상형식 중 하나로 가치 있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입시교육이 강조하는 몇몇 교과 처럼 절대적인 사회의 압력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인성교육의 수준으로 역사적 당위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표상형식(forms of representation)이란 우리가 경험한 것이나 상상한 것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종의 방식으로,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영역으로 옮기는 도구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의미를 부호화하고 해독하는 일종의 문해력으로 볼 수 있는데, Eisner(1994)는 표상형식의 예로 그림, 음악, 소설 등을 들고 있다. 필자의 입장에서 해석하기에 각 교과들은 독특한 표상형식을 다루고 있으며, 체육의 표상형식은 의심할 여지 없이 ‘움직임’일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명료화하고 엄밀하고 타당한 대안을 내놓을 책임과 능력을 갖춘 적임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대학교의 이론가들과 초등학교 현장의 실천가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실천가이자 연구자인 사람들이 바로 그 적임자이다. 필자는 연구와 실천에 한 발씩 들여놓은 입장에서 초등체육교육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두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로 적절한 콘텐츠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간 이러한 일을 학술적인 측면에서 다루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한 결과 체육학적인 근거를 알 수 없는 놀이 활동들이 만연하고 불필요한 정보의 범람 속에서 교사들이 허우적거리게 되었다. 체육교육 내용이 적절성, 안정성, 효과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학과 생리학, 역학, 사회학, 심리학 등 전방위에 걸친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콘텐츠의 개발을 단지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실용적이고 휴리스틱한 문제로 여기는 시각에서 벗어나 연구의 주제로 보아야 한다. 둘째로, 체육교육의 정당화 방식을 되돌아보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를 교사 교육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많은 초등교사가 체육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을 단지 초등교사들의 태만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초등체육교육의 정당화 방식이 효과적인지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Ⅳ. 불충분한 생각을 마무리하며

 

  필자가 이 글을 통해 제안한 내용은 주관적이고 제한된 경험을 토대로 했다는 점과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불충분한 것들이다. 또한 필자의 생각이 학술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들과 어긋남이 있어 보일 수 있으나, 저학년 신체활동 교육과 학교스포츠클럽의 활성화, 그리고 초등체육학의 정체성과 외연 확장이라는 중장기적 목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 보기에, 이 셋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두 가지 실천이 연구라는 이론적 토대 없이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필자는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는 첫 걸음으로 간학문적 콘텐츠 개발 및 검증, 체육교육 정당화와 교사교육을 제안해보았다. 물을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아도 그것이 물이라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듯, 필자의 제안도 결국 우리 공동체가 고민하는 세 가지 문제와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며 글을 마친다.
 

 

<참고 문헌>

박미영, 엄우섭(2018). 2015 개정 교육과정 즐거운 생활 내 신체활동 비교분석. 한국초등체육학회지, 24(3), 51-62.
서지영, 김기철, 조기희. (2021). 초등학교 저학년 체육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 방안 탐색. 한국초등체육학회지, 27(2), 41-58.
한상모. (2020). 체육수업을 하는 초등교사들의 어려움과 교육적 요구 탐색. 한국스포츠교육학회지, 27(3), 59-80.
Dewey, J. (1916). Democracy and education. (이홍우 번역). 서울: 교육과학사
Eisner, E. W.(1994). Cognition and curriculum reconsidered. (박승배 번역). 서울: 교육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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