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순서 (제목을 선택하면 해당 문서로 이동합니다.) - 초등교육의 전문성 1 (현재 글) - 초등교육의 전문성 2 - 초등교육의 전문성 3 |
교사를 전문성 있는 직업으로 볼 수 있는가?
전문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직업들은 책무성을 전제로 한다. 즉, 자신의 일과 관련하여 부여된 권한에 의해 주어진 책임에 얼마나 부응하는가를 떼어 놓고는 직업의 전문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교사의 전문성이란 자신에게 부여된 목표에 대한 성과에 대한 평가를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의 일에 대한 교사들 스스로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지만 사회는 여전히 단순 지식 전달자로서 교사를 바라보며 가시적인 학생 학업 성취로 교사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교사가 하는 일은 단순히 교과의 지식이나 기능을 택배 배송하듯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아니다. 교과의 정수가 물건처럼 건내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죽어 있는 지식이나 화석화된 지식에 지나지 않은 것이며, 그런 것들은 학생의 삶에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교사의 전문성이란 단순히 문제풀이 능력이나 좋은 기능을 갖춘 학생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도록 만드는데 있다. 즉, 교사의 역할이란 고작 지식이나 기능의 전달이 아니라 '마음'을 심어주는 일이다. 특히 초등교사는 학생들과의 전면적인 관계 속에서 교과를 가르친다. 전면적 관계라함은 교과 자체를 있는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에 의해 해석된 내용을 가르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초등학생들은 책에 나타난 내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목소리를, 교사의 마음을 배우는 것이며, 더 나아가 교사 자체를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초등교사의 역할과 전문성에 대한 독특한 시사점을 갖는다.
초등교육은 교과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에게 투영된 교과내용을 학생이 배우는 것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초등교육과 초등교사를 우습게 여기는가?
다른 이를 가르치는 직업 가운데 특히 초등교사는 매우 빈번하게 전문성을 의심받고 있다. 앞서 초등교사와 초등학생들의 특수한 상호작용은 누군가의 공감을 받는 한편 누군가에게는 동의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초등교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굳혀진 것이며, 그 뿌리를 찾아가면 형식도야론까지 이어진다. 이쯤에서 '무슨 초등교사들 무시 받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형식도야론까지 운운하는가'하며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형식도야론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생각들을 생각한다면 초등교사와 초등교육이 가볍게 여겨지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형식도야론에 따르면 교육의 목적은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으로, 교과들은 이러한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예컨대 기억력과 추리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문법이나 수사학을 배워야 하며, 감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예술을, 의지를 기르기 위해서는 종교나 도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형식도야론자들의 이러한 관점은 특정한 교과들을 배움으로써 정신의 근육을 단단히 하게 되면, 교과의 맥락을 벗어난 실제적인 문제상황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능력이 전이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형식도야론의 근간은 능력심리학인데, 이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동일한 마음의 능력을 소유하고 있어서 성인이든 청소년이든 어린이든 성숙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마음은 동일한 요소들로 이루어져있다고 본다. 이러한 논리는 서양의 전통적 교육이론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서양의 전통적 교육이론에서는 교육과정을 정립함에 있어서 성인을 기준으로 두고,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에 대해서는 그 내용과 방법을 단순화하거나 쉽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관점의 접근방식을 듀이의 순차적교육(진보적교육, progressive education)과 구별하기 위하여 역차적교육(retrogressive education)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듀이의 교육을 진보적 교육이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여기에서의 진보는 단계적 발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양의 전통적 교육 관점에 따르면 elementary education은 상급학교에 비해 그 수준이 낮다는 점을 제외하고 눈에 띄는 차이를 찾기 어렵다. 즉, 초등교사들은 중등교사나 고등교육 기관의 교육자들에 비해 같은 교과내용을 단지 이해 수준을 고려하여 단순하고 쉽게 꾸며 다룬 내용을 가르칠 뿐이다. 이러한 논리라면 대학교의 강사나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누구라도 초등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초등교육의 역할이 고작 방법이나 내용을 달리하여 배우기 쉽도록 단순화하거나 쉽게 만드는 것이라면 초등교사의 전문성은 중등교사나 고등교육 기관의 교육자들에 비해 차별화되지 않거나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초등교육의 전문성 2'에서 계속-
참고문헌
엄태동(2004). 초등교육 재개념화의 두 가지 길. 초등교육연구, 17(2), 27-51.
박종덕(2007). 인성교육과 교사의 전문성 : 초등교사의 역할에 주는 시사. 초등교육연구, 20(3), 107-127.
-이 게시물의 모든 내용들에 대하여 링크는 허용하지만 자료의 재배포는 금지합니다!
-게시글에 대한 공감버튼(♥) 클릭과 댓글달기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체육수업 노하우 #한선생의 체육잡설 #초등교사 전문성 #초등교육 전문성 #초등교사론 #형식도야론 #관점의 하강 #Piaget #Dewey #순차적교육 #역차적교육 #Primary education
'교육에 대하여 > 교육 고찰: 개념과 이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이체육비판(4): 산만하고 일회적인 활동으로부터 무엇을 가르칠까?(下) (2) | 2020.12.29 |
---|---|
놀이체육비판(3): 산만하고 일회적인 활동으로부터 무엇을 가르칠까?(中) (0) | 2020.12.28 |
놀이체육비판(2): 산만하고 일회적인 활동으로부터 무엇을 가르칠까?(上) (2) | 2020.12.27 |
[한선생의 체육잡설] 초등교육의 전문성 3 (0) | 2017.04.22 |
[한선생의 체육잡설] 초등교육의 전문성 2 (0) | 2017.04.22 |